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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는 놈 삶터만 짓밟나"…용인 반도체 산단 강제수용 주민·기업 '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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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는 놈 삶터만 짓밟나"…용인 반도체 산단 강제수용 주민·기업 '울상'

[현장] 벌목 강행된 용인 산단 부지 현장, 송전선로 주민은 "제2의 밀양" 예고

20일 오후 경기 용인 이동읍 시미리에서 만난 주민 김춘식 씨가 답답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동읍은 삼성전자가 팹 6기 건설을 계획한 '용인 첨단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 국가산업단지' 사업으로 강제수용 위기에 처한 지역이다.

김 씨는 용인 반도체 국가 산단 허가 취소 소송에 참여한 원고 주민이다. 주민과 제대로 된 합의없이, 법적 절차도 무시한 채 졸속으로 추진된 용인 반도체 산단 사업은 재검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는 "윤석열이 헛소리로 내뱉은 걸, 이재명이 그대로 받아서 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용인반도체국가산단재검토와 초고압송전탑건설반대전국행동'이 20일 국가산단 부지 현장 방문 행사를 열었다. 김 씨는 이날 산단 부지 현장 곳곳으로 취재진을 안내하며, 강제수용 대상 주민이 현재 겪고 있는 문제를 보여줬다.

▲사전 공사라는 명목으로 벌목이 시작된 용인시 이동읍 덕성리 달봉산 풍경. ⓒ프레시안(손가영)

이날 찾은 이동읍 덕성리 달봉산은 산비탈 한쪽이 휑하게 비어 있었다. 국가산단 부지 경계에 있는 이곳은 정면 기슭의 나무가 모두 벌채돼 베어진 그루터기와 나무 기둥만 땅에 즐비했다.

국가산단 공사는 아직 착공 전이지만, 정부는 지난달부터 벌목을 시작했다. 김현정 경기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사회적 합의와 합리적 검토도 없이 공사를 밀어붙이냐는 항의에 정부는 '사전 준비'라고만 답했다"고 밝혔다.

국가산단 전체 규모는 총 235만 평이다. 부지 내의 산은 반도체 공장 조성 등을 위해 모두 깎여 나갈 예정이다. 김현정 사무처장은 "대략 20여만 그루의 나무가 벌목될 것으로 추정된다"며 "기후위기 대응에 필수적인 숲이 영구히 사라진다"고 말했다.

숲이 사라지는 동시에, 3기가와트급 LNG가스발전소가 들어선다. 김현정 사무처장은 "발전소 3기에서 연간 920만 톤의 온실가스가 배출될 것으로 분석된다"며 "이는 2018년 기준, 경기도 총 온실가스 배출량의 7.2%"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가 팹 4기를 짓는 인근 '일반산업단지'의 1.2기가와트 규모 가스 발전까지 합하면, 그 규모는 경기도 전체 온실가스배출량의 10%를 차지한다. 김 사무처장은 "2050년까지 탄소중립 계획은 더 이상 불가능하다"며 "아직 우리에겐 이를 멈춰 세울 시간이 있다"고 호소했다.

▲'용인반도체국가산단재검토와 초고압송전탑건설반대전국행동'이 20일 용인시 처인구 이동읍 시미리에서 국가산단 부지 현장 방문 행사를 열었다. 김춘식 씨가 발언하고 있다. ⓒ프레시안(손가영)

김춘식 씨는 어쩌지도 못하는 막막함에 발을 동동 구르는 기업인도 많다고 전했다. 이주 대책이 없고 보상이 부실한 상황에서 퇴거를 전제한 논의부터 진행되니, 자신에게 부당함을 호소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현재 국가산단 부지엔 89개의 중소기업이 있다. 이날 방문한 글래드메딕스의 이아무개 이사는 "대체 부지를 조성한다는 계획 말고는 더 구체적으로 들은 게 없는 상황"이라며 "대체 부지가 언제쯤 조성돼, 얼마쯤에 분양된다는 내용이 없으니, 우리가 언제 업을 종료하고 이전 준비를 해야 할지 가늠을 못해 막막하다"고 말했다.

통상 공장을 이전할 때는 미리 마련한 대체 부지에 신규 건물을 먼저 짓고 인허가 절차를 밟은 뒤 완공 시점에 맞춰 설비를 옮기는 과정을 거친다. 생산 중단을 막고 이전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지금은 순서가 뒤바뀌어 철거와 퇴거부터 논의되는 구조다. 이 이사는 "의료기기 제조라는 공장 특성상 각종 인허가 절차를 밟는 데에도 상당한 시간이 든다"며 "지금부터 이주를 준비해도 최소 1년 반에서 2년이 걸린다"고 말했다.

이어 "주변 지가가 다 올라서 지금의 평수와 조건으로 이주할 곳도 마땅찮다"며 "현재 LH 측이 제시하는 보상가는 대체부지 외 다른 지역으로 이주는 힘든 수준인데, 대체부지의 분양가도 아직 모른다"고 밝혔다.

