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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서 자유, 광주서 흥과 한을 배웠죠"…김상욱 전남광주시립국악관현악단 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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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서 자유, 광주서 흥과 한을 배웠죠"…김상욱 전남광주시립국악관현악단 악장

연고 없는 광주 정착해 종횡무진…정기공연 '바르도 달빛축원' 성황

서울에서 나고 자라 미국에서 7년간 음악을 공부한 뒤 아무런 연고도 없던 전남광주에 터를 잡은 작곡가이자 지휘자가 있다. 지난해 7월부터 전남광주통합특별시립국악관현악단 악장을 맡고 있는 김상욱 작곡가·지휘자다.

거문고 연주로 음악을 시작해 국악 작곡과 서양 작곡, 지휘를 두루 공부한 그는 서울에서 쌓아가던 활동 기반을 정리하고 지난해 7월 전남광주통합특별시립국악관현악단 악장으로 부임했다. 이후 작곡과 지휘, 악단 연습 지도를 오가며 광주 무대에서 종횡무진 활동하고 있다.

최근에는 한가위의 달빛과 남도 특유의 흥·멋·한, 동학농민운동으로 대표되는 호남의 역사적 아픔을 한데 엮은 제150회 정기공연 '바르도 달빛축원'을 성황리에 마무리했다.

<프레시안>은 16일 김상욱 악장을 만나 서울과 뉴욕을 거쳐 광주를 선택한 까닭과 광주에서 새롭게 그려가고 있는 음악에 대해 들어봤다.

▲김상욱 전남광주통합특별시립국악관현악단 악장이 16일 전남광주 예술의전당 사무실에서 <프레시안>과 인터뷰를 하고있다. 2026.9.16 ⓒ프레시안(강병석)

▷거문고 연주자에서 작곡가와 지휘자가 됐다. 어떤 과정을 거쳤나?

▲국악중학교에서 거문고를 전공했다. 고등학교 진학을 앞두고 지도교사께서 지휘처럼 더 큰일을 해보면 좋겠다고 권하셨다. 당시에는 국악 지휘 전공이 따로 없어 국악 작곡을 선택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작곡을 공부한 뒤 미국으로 유학해 뉴욕 메네스음대에서 석사과정을, 캘리포니아대학교 산타크루즈에서 박사과정을 밟았다. 뉴욕에서 가장 크게 배운 것은 음악적 자유였다. 한국에서는 '국악이니까 이래야 한다'는 틀을 의식할 때가 있었지만, 그곳에서는 각자 자신의 음악을 하며 서로의 차이를 존중했다.

귀국한 뒤에는 서울대학교에서 국악 지휘를 공부했다. 작곡으로 음악을 만드는 사람의 관점을 배웠다면 지휘를 통해서는 음악이 연주자와 관객을 만나 실제 소리로 살아나는 과정을 배우고 있다. 저에게 작곡과 지휘는 음악을 만드는 두 가지 방법이다.

▷서울을 떠나 광주에 자리 잡은 계기는 무엇인가?

▲광주와 처음 인연을 맺은 것은 2024년 광주시립국악관현악단의 젊은 지휘자 프로젝트였다. 관객 투표에서 좋은 결과를 얻어 다시 무대에 올랐고, 이후 박승희 상임지휘자로부터 악장 제안을 받았다.

서울에서 대학 강의와 작곡, 객원 지휘 활동의 기반을 만들어가고 있어 고민이 컸다. 광주에서 근무하려면 기존 활동을 상당 부분 정리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새로운 환경에서 음악을 해보고 싶었다. 미국 유학을 선택했던 것처럼 광주행도 새로운 도전이었다. 지금 돌아보면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제150회 정기공연 '바르도 달빛축원'에는 한가위와 호남의 정서를 어떻게 담았나?

▲한가위를 앞두고 열린 공연이어서 차례를 지내듯 떠나간 분들을 기억하고 그분들의 안녕을 기원하고 싶었다. 떠난 분들뿐 아니라 이 땅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평안도 함께 비는 자리로 만들고자 했다.

