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민주노총, 보수 양당의 독점권력 차지하는 수단으로 이용만 당해왔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민주노총, 보수 양당의 독점권력 차지하는 수단으로 이용만 당해왔다"

[불온(不穩)한 이야기]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

지난 7일 열린 민주노총 대의원 대회에서 메가특구 관련 원포인트 사회적 대화 복귀 의제가 표결에서 무산됐다. 이번 무산을 두고 민주노총 내부에서는 여러 말들이 오가고 있다.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 19명은 지난 15일 "일방적·졸속적·비민주적 운영 이제 멈춰야 한다"는 제목의 입장문을 통해 양경수 민주노총 집행부가 추진해 온 사회적 대화를 비판했다.

이런 가운데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올 11월 진행되는 민주노총 차기 위원장 선거에 출마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당선되면 위원장직을 세 번 연속하게 된다. 양 위원장은 "사회적 대화 과제를 완수하기 위해서는 다음 선거의 출마 필요성이 있다"고 출마 배경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11대 민주노총 위원장을 역임한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은 이번 사회적 대화 참여 건이 무산된 것을 두고 "쫓기는 듯 처리하려고 한 것에 대한 조합원들의 반발"이라며 또한 "노동자들이 양보하느냐 마느냐만 가능한 '메가특구 원포인트'로 사회적 대화를 하는 건 매우 궁색하다"라고 지적했다.

한 전 위원장은 민주노총의 역할을 두고도 "AI 시대에는 업종을 불문하고 노동자들이 사라지게 될 것"이라며 그렇기에 "민주노총 다음 집행부의 3년이 향후 30년을 좌우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상균 전 위원장은 노동자계급정당건설추진준비위원회 공동대표로서 2025년 제21대 대통령 선거 출마를 선언하고 노동조합단체 예비후보로서 원외 진보연합 후보 경선에 참여했다.

2009년에는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장으로 77일 옥쇄파업을 주도해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박근혜 정부인 2014년 12월에는 민주노총 최초 직선제 위원장 선거에 출마해 당선된 뒤 민주노총 위원장으로서 2015년 한 해 동안 '박근혜 퇴진' 집회를 주도해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아래 그와의 일문일답.

▲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 ⓒ프레시안(허환주)

▲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이창동 감독의 영화 <가능한 사랑>을 보았나. 어떻게 보았는지 궁금하다.

"아직 못 봤다. SNS와 여러 매체에서 이 영화에 대한 감상평을 보기는 했다. 분노하는 사람도 있고 어떤 사람은 꼼꼼하게 정리하기도 했다. 11월에 넷플릭스에서 나오면 혼자 막걸리 한 통 가져다 놓고 보려고 한다."

▲ 지난 7일,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서 메가특구 관련, 원포인트 사회적 대화 복귀 건을 표결에 부치려 했지만 대의원 과반 미달로 무산됐다. 왜 무산됐다고 생각하나.

"여러 사람과 조직이 모여있는 곳에서 중지를 모은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도 이번 사회적 대화 복귀 건은 무언가에 쫓기듯 처리하려 한 듯하다. 그에 따른 반발이라고 생각한다."

▲ 정부에서 사회적 대화를 제안했기에, 민주노총 내부의 중지를 모으는 기한이 마냥 길어질 수는 없다.

"관점이 달라져야 한다. 예를 들어 사회적 대화에서 논의하려고 한 메가특구 관련 법들은 이미 국회 상임위에 올라가 있다. 그 법이 완성형으로 상임위에 올라가 있는데, 이를 가지고 정해진 게 없다며 사회적 대화를 하자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 최소한 사회적 대화를 할 때까지는 상임위 일정을 미룬다는 이야기라도 나와야 했다. 노동계의 동의가 필요하니 알리바이(사회적 대화)는 만들고 모양만 갖추는 식이다. 정부는 일관되게 메가특구가 국익 차원에서 미룰 수 없는 일이라는 포지션을 가져오지 않는가.

▲ 그럼에도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민주노총에 사회적 대화 복귀를 촉구하고 있다. 여전히 민주노총이 들어오기를 바라고 있는 셈이다. 민주노총이 사회적 대화에 참여하려면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사회적 대화를 메가특구라는 원포인트로 하는 건 매우 궁색하다고 생각한다. 메가특구는 사실 노동계에 양보하라는 것 말고는 논의 거리가 없지 않나. 나라의 명운이 걸려있다면서 말이다. 초유의 세수 증가라든가, 무역 수지 확대에 따른 불평등 완화 대책 등 논의할 것들이 많은데 그런 것들은 아무것도 없고 메가특구 자체만 논의한다는 건 문제가 있다. 교섭이라는 건 서로 주고 받는 게 있어야 하지 않나. 그런데 메가특구로는 노동특례, 즉 노동자들이 양보하느냐 마느냐 밖에 남지 않는다. 그런 상황에서 사회적 대화를 한다고 하니 조합원들에게는 뜬금없는 이야기처럼 들릴 수 있다."

