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월 남짓한 기간 '여학생 성추행' 여부를 두고 전라북도학생인권교육센터(이하 인권센터)의 조사를 받았던 교사는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했다.
사건 발생이후 받았던 경찰조사는 ‘혐의 없음’으로 결정됐지만 인권센터의 조사는 계속됐다. 이후 7월 3일 인권센터는 ‘성희롱,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 부적절한 신체접촉 등’을 이유로 전북도교육감에게 해당 교사의 신분상 처분을 권고했다. 교육감은 징계명령을 내렸고 감사과에서 감사예정일을 통보했다.
감사 통보를 받은 다음 날 A교사는 자신의 집 차고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A교사의 부인(이하 부인)은 인권센터 조사에서 A교사의 인권은 찾아 볼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여기서 받은 압박과 수치심이 결국 그를 죽음으로 내몰았다는 주장이다.
‘성추행’을 당했다던 여학생들은 A교사의 장례식장에 스스로 찾아와 ‘사과’를 했다고 한다.
15일 스승의 날을 앞두고 A교사 부인의 시각에서 지난해 벌어졌던 부안의 여중생 성추행 사건을 다시 살펴봤다. <편집자 주>
지난해 4월 20일 평소와 다른 모습으로 A교사가 퇴근했다. 불안한 모습에서 또 동료 교사의 괴롭힘이 있는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수준이 아니었다. 전날 오후 지역 언론들이 떠들썩하게 보도했던 ‘여중생 성추행’ 사건의 주인공이 A씨라는 것이었다.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지만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려 노력했다.
A교사 역시 많이 놀란 상태였다. 무슨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전혀 모르는 것 같았다. 학교에 기자가 와서 여학생들을 성추행한 사실 여부를 물었지만 제대로 대답할 시간도 없이 이어 도착한 경찰이 기자들을 보내버렸다고 했다.
학교에서는 집에 가서 잠잠해질 때까지, 3일 정도 나오지 말고 쉬라고 했다는 것. 알고 보니 출근정지를 한 것이었다.
나중에 알게 된 것들로 정리해보면 전날 야간 자율학습 시간에 A교사에게 서운한 일을 당했던 학생의 발언이 사건의 발단이 됐다.
무단 귀가한 여학생이 혼날 것이 두려워 부모에게 A교사가 자신에게 폭언을 했고 친구의 허벅지를 주물러 야간자습을 하지 않았다고 변명한 것.
놀란 여학생 부모는 친구의 부모에게 전화를 했고 다음날인 19일 학교가 발칵 뒤집혔다. 경찰은 21일 혐의가 없다며 내사 종결처리를 했고 당일 부안교육지원청에 유선으로 통보했다.
문제가 풀리는 듯 했지만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같은 달 24일 A교사는 부안교육지원청으로부터 직위해제 통보서를 받아 교원연수원으로 출근하게 됐다. 대기발령으로 교원연수원에 출근하는 A교사는 이미 ‘성범죄자’라는 낙인이 찍혔고 점차 스스로 무너지기 시작했다.
늦은 밤이 되면 집 주변을 어슬렁거리며 깊은 한숨과 함께 줄담배를 이어갔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로 알려진 여중생들이 사실은 성추행이 없었다는 탄원서를 교육청에 보냈지만 반영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까지 일어난 일은 서막에 불과했다.
4월 말께 인권센터에서 5월 2일에 조사를 받아야 한다는 전화가 걸려왔다. A교사는 깔끔한 모습으로 조사를 받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양복까지 마련해 당일 조사를 받으러 갔다.
하지만 도저히 혼자 갈 용기가 나질 않았는지 부인에게 함께 가달라고 부탁했다.
조사 당일 부인은 인권센터에 A교사와 함께 들어가려했으나 제지를 당했다. 결국 차에서 3시간 정도 혼자 A교사를 기다려야 했다.
조사를 마치고 나온 A교사는 백지장처럼 하얀 얼굴로 나왔다. 아무 말도 못하는 그의 등은 이미 땀으로 흠뻑 젖은 상태였다. 무엇인가 크게 잘못된 것이다. 자동차 핸들에 머리를 묻고 있던 A교사가 진정되기까지는 한참이 걸렸다.
A교사는 처음에는 아이들을 성추행한 사실도 없고 학생들 역시 성추행 사실이 없다는 ‘카톡’ 문자를 보내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조사관은 A교사 주장대로라면 아이들이 무고로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해서 그럼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 묻자 잘 생각해서 대답하면 된다고 했다고 한다.
조사를 받고 온 A교사는 "학생들이 오해 했습니다"라고 말해도 전혀 반영되지 않은 것 같다고 한탄만 했다.
같은 달 10일 피해자로 알려진 여학생들의 탄원서와 남학생, 졸업생의 탄원서, 학교운영위원회와 학부모 연명 탄원서가 인권센터에 접수됐다.
부인은 또 A교사와 함께 인권센터로 찾아가 학생 당사자가 조사를 원하지 않고 경찰에서 ‘혐의 없음’으로 내사종결 처리한 만큼 구제신청을 각하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거절당하고 재조사를 하자고 강요를 받았다.
