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이진숙 의원이 '전두환 찬양' 단체, '뉴라이트 인사'들과 함께 지난 13일 개최한 '5·18 민주화운동의 재조명'이라는 주제의 포럼을 두고 벌어진 일은, '장동혁 대표의 '징계 정치'가 오해를 벗을 수 있는 중요한 기회를 제공한다.
그동안 장동혁 대표는 얼마나 많은 오해를 받아왔던가. 당대표의 정당 운영 방식을 "파시스트적 체제"에 비유하고, 일부 강성 당원들을 "망상에 빠진 사람들"이라고 비판한 김종혁 전 최고위원을 향해 "모욕적 발언을 반복했다"면서 중징계를 내렸다. 김종혁 전 최고위원은 "윤리위가 정치적 반대자들을 숙청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고 주장했는데, 물론 국민의힘 지도부는 이런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윤리위는 중립적인 판단을 내렸다는 것이다.
무소속 한동훈 의원(전 국민의힘 대표)에 대해서는 어떤가. 당원게시판에서 가족으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윤석열 부부를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는 이유로 징계 최고 수위인 제명이 결정됐다. 당대표의 가족이 맞든지 맞지 않든지, 대통령을 비판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의 영역에 속하지 않는 모양이다. 지난 4일 강간살인미수 사건인 '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피해자가 참석한 간담회에서 국민의힘 서병수 의원이 같은 당 진종오 의원에게 "돌려차기 한 번 하시죠"라고 했고, 이를 들은 진 의원이 "저는 발보다 손을 잘 쓴다"고 답한 일이 발생했다. 국민의힘은 곧바로 이들에 대한 징계에 착수했는데, 공교롭게도 이들이 지난 재보궐 선거 때 무소속 한동훈 의원을 지원한 인사들(친한계)라는 점이 논란이 되고 있다. '장동혁 대표가 당내 친한계 의원들을 징계하려 한다'는 오해가 발생한 지점이다.
그런데 좀 이상한 사건이 있다. 지난 13일 국민의힘 이진숙 의원이 개최한 '5·18 재조명 포럼'에 대한 대응은 온도차가 확연히 느껴지는 것이다.
당 원내지도부가 행사 개최 전에 취소까지 요청했는데 우선 이 의원은 그걸 거부하고 포럼을 강행했다. 그리고 이 포럼에서는 5·18을 '소요 사태'라고 규정하는 발제가 나왔다. "딥스테이트'(Deep State, 막후 권력자들)가 한국을 지배하고 있다. 딥스테이트가 형성되는 결정적 계기가 1980년 5월 광주에서 있었던 소요 사태"(이영훈 전 서울대 교수)라는 것이다. 이런 수준의 거대하고 엄청난 음모론을 수용할 분위기가 한국 사회에 과연 형성돼 있는지 의문이다.
이진숙과 함께 포럼을 연 단체는 새역사국민운동이라는 곳인데, 여기는 '뉴라이트'로 유명한 이영훈 전 서울대 교수가 대표로 있는 곳이다. 이 단체는 조직 강령에 "1980년의 광주사태…(중략)…전개 과정에서 발생한 많은 인명의 손상은 몇 가지 우연적 요인이 겹쳐 발생했으며, 이를 두고 국가 폭력이 기획한 학살이라 정의함은 온당하지 않다", "전두환 대통령의 커다란 공적을 정당하게 평가함에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을 못박아 두었다. 토론회에 내란 쿠데타의 주역인 전두환 전 보안사령관의 비서실장이 참석했다니, 그 스케일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이 포럼에 대한 비판이 나오자 이진숙은 "'민주'를 내세운 운동이 민주국가의 가장 중요한 자산인 사상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반민주적인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라고 한다. 본인 스스로도 민망한 건지 뭔지 모르겠지만, "김정은의 서울 방문을 환영하는 모임이 서울 한 복판 광화문에서 열려도 어제 5.18 학술토론회만큼 비판·비난을 받았나, 그런 생각을 해본다"고 말했다. 이건 비유적으로 '전두환=김정은'이라는 등식을 인정한다는 것으로 해석되는데, 전두환이 김정은 수준의 인물인 걸 인지하면서도 그런 단체와 토론회를 열었다는 것인가?
문제는 국민의힘의 공식 반응이다. 아직 "부적절했다", "재발하지 않기를 바란다"는 수준이다. 윤리위 회부 여부도 결정된 것이 없다고 한다. 이진숙 의원 말대로 '표현의 자유'가 존중돼야 한다면 김종혁 전 최고위원이나 한동훈 의원 가족들이(실제로 그랬다면) 한 발언들은 왜 '표현의 자유'에서 예외가 되어야 할까?
국민의힘은 "5·18 정신을 우리 헌법 전문에 수록하자는 주장에 저희 당이 동의한 적도 있다. 모든 근대사의 민주화 정신에 대해서 저희 당도 계승하도록 하자는 것은 당의 입장이 확고하다"(최은석 원내수석대변인)고 한다. 그러면 당 대표 비판은 당의 정체성을 훼손하는 행위이고, 당이 계승한다고 선언한 민주화운동의 역사적 성격을 흔드는 행위는 당의 정체성을 훼손하는 행위가 아닌가?
이진숙은 장동혁 대표가 공천한 사람이다. 국민의힘에서도 알짜 지역구인 대구 달성을을 받은, 당이 총애하는 정치인임을 입증한 사람이다. 자, 장동혁 대표는 지금 오해(?)를 받고 있다. 많은 오해 가운데, 지금 벌이고 있는 '징계 정치'가 당을 진정으로 위한 것이 아니라, 본인의 권력을 놓지 않으려고 반대파를 제거하려는 목적이 있다는 오해가 가장 크다. 당권 유지와 보수 지지층 재편으로 다음 총선에 공천권을 행사할 수 있는 당대표 직 연임에 도전한다는 오해까지 나아가고 있다.
이진숙 의원은 이 오해를 불식시킬 절호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진숙을 '당의 정체성을 훼손하고 품위 의무를 위반한 혐의'로 징계를 추진하면 된다. 그간 반대파들에게 해왔던 그 방식대로 말이다. 만약 이진숙 의원이 징계를 받게 된다면, 장동혁 대표는 '오해'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과거 사례도 있다. 2019년 자유한국당은 5.18이 북한군 소행이라는 주장을 하던 지만원 씨를 초청해 토론회를 연 이종명 당시 의원을 제명했다. 그 제명 결정이 선거를 앞둔 꼼수든 아니든, 명확한 건 이종명 의원이 최고 수준 징계인 제명 처분을 받았다는 것이다. 이진숙 의원이 제명 수준의 징계를 받는다면, 이종명 의원을 제명했을 때 '비례대표 의원직 유지로 위성정당을 창당하려는 꼼수 징계'라는, 당 역사의 불명예스러운 오해까지도 일거에 해소할 수 있다.
만약 이진숙 의원이 징계를 받지 않는다면, 그리고 이종혁이나 한동훈 징계 사례처럼 친한계 의원들에 대한 징계만 선별적으로 추진되는 모양새로 귀결된다면, 장동혁 대표는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파시스트'이자 '사적 권력을 추구하기 위해 반대파를 징계하는 자'라는 오해를 받게 될 수 있다.
아직 이진숙 의원에 대한 윤리위 회부가 결정되지 않았다. 납득할만한 장동혁 대표의 후속 조치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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