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을 다시 읽는 일은 결국 우리가 어떤 세상을 만들 것인지 다시 묻는 일이다."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이 노무현 전 대통령 탄생 80주년(2026년 9월 1일)을 기념해 <노무현 평전>(윤태영 지금, 위즈덤하우스 펴냄)을 출간했다. 세상을 떠난 지 17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지만 여전히 정치권과 사회 곳곳에서 끊임없이 소환되는 정치인 노무현. '기억 속의 노무현'을 '역사 속의 노무현'으로 조명한 이 책은 첫번째 공식 평전이다.
3년을 자신하던 평전이 10년이나 걸린 이유
저자는 윤태영 전 청와대 대변인이다. 그는 1988년 노 전 대통령의 첫번째 에세이 <여보, 나 좀 도와줘> 출간 작업에 참여한 이래로 20여년간 노 전 대통령과 함께 했다. "고민할 것 없네. 자네가 본 대로 들은 대로만 쓰게. 과장할 것도 없고 일부러 빼놓을 것도 없네." 노 전 대통령이 생전에 남긴 이 말을 지키기 위해 600여권의 포켓수첩, 1000개의 파일, 노무현사료관의 구술·연설문, 참모들의 비망록과 녹취록 등 160여 개의 비공개 기록까지 방대한 사료를 꼼꼼이 검토했다.
"노무현 평전을 쓰겠다고 처음 마음을 먹은 것은 정확히 10년 전 일이다. 당시 나는 길어야 3년이면 평전의 모든 작업을 끝낼 것으로 예상했다. 가까운 거리에서 지켜보며 노무현의 일거수일투족을 기록했던 시간과 자료들이 자신감의 원천이었다. 그 자신감이 무모하고 허튼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기까지는 5년이라는 세월이 걸렸다."(프롤로그 중에서)
깊은 고민 끝에 저자는 평전과 일대기의 혼합 형식으로 첫 공식 평전을 썼고, "부족하지만 이것으로 노무현의 숙제를 마무리한다"고 밝혔다.
전반부인 제1장에서 5장까지는 척박한 시골 마을의 가난한 소년이 인권변호사로 성장하고, 1990년 통일민주당 임시전당대회에서 “이의 있습니다”를 외치며 3당 합당에 맞서던 모습, 그리고 '청문회 스타'를 거쳐 대통령에 당선되기까지 연대기 순으로 기술했다.
제 6장은 대통령 재임기간(2003~2008년)을 다뤘다. 북핵 문제,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검찰개혁, 한·미 FTA 추진, 대연정 제안, 대통령 연임제 개헌, 당정 분리, 지방균형발전 등 참여정부가 맞닥뜨렸던 수많은 난제들에 대한 논의들이 담겼다.
제7장은 퇴임 후, 제8장과 9장은 리더십과 캐릭터, 말과 글에 대한 이야기들을 담았다.
귀엣말이 없었던 노무현의 정치...시대를 앞서간 '시간 여행자'
노 전 대통령은 유독 말에 집착했던 정치인이다. 청와대 출입기자들 사이에서 해외 순방시 갖는 '동포간담회'는 '공포간담회'(대통령의 발언이 너무 많아 공포스럽다는 의미)로 불리기도 했으며, 행사에서 수만자 분량의 발언을 해서 저녁 약속을 취소하고 야근을 해야하는 일들도 비일비재했다.
노 전 대통령은 다변가였지만, 자신의 말만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보다 토론을 중요하게 생각했던 대통령이었다. "이쯤 가면 막 하자는 거지요"라는 발언이 크게 부각됐지만, 평검사들과 토론회를 가진 것도 노 전 대통령이었기에 가능한 발상이었다. 대화를 통해 상대를 설득하고 최소한의 합의를 찾아가는 민주주의 정신과 절차를 중시했기에 노 전 대통령은 말을 많이 했다고 윤 작가는 해석했다.
이처럼 말이 많았던, 말을 중시했던 노 전 대통령이었지만 하지 않은 말이 있다.
"정치인 노무현이든 대통령 노무현이든, 그의 사진첩을 일람하다 보면 특이한 사실 한 가지를 발견할 수 있다. 노무현의 사진에는 귀엣말을 하는 장면이 전혀 없다. 누군가를 상대로 귓속말을 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어느 때든 누구든 그에게 다가와 귓속말을 전했던 장면을 접한 기록이 거의 없다. 3김 시대만 해도 귓속말은 정치권의 일상이었다. 오히려 그런 장면이 신문 1면을 장식하는 것은 흔한 일이었다. 그러나 노무현의 정치에는 귀엣말이 없었다. 그는 둘만의 비밀을 경계했다."(에필로그 중에서)
검찰개혁, 개헌, 대연정(적대적 정치의 해소), 행정수도 이전(지방 균형 발전) 등 노 전 대통령이 던졌던 화두와 과제들은 2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여전히 한국 사회의 현재진행형 의제다. 이재명 대통령도 축사를 통해 "'사람 사는 세상'을 향한 대통령의 꿈은 우리에게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고 밝혔다. 10년에 걸쳐 끝낸 '숙제'를 통해 역사적 맥락을 되찾은 노 전 대통령이 남긴 말과 업적은 한국 사회의 미래를 치열하게 고민한, 시대를 앞서간 정치인의 면모를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