요새 홈쇼핑 같은 곳에서 한창 광고하는 세라믹 코팅냄비는 잘 벗겨지지 않는다는 강점이 있고 저수분요리도 가능하다 한다. 가볍고 눌어붙지 않을뿐더러 디자인과 색상이 다양하고 화려한데 가격도 대체로 저렴해 많이 사용되고 있다. 나 역시 그런 유혹에 빠져 한 세트를 구입했다.
냄비는 그럭저럭 코팅이 벗겨지지 않고 겉면이 눌어붙을 일도 별로 없어 간간이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프라이팬은 광고와 달랐다. 코팅이 벗겨지고 겉면에 얼룩이 생겨 광고에서 보여준 것처럼 뜨거운 물로 씻어 봤지만, 지워지지 않아 실망하고 결국 버렸다. 그렇게 직접 겪어 보니 정말 안전한 것인지 의문이 생겼다.
테플론 프라이팬 역시 처음 나왔을 때 안전하다고 했지만, 몇 년이 지나자 안전하지 않다는 것이 밝혀졌다. 프라이팬은 대부분 코팅이 되어 있는데, 테플론은 주원료로 퍼플로로옥타노엑시드(PFOA, perfluorooctanoic acid)를 쓴다. 코팅된 빈 프라이팬을 오랜 시간 불에 올려놓거나 세게 긁거나 오래 사용해서 코팅이 벗겨지면 발암물질이 녹아 나와 조리과정에서 음식과 함께 섭취할 가능성이 높다.
프라이팬은 물기 있는 음식을 조리하기 위한 게 아니다. 때문에 물기 있는 음식을 프라이팬에 조리하면 눌어붙지 않게 처리해놓은 코팅의 수명이 단축된다. 프라이팬은 물에 오랫동안 불려뒀다가 씻는 것도 좋지 않다. 음식 찌꺼기가 남아있으면 물을 약간 넣고 가열해 불었을 때 키친타월로 닦아내는 것이 좋다.
사실 건강을 생각하고 환경이나 경제를 함께 생각한다면, 제대로 된 프라이팬을 구입하는 것이 낫다. 코팅 프라이팬이 1만 원 안팎이지만 수명이 짧아 계속 바꿔야 하는 비용도 만만치 않고, 버려지는 쓰레기를 생각하면 처음에 좀 투자해서 5~6만 원 하는 제대로 된 무쇠나 스테인리스 제품을 구입하면 세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고 본다. 심지어는 평생 사용하고 물려 줄 수도 있다.
그래서 하나둘씩 구입하다 보니, 스테인리스 제품은 골고루 다 있고 무쇠제품도 작은 밥솥·냄비·궁중팬·프라이팬·대형 곰솥까지 갖추게 되었다. 물론 날마다 쓰는 것도 아니고, 어쩌다 쓰는 것이긴 하지만 말이다. 그렇다고 코팅팬이 없는 건 아니다. 계란말이용 프라이팬은 아직 벗겨지지 않아 아침에 시간이 없을 때 사용하곤 한다.
이렇게 선택한 무쇠솥이나 스테인리스 제품은 무겁고 때로 불편하기도 하지만, 음식의 깊은 맛을 낼 수 있어 좋다. 직접 무쇠·스테인리스·옹기 같은 것들을 모두 사용해본 결과, 그래도 만만하게 사용하는 것이 무쇠 제품이다.
스테인리스 프라이팬은 아침 바쁜 시간에 계란 프라이 하나를 하려면, 실패확률이 높다. 중불 이하에 예열을 충분히 하고, 물이나 기름을 떨어뜨려 '떼르르' 굴러다니면 되는데, 급한 마음에 미리 계란을 깨뜨려 달라붙기 십상이다. 또 잠깐 '아차!' 하는 순간 불을 줄이지 않아 검게 그을리고 음식찌꺼기가 눌어붙게 되면, 아주 난감한 상황이 된다. 스테인리스 냄비 여기저기가 지저분해지면 볼 때마다 마음이 불편해 하루 날을 잡아서 스테인리스 용품을 닦기도 한다. 인터넷에 떠도는 대로 식초를 넣어 끓여 보고 베이킹소다를 넣어 보기도 했는데, 말끔하지가 않다. 여러 시행착오 끝에 내 나름대로 터득한 세척법은 물에 식초와 베이킹소다를 같이 넣고 20분 정도 끓이고 나서 그대로 10분 이상 두었다가 부드러운 수세미로 닦아내는 것이다. 아주 넓은 냄비나 솥에 냄비를 통째로 삶으면 안과 밖 그리고 밑면까지 동시에 해결된다.
이런 불편함을 약간 해소하기 위해 프라이팬은 무쇠를 더 많이 쓰는 편이다. 무쇠제품은 처음에 길을 잘 들이는 것이 어렵지만, 길을 들이고 나면 조리를 하거나 세척하는 것은 오히려 훨씬 쉽다. 아주 간단한 요리이지만, 계란 프라이를 해서 먹으면 담백하고 깊은 맛을 느낀다. 무쇠솥에 밥을 하거나 삼계탕을 끓이거나 고구마를 쪄먹으면, 또 다른 맛의 즐거움이 있어 기분이 좋다.
스테인리스나 무쇠는 모두 중불 아래에서 써야 하는데 나이 드신 분들이나 성격이 급한 사람들은 무조건 센 불로 조리를 하는 습관이 있어 실패할 확률이 높아 사용하기를 꺼린다. 아들도 계란프라이나 볶음밥을 혼자 해먹을 때 스테인리스 팬에 하면 자꾸 눌어붙는다며 투덜대고 한 번 사용하고 나면 여기저기 시커멓게 눌어붙어 청소하기를 난감해 하기에 무쇠팬 사용법을 알려줬더니, 그런 불평이 없어졌다.
그래서 기회가 될 때마다 사람들에게 좋은 점을 알려주곤 한다. 이야기를 듣고 나면 다들 사고 싶어는 하는데, 처음 길들이기를 어려워한다. 해보고 나면 별거 아닌데, 뭐든지 안 해본 것에 대한 두려움이 큰 까닭이다. 주변에 그런 사람이 있으면, 아예 길들이기를 해준다. 사실 무거운 무쇠팬을 닦아내고 기름칠해서 불에 달구는 건 1시간 정도 걸리는 일이지만, 그걸로 삼겹살 구워먹고 볶음밥도 해 먹었는데 너무 맛있었다고, 고맙다는 말을 들으면 그런 수고쯤이야. 또 그 사람이 무쇠팬으로 요리하면 맛도 좋고 환경에 이롭고 오래 쓸 수 있다는 말을 다른 사람에게 열심히 홍보하는 모습을 보면 흐뭇하다.
간편하고 편리함에 길들여진 생활과 더불어 다양한 색깔과 모양에 유행에 눈을 뺏기고 유혹을 이기지 못해 어느 순간 새로운 것을 한 번 사보는 날도 있다. 하지만 결국엔 내 손에 익은, 본래의 것을 다시 꺼내들게 된다.
월간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1996년 창간된 우리나라 최초 생태 환경 문화 월간지입니다.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삶을 위한 이야기와 정보를 전합니다. 생태 감성을 깨우는 녹색 생활 문화 운동과 지구의 원시림을 지키는 재생 종이 운동을 일굽니다. 달마다 '작아의 날'을 정해 즐거운 변화를 만드는 환경 운동을 펼칩니다. 자연의 흐름을 담은 우리말 달이름과 우리말을 살려 쓰려 노력합니다. (☞바로 가기 : <작은 것이 아름답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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