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스승의 날이 부끄러운 특성화고 교사입니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스승의 날이 부끄러운 특성화고 교사입니다

[기고] 노동의 존귀함 가르치는 교사 삶을 살고 싶다

지난 1월 전주에서 발생한 특성화고 학생의 자살 사건을 접하니 작년 경기도 군포 특성화고 학생의 죽음과 서울 구의역 참사의 아픈 기억이 떠오른다. 그 사건의 희생자들은 한참 세상에 대한 희망을 품고 살아가야 할 시기임에도 싸구려 노동시장으로 내몰려 생을 마감하였다. 교육을 받아야 할 학생이 노동하는 현실은 바뀌지 않고 있다. 젊은 영혼이 우리 곁을 떠났음에 불구하고 특성화고 파견 현장실습 제도는 변함없이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죽음은 반교육적이고 반인권적인 제도와 부당한 노동행위를 방치한 결과 빚어진 사회적 타살이다.

2004년의 특성화고 3학년 담임을 맡았던 경험은 나를 한없이 작게 만들었다. 1학기 기말고사가 끝나면 관행처럼 아이들이 현장실습을 나갔다. 누가 현장실습 나가라고 말할 필요도 없었다. 이미 선배들이 했기에 학교로 의뢰가 온 기업을 소개하기도 전에 아이들이 먼저 알아서 서류를 내밀었다. 7월 말의 1차 폭풍이 지나고 2학기가 시작되면 다시금 아이들이 현장실습을 나가기 시작했다. 하나 둘씩 사라지는 교실 분위기에 아직 세상으로 나갈 마음의 준비가 덜된 아이들조차 9월말이면 학교를 떠났다.

성인들조차 문턱을 넘는 일이 두렵기 마련인데 그렇게 세상에 첫 발을 내딛는 아이들이 대견스럽기까지 했다. 하지만 우리 반 아이들이 취업한 곳으로 현장 점검을 나가서야 문제의 심각함을 알 수 있었다. 터널 현장에서 2교대 근무하며 일반 성인 노동자와 별반 다르지 않은 일을 하고 있었다. 어떤 아이는 도로공사 현장에서 깃발 들고 교통 정리하는 일을 한다며 나를 보고 하는 말이 '선생님! 저 대학 갈래요! 다시는 토목하지 않을 거예요'였다. 그런 아이의 말에 나는 무엇이라 대꾸했던가? 아이들 앞에서 있는 무력한 공범자의 모습일 뿐이었다. 겨울이 되면서 아이들은 학교로 삼삼오오 돌아오기 시작했다.

내가 처음 3학년 담임으로서 경험한 현장실습은 수업시간에 공식적으로 돈벌이를 할 수 있게 해준 제도였다. 기업은 단순 업무를 낮은 임금으로 손쉽게 해결하고 학교는 교육이라는 명목으로 아이들을 학교 밖으로 몰아내고 교육활동이 아닌 다른 일에 몰두하고 있었다. 학교의 역할에 대해 혼란을 느끼며 이후 다시는 3학년 담임을 맡기가 어려웠다.

ⓒ프레시안(최형락)

시간이 흘러 다시 3학년 담임을 맡았을 때는 현장실습 나가는 아이들도 적었고 또한 아이가 힘들어 할 경우 즉시 학교로 복귀하도록 조치를 했다. 그러다보니 대체로 가정 형편이 어려운 소수의 아이들만이 실습 나간 기업에 남게 되었고, 다수의 아이들에게 현장실습을 나가도록 강요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 마음의 위안을 받았을 뿐 기업에 남아 여전히 착취를 당하고 있는 소수의 아이들을 구원해 줄 수는 없었다. 마음 한구석이 아픈 지점이다. 평등한 교육을 받을 시기에 누구의 자녀들은 가정 형편 때문에 제 앞가림을 스스로 해야 하는 현실에서 그들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았다. 그저 받아야 할 임금은 제대로 받았는지 확인하고, 어른들이 아이들을 험하게 다루지 않게 사장이나 실습생 담당자에게 당부하는 말을 남기고 기업 현장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이런 못나고 한없이 부끄러운 나에게 스승의 날이라고 잊지 않고 문자 남기며 안부 전하는 제자들이 있다. 어김없이 다가오는 5월 15일 유난히 부담스러운 하루다. 난 아이들에게 '스승'이라 부름을 받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나의 삶에 대한 고민으로 가시가 많아 다른 사람을 품을 품격도 갖추지 못했다. 그나마 교사가 되어 만난 훌륭한 선생님들의 모습을 따라 닮아가려고 노력하고 있을 뿐이다. 세상은 가장 얇은 삶을 가장 먼저 찢어 버리지 않던가? 교사들의 노동자로서의 권리가 존중받지 못 하는 현실에서 아이들의 권리를 지켜내는 일이 요원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굳어지면서 나의 노동권을 지키는 투쟁에 힘을 쏟고 있다. 노동의 아름답고 존귀함을 당당하게 학교 현장에서 가르치는 교사 삶을 살고 싶다. 이것이 나를 잊지 않고 기억하는 제자들에 대한 보답이지 않을까 한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