이어 12일 진행된 인권센터의 2차 조사도 답답하게 진행됐다. 조사관이 일부라도 인정해야 중징계를 피할 수 있다는 듯 이야기해 펑펑 울며 학생들에게 스킨십을 한 것 같다는 취지로 진술서를 작성했다.
또 A교사는 아이들이 무고로 처벌 받을 수 있다는 조사관의 말이 걸리는 듯 자신이 오해했다고 이야기하기로 했다. 오전 조사가 끝나고 점심식사 자리에서 A교사는 밥도 먹지 못하고 ‘제가 오해했습니다’란 말을 넋이 나간 사람처럼 연습하곤 오후 조사를 받으러 갔다.
이날 조사가 끝나고 인권센터를 나서는 A교사를 향해 조사관은 "불문경고 정도로 끝날 겁니다"라며 위로했지만 상황은 더욱 나빠졌다.
지난해 7월 3일 진행된 인권센터의 심의위원회 의견진술에서도 제대로 진술조차 못했다. 억울하다고 장황하게 얘기하면 오히려 밉게 보여서 좋지 않다며 5분 정도로 짧게 진술하라고 알려줬다는 것. 결국 7월 18일 전달받은 심의결정문에는 ‘성희롱,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 부적절한 신체접촉 등으로 인한 인권침해,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 침해, 인격권 침해 등’으로 A교사를 신분상 처분 경고할 것을 권고했다.
해당 사실을 전라북도교육청에서 집으로 결정문이 등기로 배달됐다. A교사는 변호사를 알아본다며 외출나간 동안 부인이 대신 등기를 받았다. 부인은 결정문을 읽고 놀라서 A교사에게 전화, A교사는 곧바로 집으로 와서 결정문을 확인한 후 주저앉았다.
앞으로 교육청 감사를 또 받아야 한다는 것.
8월 4일 집 마당에 나가 앉아 있는 A교사가 얼굴과 팔 등에 모기가 붙어 있어도 날아 갈 때까지 미동하지 않았다. 넋이 나간 표정으로 방안에 가만히 앉아 있다 갑자기 벌떡 일어나 달려나가는 이상현상을 보여 부인은 계속 옆에 붙어 있었다.
‘내일 지구가 망해도 사과나무 한 그루를 심겠다’고 한 스피노자의 말을 인용하며 희망을 갖자고 전했지만 아무 말도 없었다.
이어 아이들 부모님이 진술서를 내준다고 하니 밝혀질 것이고, 밝혀지지 않더라도 함께 농사나 짓고 살자고 달랬더니 방긋이 웃었다.
그리곤 오히려 ‘당신 힘들겠다. 가서 좀 자’라고 말해 부인은 ‘별 일 없겠거니’ 생각하며 방에서 잠을 청했다.
하지만 이게 마지막이었다.
8월 5일 A교사는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와서 진실을 이야기해줘서 괜찮을 줄 알았다”란 유서와 담배, 라이터, 동전 몇 개를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부인은 아직도 한탄하고 있다.
A교사의 장례식장에 찾아와 자신들의 잘못을 이야기하는 여학생들이 아닌 자신을 탓하며 한탄하고 있다.
일이 벌어졌을 때 처음부터 더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한 자신, 조사과정에서 힘들어하는 A교사를 좀 더 위로하지 못한 자신, 그리고 떠나기 전 날 잠을 청했던 자신을...
A교사가 떠난 이후 부인은 한시도 마음이 편한 날이 없다.
조사과정에서 비인권적이었던 상황을 혼자 감내했던 남편 A교사의 모습이 떠나지 않고 있으며, 또한 아직까지 ‘성범죄자’로 낙인 찍혀 있는 A교사의 명예가 회복되지 못했고 죽음으로 몰아간 이들의 사과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A교사의 부인은 인권위원회에 억울함을 호소하고 전북교육청 등에서 1인 시위를 아직까지 계속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긍정적인 답변을 받지 못하고 있다.
또 다음 아고라 청원을 수차례 진행하고 있지만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올해 3월 15일 이후에는 청와대 청원까지 하고 있지만 번번이 청원인수 20만명을 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부인은 오늘도 △A교사의 명예회복 △순직처리 △조사한 사람들의 진심어린 사과 등을 요구하며 혼자 싸우고 있다.
부인 강모씨는 “학생들의 인권도 중요하지만 교사의 인권도 중요하다”며 “조사과정에서 일어났던 비인권적인 상황들로 인해 남편이 떠나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는 학생인권센터 시스템에 의한 살인이다”며 “자신들의 자리만 보전하려는 사람들로 인해 진실이 밝혀지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전북도교육청은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조사가 이루어졌다고 해명했다.
전북도교육청 관계자는 “당시 교육청은 A교사의 사망에 대해 심심한 위로를 유족분들께 전한 바 있다”며 “유족측 주장과 다른 부분이 있지만 자체조사에서 메뉴얼에 따라 정상적인 조사가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어 “A교사가 사망하면서 행정적인 최종 결정이 이뤄지지 못했지만 검찰 조사가 나오는데로 이에 맞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스승의 날인 15일 오후 2시 서울시 을지로에 있는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A교사의 진상규명 및 관련자 처벌 촉구 집회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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