▲ 원포인트이긴 하지만 이것이 사회적 대화의 첫 자리가 되면서 사회적 대화가 제도화될 수도 있다. 그렇기에 민주노총 지도부도 처음엔 이렇더라도 받아들이고 앞으로의 관계를 만들어 가자는 취지로 이번 사회적 대화에 참여하고자 했을 듯하다. 정부도 전향적인 태도를 보인다. 표결제가 아닌 합의제를 받아들일 수 있다고 했을 뿐만 아니라 산별노조의 참여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정부는 변하지 않으리라 본다. 노동을 비중 있게 보지 않는다. 그간의 역사를 보면 알지 않는가. 이 사회의 중요한 축으로도 생각하지 않는다. 이것이 변하기란 어렵다고 생각한다."

▲ 왜 그렇게 생각하나.

"동서고금 막론하고 자본주의 역사에서 단 한 번도 노동자가 아무 말 없는데, 노동자의 요구를 들어준 적이 없다. 과거 기계 파괴 운동부터 노동자 총파업까지. 이는 자본주의라는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한 일종의 고육지책이다. 실력 행사에 나선 노동자와 협상하지 않으면 자본주의가 깨진다는 절박함에 노동자의 요구를 들어주는 식이다. 이것이 좋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노동자들이 그 정도 힘이 있어야지만 노동자의 요구조건을 자본이 들어준다는 이야기다."

▲ 지금의 사회적 대화도 그렇게 노동자의 힘이 뒷받침되어야만 합의가 이뤄질 수 있고, 합의 이후 이를 이행할 수 있도록 한다는 이야기인 듯하다. 다만 민주노총이 현재 그런 역량을 가지고 있느냐는 것에 의문을 표하는 이들이 많다. 정치권에서 세력이 없는 민주노총은 그간 거리의 힘으로 자신들의 정책을 관철했다. 지금처럼 사회적 대화에 몰입하다 보면 결국에는 이 거리의 힘, 즉 민주노총의 근간이 사라지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반면, 현장의 힘이 떨어진 현재의 민주노총이 사회적 대화로 영향력을 키워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사회적 대화로 영향력을 키워야 한다는 이야기는 선후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현재 우리 사회는 불평등에 신음하고 있다. 이것을 해결할 의제가 무엇인지 먼저 고민해야 하지 않겠나. 그리고 그것을 민주노총이 던져야 한다. 하지만 현재의 민주노총에선 그것이 보이지 않는다. 이것부터 만들어야 한다. 그런 다음, 그 의제를 시작으로 조합원 전체에 이 의제가 왜 필요한지부터 시작해서 의제가 이뤄진 뒤의 청사진까지 설명하고 알리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런데 그런 것 자체가 하나도 없다."

▲ 그런 의제를 만들어서 민주노총이 먼저 정부에 던져야 한다는 말인 듯하다. 그리고 이를 조합원들에게 잘 설명하고 이것이 이뤄지지 않았을 때를 대비해 현장 조직을 준비하는 게 필요하다는 이야기인 듯하다. 하지만 이것이 실현되기는 매우 어려운 것 아닌가.

"모르지 않는다. 그럼에도 해야 하는 일이다. AI 시대에는 업종을 불문하고 노동자들이 사라지게 될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정부나 기업은 변화의 속도를 늦출 생각이 없다. 엄청난 쓰나미가 밀려오고 있다. 그렇기에 민주노총 다음 집행부의 3년이 향후 30년을 좌우한다고 생각한다. 지금처럼 노동자들이 자기 일자리를 유지하느냐, 아니면 로봇의 부스러기 일자리에서 일하느냐. 그 갈림길에 서 있다고 생각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3월 19일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제1기 출범을 맞이해 청와대에서 열린 노동정책 토론회에서 전문가 발제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

▲ 하나의 목소리를 내기엔 노동계 내부도 분열돼 있는 게 현실이다. 일례로 최근 논란이 되는 삼성그룹 초기업 노동조합 삼성전자 지부는 반도체 초과 이익 관련해서 약 7억5000원의 성과급(연봉 8000만 원 기준)을 받는다. 이를 두고 노조 이기주의라는 말도 나온다. 최승호 초기업노조 위원장은 노조란 조합원의 이익을 대변하는 조직이라며 삼성 하청 노동자와 이익을 나누는 것을 거부했다.