김춘식 씨 또한 "기계를 가져갈 수 없어 새 설비를 들여야만 하는 한 제조업체 대표도 지금 정부 보상금으론 턱없이 부족해 전전긍긍하고 있다"며 "업체들과 개별 협의를 진행하는 LH는 '먼저 이주에 합의하는 순으로 대체부지 우선권을 주겠다'는 식으로 협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 현재 국가산단 부지엔 89개의 중소기업이 있다. 이중 한 곳인 글래드메딕스 전경. ⓒ프레시안(손가영)

김춘식 씨는 현재 문화재 발굴이 이뤄지는 남사읍 발굴터로도 기자들을 안내했다. 의령 남씨, 안동 권씨 등 문중의 선산이 밀집한 지역이다. 마을 어귀엔 "삼성만 살지 말고 같이 먹고 같이 살자" 등의 현수막이 즐비하게 걸려 있었다.

이곳의 문화재 발굴은 올해 초부터 추진됐다. '용인 첨단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 국가산업단지 매장유산 시굴(표본)조사'다. 고려시대 때부터 조성된 묘역을 비롯해 약 20개 종중의 조상 묘 400여 기가 있다고 알려졌다.

남사읍 창3리에선 선산을 이전할 수 없다는 주민과 LH가 오랫동안 마찰을 빚고 있다. 김 씨는 "남씨 종친회 측은 조상 묘를 함부로 파헤치지 못한다고 일관되게 주장했다"며 "최소한 대체부지를 마련해주거나, 이주를 먼저 마무리하고 공사에 돌입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정부는 '선이주' 만을 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밖에도 김 씨는 많은 주민이 부실한 이주대책과 보상에 속앓이를 한다고도 말했다. 농민은 대체 농지를 마련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주민은 주택 보상이 충분하지 않아 어려움을 겪는다고 했다.

예로 농지 보상가는 평당 120만~130만 원 수준인데, 이 금액으로는 경기도 내에서 같은 규모의 논을 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용인 반도체 산단 사업이 추진되면서 "인근 마을 논조차 200만~300만 원으로 올라버렸다"고 했다. 충청도 지역으로 가면 비슷한 조건의 논을 찾을 수 있지만, 이 경우 삶터를 아예 옮겨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김 씨는 "우리는 왜 여기서 땅을 팔고, 남으로 남으로 내려가야 하나. 우리도 남방한계선 좀 달라"며 "용인엔 노태우 정권 때 무더기 조성한 골프장만 수십 군데인데, 이런 건 왜 안 건드리고 없는 놈들 삶터만 이렇게 건드리느냐"고 말했다.

▲용인 처인구 남사읍 발굴터 인근에 걸린 현수막 ⓒ프레시안(손가영)

이날 행사엔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에 전력을 보낼 송전선로 계획 지역의 주민도 다수 참석했다. '345kV(킬로볼트) 신해남~신장성 송전선로 건설사업'이 추진되는 영암의 정철 고압송전선로철탑건설반대영암군대책위원장은 "한국전력, 지방자치단체, 정부, 모두 주민 모르게 저들끼리 송전선로를 그어 놓고, 결론을 만들어 놓고 추진하다 사후에 주민들에게 발각됐다"며 "영암은 올해 말, 내년 초 즈음 송전선로 공사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영암 대책위는 제2의 밀양(송전탑 투쟁)을 예고하고 있다. 선로 밑 지주들에게 땅을 빌려서라도 천막을 치고 지키려고 한다"며 "12월이면 나도 산에 들어가 있을 거니, '파카'라도 보내달라"고 말했다.

공동행동은 이처럼 현장 곳곳에서 마찰음이 거세지는 이유엔 '졸속 절차'가 있다고 주장했다.

용인 국가산단 허가 취소소송 항소심을 대리하는 하승수 변호사는 이날 용인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국가산단 계획은 전력과 용수 대책에 대한 검토조차 없이 2023년 3월 15일 오로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발표로 졸속 추진된 사업"이라며 "실제 정부는 소송에서 '3월 15일 이전 전력 및 용수 공급을 검토한 자료를 제시하라'는 요구에 아무런 답변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 변호사는 또 "이 계획은 특정 대기업을 위해 중소기업을 다 죽이는 계획"이라며 "이전 대상인 89개 공장을 위한 기업이전단지만 49만 제곱미터에 달해 법률상 환경영향평가 재협의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했으나, 하지 않고 계획을 발표했고 사후에 끼워맞추기 식으로 절차를 밟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막대한 전력 소모를 충당하려 LNG 발전소 6기를 건설하겠다지만, 이는 막대한 대기오염물질을 배출해 주민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한다"면서 "논란이 일자 '수소 혼합 연소' 계획을 추가했지만 이 역시 매우 비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비판했다.

▲'용인반도체국가산단재검토와 초고압송전탑건설반대전국행동'이 20일 용인시 처인구 이동읍 시미리에서 국가산단 부지 현장 방문 행사를 열었다. ⓒ프레시안(손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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