공연은 여행과 성찰, 맞이, 축원, 안식의 흐름으로 구성했다. 달과 관련된 곡으로 한가위의 정취를 살린 뒤 무속적 바탕을 가진 음악으로 제의적인 분위기와 남도 특유의 흥을 표현했다.

마지막에는 동학농민운동 등 호남의 역사와 맞닿아 있는 '바르도'를 배치했다. 호남 사람들이 겪어온 역사적 아픔과 한을 되새기고 남은 사람과 떠난 사람의 넋을 위로하는 진혼의 의미를 담았다. 한가위의 축원과 호남의 역사·정서를 하나의 흐름으로 엮은 공연이었다.

▲지난 11일 전남광주 예술의전당 소극장에서 열린 전남광주통합특별시립국악관현악단의 제150회 정기연주회 공연 '바르도:달빛축원' 실황 2026.9.11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예술의전당

▷서울과 다른 광주만의 음악적 매력은 무엇인가?

▲서울은 여러 악단과 음악가가 경쟁하며 새로운 흐름을 빠르게 만드는 곳이다. 연주가 정돈되고 세련됐다는 인상을 받을 때가 많다. 반면 광주는 음악을 대하는 감정의 밀도가 높다. 연주자도 관객도 화끈하다. 음악이 좋으면 공연 도중 추임새가 나오고 박수와 몸짓으로 감정을 표현한다.

광주는 산조와 시나위, 판소리, 진도씻김굿 등 남도음악의 중심에 있는 도시다. 남도음악은 인간의 희로애락을 깊고 아낌없이 드러낸다. 흥이 나면 마음껏 흥을 표현하고 슬픔과 한도 숨기지 않는다. 광주에서 느낀 흥과 멋, 한은 앞으로 제 작곡과 지휘에도 계속 반영될 것 같다.

▷악단의 강점과 앞으로 보완할 점은 무엇인가?

▲단원들의 공연 집중력과 표현력이 상당히 좋다. 서울 악단의 연주가 정돈되고 일정한 틀을 갖춘 느낌이라면, 광주 단원들은 표현의 폭이 훨씬 넓다. 공연이 시작되면 감정을 최대치까지 끌어올리는 힘이 있다.

남도음악은 인간의 희로애락을 깊이 표현한다. 흥이 나면 흥을 마음껏 드러내고 슬픔과 한도 숨기지 않는다. 그런 호남의 정서가 단원들의 연주에도 자연스럽게 배어 있다고 느꼈다. 지휘자가 방향을 제시하면 연주가 유연하고 역동적으로 달라지는 것도 장점이다.

이번 공연을 준비하며 충분히 대화하고 신뢰를 쌓으니 단원들이 스스로 음악을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좋은 연주는 지휘자의 일방적인 지시가 아니라 단원들과의 신뢰와 소통으로 만들어진다는 것을 다시 느꼈다.

앞으로는 관객과 악단이 만나는 접점을 넓혀야 한다. 새로운 작품과 함께 좋은 반응을 얻은 곡을 꾸준히 무대에 올려 관객이 즐길 수 있는 악단만의 레퍼토리를 만들어야 한다.

▷앞으로 어떤 음악을 만들고 싶나?

▲작곡과 지휘를 결합한 작업을 더 적극적으로 하고 싶다. 제가 직접 음악을 만들고 연주자들과 함께 무대에서 구현하는 과정에 관심이 많다.

광주에서 접한 남도음악과 지역의 역사, 사람들의 애환도 제 음악에 영향을 줄 것이다. 전통에 뿌리를 두면서도 오늘의 관객이 어렵게 생각하지 않고 즐겁고 의미 있게 들을 수 있는 국악관현악 레퍼토리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16일 김상욱 전남광주통합특별시립국악관현악단 악장이 예술의전당 연습실에서 지휘 시범을 보이고 있다. 2026.9.16 ⓒ프레시안(강병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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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석

광주전남취재본부 강병석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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