"반도체 관련 지금의 성과는 하청과 협력사가 치밀하게 협력했기에 가능했다. 그렇기에 이익에 대한 파이도 자연스럽게 나눠야 한다. 그런데 이를 삼성전자도 이야기하지 않고 노조에서도 모른척 한다. 둘 다 똑같다는 생각이다. 그런데 더 나쁜 건, 노조가 성과급 문제로 파업을 한다고 했을 때 긴급조정권을 발동하려고 한 정부다."

▲ 원청인 삼성노조는 성과급을 요구로 파업이라도 할 수 있지만 하청 노동자들은 이마저도 불가능하다. 그나마 하청은 노동법이라도 적용받지만 5인 미만 사업장이나 플랫폼 노동은 이마저도 안 된다. 이러한 노동의 분절이 현재 노동계는 심각한 수준이다.

"하청 노동자들은 그냥 쳐다볼 수밖에 없다. 회사가 돈이 없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원청은 안 죽을 만큼 납품 단가를 후려치고, 그마저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바꾼다. 그런 상황을 하청 노동자들이 알다 보니 원청 노동자들처럼 뭘 할 수 있는 조건이 아니다. 그렇다 보니 그들 입장에서는 현재 사회 구조에 대한 불만보다는 자신보다 더 잘나가는 노동자(원청 등)에 불만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이는 노동자끼리의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다. 이것을 정부와 자본은 잘 알고 있다."

▲ 노동이 분절돼 있는 상황에서 민주노총 같은 센트럴 타워가 중심을 잡고서 사회적 대화를 통해 성과를 얻어내는 게 중요하다는 이야기도 있다. 다만 정부를 믿을 수 있느냐는 부분에서 늘 막히는 듯하다. 다만 현 정부에서는 사회수석으로 민주노총 김경자 부위원장을 임명하기도 했다. 이런 것은 전향적인 태도 아닌가.

"한 개인의 인사를 민주노총의 주요 전략과 연관 지을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 세력의 대표성을 띠고 들어갔다면 그 세력이 주장하고 요구했던 사회적 어젠다를 받아들이겠다는 의도로 바라볼 수 있지만 그게 아닌 개인으로 받아들였기에 민주노총이나 다른 조직을 대변해서 정책을 실현한다고 볼 수 없다는 이야기인가.

"예를 들자면, 미국만 해도 노동운동 세력은 민주당과 정책협약으로 자기네 선명한 정책들을 반영한다. 우리는 어떤가. 민주노총은 독자적 정치세력화를 선언과 강령으로 분명히 하고 있는 조직이지만, 선거 때가 되면 보수정당과 정책협약을 맺기도 해왔다. 하지만 그조차 선거가 끝난 뒤에는 사라지고 만다. 오직 보수 양당의 독점 권력을 차지하는 수단으로 이용만 당해왔다. 유럽의 선거제도는 정치연합을 상식화한다. 이를 통해 노동운동은 조세정의, 생태, 환경, 기후정의, 산업전환. 사회안전망. 복지강화 등 급진적인 정책들을 관철해 왔다. 이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우리는 갈 길이 멀다."

▲ 원내에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노동자 정당이 없는 게 문제 아닌가 싶다.

"30년이 넘은 민주노총은 '노동자는 하나다'라는 기치로 출발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정부와 자본의 의도대로 노동자들 내에서도 계급으로 갈라지면서 전체 틀에서의 노동자 계급이 만들어지지 못했다. 노동계급 형성에 실패한 게 가장 뼈아프다."

▲ 그렇다면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민주노총이 핵심이라고 생각하는 의제를 만들고 이를 중장기 사업으로, 집행부가 바뀌더라도 이끌고 나가는 게 필요하다고 본다. 민주노총은 무너져 버린 우리(진보진영의)의 정체성을 살려가는 과정에서 분명한 자기 목표가 있어야 한다. 세상을 바꾸겠다고 했으면 어떻게 바꿀 건지, 그것을 정당으로 바꿀 건지 아니면 과격한 혁명으로 바꿀 건지, 여러 논의가 필요하다. 만약 정당으로 가겠다면 어렵더라도 정치적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허환주

2009년 프레시안에 입사한 이후, 사람에 관심을 두고 여러 기사를 썼다. 2012년에는 제1회 온라인저널리즘 '탐사 기획보도 부문' 최우수상을, 2015년에는 한국기자협회에서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