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가 서울시 중증장애인 권리중심 일자리 사업을 '기형적'이라고 비난한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공적 책임을 가진 주체로서 인권적 관점에서 신중하게 용어를 사용하라'는 의견을 표명했다. 다만 해당 발언이 장애인 차별이나 괴롭힘은 아니라 판단해 관련 진정은 기각했다. 진정인 측은 이에 불복해 법적 대응에 나설 방침이다.
8일 인권위가 국회 운영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서미화 의원실에 제출한 결정문을 보면, 인권위는 지난 6월 오 시장에게 "대중적 파급력이 큰 지방자치단체장으로서 향후 공식 언론 표명 시 인권 감수성을 고려한 신중한 용어 선택과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상의 괴롭힘 관련 규정들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이번 의견 표명은 서 의원 등 장애인 당사자 91명이 제기한 진정에 따른 것이다. 앞서 오 시장은 지난해 9월 중증장애인 권리중심 일자리 사업에 대해 "전 세계에 유례 없는 기형적인 일자리"라고 했다. 해당 일자리가 시위 동원의 성격을 가진다고도 주장했다.
진정인들은 오 시장의 해당 발언과 주장이 장애인 차별 행위이며 권리중심 일자리 등 장애인 정책에 사회적 낙인을 형성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오 시장 측은 장애인이 아니라 일자리 사업에 대한 행정적 평가로 장애인차별금지법상 괴롭힘 또는 차별 행위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인권위는 오 시장의 발언이 장애인차별금지법상 괴롭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진정 자체는 기각했다. 이유에 대해 인권위는 "오 시장이 사용한 '기형적'이라는 표현은 그 자체로 부정적이고 거친 표현에 해당할 수 있으나, 이 사건에서는 그 표현이 장애인 또는 장애인의 신체적·정신적 특성을 지칭하거나 장애인을 열등한 존재로 평가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되었다고 볼 만한 구체적인 사정은 확인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시위 동원' 발언에 대해서도 "전체적인 맥락을 볼 때 권리중심 일자리에 참여하는 장애인 개개인을 비난하거나 그들의 장애를 이유로 부정적인 평가를 한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다만 인권위는 오 시장의 발언이 부적절했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오 시장 발언은 정책 및 제도에 대한 비판이 해당 정책 사업에 이미 참여한 장애인들의 노동과 사회 참여 자체에 대한 부정적 평가로 받아 들여질 가능성이 있었고, 이에 따라 참여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나 부정적 인식을 강화할 우려가 있었다"며 "공적 책임을 가진 주체가 사용하는 표현으로서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에 미칠 영향을 충분히 고려한 발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공직자의 표현은 그 지위에서 비롯되는 사회적 영향력을 고려해 행사될 필요가 있으며, 특히 장애인과 같이 사회적 편견과 차별에 취약한 집단과 관련된 사안에서는 정책에 대한 비판과 장애인 당사자에 대한 부정적 인식 형성 사이의 경계를 충분히 고려해 보다 신중한 표현 선택이 요구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오 시장은) 공식적인 발언 과정에서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나 부정적 인식을 강화할 수 있는 표현을 피하고 인권적 관점에서 신중한 용어를 사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진정인 측은 인권위의 기각 판단이 잘못됐다는 입장이다. 서 의원은 "권리중심 일자리에 대한 '기형적' 표현은 장애인의 노동과 사회참여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강화하는 말" 이라며 "정책 비판이라는 이유로 장애인에 대한 낙인과 차별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진정에 동참한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는 기각 결정에 불복해 행정심판을 청구할 계획이다.
한편 중증장애인 권리중심 일자리는 권익옹호, 문화예술, 인식개선 교육 등 공적 노동을 수행하는 최중증장애인에게 공공이 일자리를 제공하는 제도다. 서울시에서는 2020년 7월 도입됐으나, 오 시장 재임 시기인 2023년 12월 폐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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