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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김정은에 '탈북민 이산가족 상봉'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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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김정은에 '탈북민 이산가족 상봉'을 제안한다

[기고]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보다 확실하게 전할 방법

지난 4월 27일, 하루 종일 온 몸에 전율이 올라오듯 짜릿한 하루였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정상회담은 가히 파격적이었고 기대 이상이었다. 필자의 몸은 영락없이 거기에 반응했다.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

필자가 북녘의 고향을 떠나온 지 어느덧 14년이 흘렀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했던 옛말은 말 그대로 옛말이 되었고, 지금은 1년이면 세상이 변하는 시대다. 고향을 떠나던 14년 전과 달리 지금 그 땅은 참 많이 변했다.

배급제는 이미 20년 전에 붕괴됐고, 지금은 장마당이 경제를 움직인다. 그렇게도 외치던 '자력갱생'의 삶을 인민 스스로가 시장에서 해결하고 있다니 아이러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변하지 않은 것이 있는데, 바로 인권 탄압과 공포 정치다. 세계가 북한의 변화를 변화로 보지 못하는 이유다.

4.27 판문점 선언은 진전된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김정은 위원장의 비핵화 약속에 불신과 우려를 나타낸다. 또 다른 우려는 '인권 탄압'이다. 인권 이슈는 김 위원장에게 '핵 폐기'와 맞먹는 치명적인 약점이다. 정상회담 테이블에 오르지 못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래서 인권 운동을 해 왔던 사람들은 '획기적인' 선언임에도 아쉬움과 우려를 표한다. 하지만 필자 입장에서는 기대가 더 크다.

70년 전 둘로 갈라진 남과 북은 서로를 증오하다 수백만 명의 실향민을 만들었고, 북쪽은 다시 제2의 실향민인 탈북자를 만들어냈다. 백발 초로의 노인이 되어 이산가족 상봉 테이블에서나 가족을 만나게 될까 두렵다. 그런 날이 오기 전에 왕래라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래서 김정은 위원장에게 제안한다.

이산가족 상봉에 탈북민을 포함시켜 주기 바란다. 6월 북미 정상회담 전 김 위원장이 탈북민 이산가족 상봉을 선언한다면 효과가 가장 크겠지만, 이후라고 해도 선언 그 자체만으로도 파격적이다. 김 위원장이 진짜 '한반도 운전자'가 될 수 있는 기회다. 탈북민 이산가족 상봉 발표는 이미지 쇄신이 절실한 본인에게도, 폭군이 아닌 지도자를 원하는 인민에게도, 쇼(show)가 아닐까 우려하는 세계인에게도, 고향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탈북민에게도, 한반도 비핵화보다 더 확실한 평화 염원의 메시지를 분명하게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지금 탈북민에게 그런 기회가 온다고 해도 선뜻 나서기에는 걱정이 앞선다. 행여나 만날 수 있다고 해도 가족의 안위가 걱정되기 때문이다. 그러니 우선 남과 북 양쪽에서 공개된 일부 탈북민과 가족에게 문을 열어주길 바란다. 북쪽에 남은 가족의 안전을 보장하면서 남쪽 탈북민과 상봉시킬 수 있다면, 남북 대화는 새로운 전환기를 맞이할 것이다.

탈북민 이산가족 상봉이 지금 이뤄져야 할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김정은 위원장 본인에게 매우 유리한 기회다. 북한 정권은 인권 탄압과 공포 정치를 해 왔고 탈북민을 '배신자'로 낙인찍었다. 그런데 남북 정상회담에서 직접 '탈북자'를 언급했다. 김 위원장에게서 변화가 보이는 것은 분명하다. 만약 이산가족 상봉에 탈북민을 포함시킨다면, 인권 탄압 이미지를 상쇄하고 북한 인민에게도 '따뜻한 령도자'로 재인식될 기회다.

둘째, 세계인의 우려를 불식시킬 보다 확실한 카드다. 북한 인권 운동을 했던 사람들에게는 북한이 핵을 폐기하는 것보다 더 큰 감동은 인권 탄압과 공포 정치를 멈추는 것이라고 여긴다. 따라서 탈북민 이산가족 상봉은 판문점 선언의 진심을 확실하게 전달하기 위한 대담하고 획기적인 결단이 될 수 있다.

셋째, 전 세계에 흩어진 탈북민이 족히 수백만 명이다. 자유국가에 정착한 탈북민은 기껏 4만 명도 채 안 된다. 적어도 수십 만 명의 탈북민은 여전히 중국과 제3국에서 자유와 안전을 갈망하며 숨어 지내고 있다. 증오와 불신으로 가득한 탈북민에게 가족을 만날 수 있는 조금의 기대라도 줄 수 있다면, 김정은 위원장도 잃는 것 보다 얻는 것이 더 많을 것이다.

그래서 다시 한번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대담한 결단을 기대한다. 최대 핸디캡인 인권 탄압 이미지를 상쇄할 수 있고, 탈북민은 가족을 만날 수 있어 좋고, 세계는 판문점 선언의 진심을 더 신뢰할 수 있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더불어 문재인 대통령도 김정은 위원장에게 탈북민 이산가족 상봉을 조심히 제안해 준다면 '북한 인권문제를 소홀히 한다'는 지적에 응수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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