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흘 앞으로 다가온 미국 중간선거에서 양당이 상원 다수를 차지하기 위해 한 석이 아쉬운 초접전을 벌이는 가운데 알래스카주에서 민주당의 동명이인 후보 동원 의혹에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공화당이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29일(이하 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이 수사에 정통한 두 당국자를 인용해 미 법무부가 해당 의혹과 관련된 것으로 추정되는 수십 명에게 소환장을 발부했다고 전했다. 소환장의 거의 전부는 민주당원에게 발부됐다고 한다.
이미 지난주 현직 공화당 상원의원과 동명이인 후보가 투표용지에 이름을 올렸다는 이유로 현역 의원이 근소한 차이로 패배 땐 알래스카주에 선거 결과 확정을 미뤄달라는 소송을 제기한 바 있는 미 법무부는 29일 수정된 소장을 제출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법무부는 수정 소장에서 해당 의혹을 보도한 <뉴욕타임스> 기사를 인용해 알래스카 유권자를 오도하고 민주당 상원의원 후보 메리 펠툴라 당선을 돕기 위해 이러한 일이 벌어졌다고 주장했다.
전날 <뉴욕타임스>는 댄 S. 설리번 현직 알래스카 공화당 상원의원 표 분산을 노리고 동명이인 후보를 물색한 민주당 쪽 시도가 파악됐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여름 시작된 이 시도에서 펠톨라 선거캠프 구성원들은 고위 선거 참모들로부터 알래스카에서 '댄 설리번'이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을 최대한 많이 찾아오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한다. 결국 지난 봄 알래스카 작은 어촌 마을 출신 은퇴 교사 댄 J. 설리번이 상원의원 출마를 선언했다.
알래스카는 정당별 예비선거를 거쳐 후보 1명을 내는 게 아니라 정당 구분 없이 후보들이 출마해 상위 4명이 본선에 진출하는 방식으로 선거를 치른다.
공화당은 지난 몇 달간 댄 J. 설리번을 후보 명단에서 제외하려 시도했지만, 지난 6월 알래스카주 대법원은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결국 댄 J. 설리번은 예비선거에서 2.5%를 득표해 투표용지에 이름을 올릴 4명 안에 들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당시 댄 J. 설리번이 얻은 표 거의 전부가 지역 내 진보 성향 지역에서 나왔다고 덧붙였다.
알래스카 선거관리위원회는 두 후보를 구분하기 위해 투표용지에 댄 S. 설리번 후보의 경우 공화당 소속 현직의원이라고 명기하고 댄 J. 설리번의 경우 아무 표시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펠톨라 후보는 해당 의혹을 일축했고 민주당 상원선거위원회(DSCC)도 개입 사실을 부인했다. 댄 J. 설리번도 앞서 혼란을 야기하거나 동명이인 현역 의원의 표를 빼앗으려 출마한 게 아니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경쟁 후보 표를 침식하기 위한 후보를 동원하는 일은 미국 정치에서 흔한 일이다. 공화당 또한 연계 슈퍼팩(Super PAC·특별정치활동위원회)을 통해 오하이오주 상원의원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 셰로드 브라운 전 상원의원 표를 침식하기 위해 사회주의 성향 후보를 지원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시도가 법률 위반으로 판단될 가능성이 거의 없고 특히 주 법원의 판단의 거쳤을 경우 연방 정부가 결과에 이의를 제기할 권한이 없다고 본다.
지난주 법무부의 알래스카 상원 선거 결과 확정 보류 요구 소송을 제기하자 미 노트르담대 법학 교수 데렉 뮬러는 유권자들이 혼동 탓에 동명이인 후보에 투표했다는 사실을 밝히는 건 "본질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지적하고 법무부의 법적 주장이 "내가 본 것 중 최악"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법무부 소송이 "고소장 형식"을 취하고 있을 뿐 "소송이 아니라 언론 보도를 통해 지지를 얻기 위한 의도"라고 혹평했다.
<로이터>를 보면 미 로욜라 법학전문대학원의 선거법 전문가 제시카 레빈슨 교수는 댄 J. 설리번이 재정 지원을 숨기지 않았다면 법 위반 가능성이 낮고, 정당의 대중 호도는 허용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행태에 대해 단속을 가한다면 정부가 후보자 출마 사유 및 유권자의 지지 이유를 조사할 여지가 생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레빈슨 교수는 "사람들이 두 명의 설리번이 후보로 등재된 것에 불편함을 느낀다면 정부가 우리 선거에 매우 높은 수준으로 개입하는 데도 아마 불편함을 느낄 것"이라고 꼬집었다.
<AP> 통신은 알래스카 소송을 비롯해 법무부가 선거 결과를 막으려 한다고 우려했다. 통신은 트럼프가 2020년 대선에서 자신이 패배한 걸 뒤집는 데 도움을 주길 바랐지만 당시 법무부 소속 검사들이 이를 저지했고, 현재는 그러한 검사들이 대부분 트럼프 충성파로 대체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알래스카 소송에 서명한 법무부 부장관 스탠리 우드워드가 2021년 1월6일 트럼프 지지자들에 의한 미 의사당 폭동의 변호를 맡은 바 있다고 덧붙였다.
<AP>를 보면 29일 트럼프 대통령은 유세를 위해 사우스캐롤라이나 향하며 "어떻게 될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펠툴라 후보가 선거에서 승리하더라도 상원의원 자격을 인정받을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그가 출마 자격이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했다. 이후 유세에선 펠툴라가 "투표용지에서 사라져야 하며 기소돼야 한다"고 공세를 강화했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은 평소 '가짜뉴스'라고 주장해 온 <뉴욕타임스> 기사를 인용해 펠톨라가 "사기 행위"를 벌였다고 비난했다. JD 밴스 부통령도 29일 선거운동을 위해 텍사스주로 향하며 펠톨라 후보가 "알래스카 유권자들로부터 상원 의석을 훔치려 하고 있다. 이는 매우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하원 감독위원회 소속 공화당 의원들은 29일 해당 의혹을 보도한 <뉴욕타임스> 기사에 핵심 제보자로 인용된 펠톨라 후보의 전 선거운동 책임자 엘리사 리오스와 동명이인 후보 영입에 관여한 것으로 보도된 민주당 전략가 제리드 커츠에게 증언을 요청하는 서한을 보냈다.
알래스카는 상원 승패를 결정할 접전지 중 하나로 꼽히는 곳이다. 현재 53석 대 47석으로 공화당이 우위를 점하고 있는 상원에서 민주당은 추가 4석을 더 얻어 다수당 탈환을 노리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를 보면 이번 상원 선거에서 알래스카, 텍사스, 캔자스, 아이오와, 오하이오, 미시간, 메인주 등 7개 주가 접전지로 꼽힌다. 메인, 미시간을 제외한 대부분 지역이 공화당 텃밭으로 여겨지던 곳이다. 알래스카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2024년 대선에서 13%포인트 차로 승리를 거뒀지만, 최근 여론조사 평균에 따르면 상원 선거에서 민주당 펠톨라 후보가 5%포인트 앞서고 있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