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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현금인출기가 아니다… 동물권 단체 '카라 사태'를 보는 회원의 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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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현금인출기가 아니다… 동물권 단체 '카라 사태'를 보는 회원의 변

[동물권 운동, 새 길을 찾다] ⑥ 조직의 관성화와 비민주성에 갇힌 카라, 변화를 바라며

내 인생에 첫 반려견은 국민학교 시절의 '백구'와 '뽀삐'였다. 베란다 구석에 놓아둔 개집에 묶여 식구들이 들고 날 때 온몸으로 반가움과 애정을 표현하려 할 때, 식구들은 그 지저분한 발로 깨끗한 옷에 자국을 남길까 살살 피해 지나다니던 그냥 '개'였다. 그런 줄 알았다. 그때까지는.

학교에서 돌아온 어느 날, 개집이 있어야 할 자리가 깨끗하게 치워져 있었다. 주방에는 상표도 떼지 않은 들통이 놓여 있었고, 엄마는 평소처럼 빨래를 하고 있었다. 뽀삐를 데리고 온 날 엄마가 동네 아주머니와 나누던 말씀이 갑자기 머리를 때렸다. '개는 데리고 올 때 그릇 사 주고 데리고 오는 거야.'

'뽀삐 어디갔냐'고, '어쨌냐'고 엄마에게 울고불고 떼를 썼다. 엄마는 뽀삐를 시골로 보냈다고 했다. 어린 나이였지만 엄마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걸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그때 몇 날이나 엄마와 말하지 않았는지 모른다. 사람이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하는 분노가 쉽게 사그라들지 않았다. 나라고 살가웠던 적은 없었지만…. 뽀삐가 나에게 어떤 존재였는지를 그때야 알 수 있었다.

뽀삐를 그리 보내고 알콩이, 허대원, 코대원, 이누, 지금의 테오까지, 이제 개는 피붙이와 같은 가족이 됐고, 날이 추워지면 추워지는 대로, 날이 더워지면 더워지는 대로, 집 없이 떠도는 아이들 걱정에, 집이 있어도 보살핌받지 못하는 아이들 걱정에, 견주가 있어도 학대받고 죽어가는 아이들 걱정에 눈물 흘리는 날이 하루하루 늘어갔다.

그 걱정과 죄책감을 조금이라도 덜어가며 아이들을 도울 순 없을까? 지극히 이기적인 생각이 먼저였지만 그렇게 동물 보호 단체에 관심을 가지고 기부를 시작하게 됐다. 다른 단체에도 같은 마음이었지만, 카라에게는 유독 '동물권행동' 이라는 타이틀에 마음을 뺏기며, 이리 생각했다.

그렇게 카라를 후원한 지 13년. 대의원이라는 이름까지 얻게 됐지만, 그저 그렇게 내가 후원하는 돈으로 아이들도 조금씩 행복해져 가고, 동물권에 대한 인식도 조금씩 나아지고 있으리라 믿으며 그 세월을 자위하며 지내왔다. 지금의 이 만행을 알기 전까지는 말이다.

먹고 사느라 바쁘다는 알량한 핑계로 총회 투표권을 위임하며 카라에서 알아서 잘하고 있겠거니 믿고 있었던 내가 한심하게 느껴질 만큼, 카라는 문제점을 한두 가지 가지고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글쓴이 반려견 테오. ⓒ성유경

나는 카라가 동물은 인간이 소유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님을 널리 인식시키고 교육하는 단체라는 데 큰 의미를 뒀다. 그러나 과연 내가 이리 이해하고 있던 카라는 어떤 단체였던가? 수십억 원씩에 달하는 후원금으로 덩치를 키운 비영리 공익 법인은 과연 '비영리' '공익' 법인인가?

그럴 필요가 없을 거라 믿었던 나와 수많은 후원회원은, 이 비영리 단체 카라가 중대한 정책을 결정하고 기본 절차를 지키는 과정에 공정하게 참여하거나 이를 감독할 기회를 얻지 못했다. 정관 개정, 임원 선출, 자산 관리, 매각 결정 등 법인의 핵심 사안에 회원 의사가 반영될 실질적 통로가 차단된 상태로, 몇몇 이사진과 집행부의 논의만으로 졸속 처리됐다. 자금책은 될 수 있을지언정, 카라에게 바라는 방향을 결정할 때 참여할 수 있는 권한은 갖지 못한, 이것이 카라의 후원회원이라는 이름이 가진 모습이었다.

그렇다고 동물 보호 단체의 활동 자체를 폄훼하고 싶지 않다. 분명 나와 같은 마음으로, 또는 나보다 더 깊은 마음으로 한 생명을 지키고자 모든 걸 쏟아붓고 희생해 온 활동가와 자원봉사자, 시민들의 땀과 눈물이 지금의 발전을 가져온 것은 틀림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단체를 지탱하는 기본적 원천이자 존재 이유라고 믿는 후원회원이 카라와 같은 비영리 동물권행동 단체의 진짜 주인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어떤 단체에 후원하기로 결심할 땐 공통의 마음이 존재한다고 믿는다. 내가 동물권행동 카라 후원을 결정했을 때, 나는 카라라는 단체가 동물의 고통에 공감하고, 동물의 권리를 우선하며, 생명의 의미를 다시 새기는 데에 앞장서 줄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비영리 공익법인의 생명은 공공성과 투명성에 있다. 그러나 카라 사태를 계기로 동물 보호단체들이 유사한 문제점을 갖고 있음을 알게 됐다. 단체의 몸집이 커지는 과정에서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는 문제점, '조직의 관성화' 와 '권력의 사유화'이다.

카라의 임원진이 교체되는 과정에 이사회는 견제와 균형이라는 기본적인 기능을 상실하고 '셀프 연임' 과 '제 식구 감싸기'의 온상이 됐다. 이런 상황은, 현장에서 동물을 돌보고 행정을 담당하는 실무 활동가들의 고통으로 이어졌다. 동물에 대한 순수한 열정으로 입사한 활동가들은 불합리한 지휘 체계, 과도한 업무 강도, 그리고 민주적이지 못한 조직 문화 속에서 목소리를 낼 권리를 빼앗기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기득권을 가진 몇몇 사람에 의해 거의 사유화된 비영리 단체가 후원회원과 시민들 중심의 단체로, 노동권 또한 보장되는 민주적인 단체로 다시 바로 설 수 있을 것인가? 그런 카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개혁이 필요하다.

첫째, 후원회원의 의결권 보장과 실질적 참여 구조의 제도화다. 후원회원은 단순히 후원금을 납부하는 현금인출기가 아니라, 법인의 실질적 주체이자 운영에 대한 정당한 발언권과 의결권을 보장받아야 할 권리의 주체로 존중받아야 한다. 또한 정기총회가 연 1회 개최되는 형식적인 요식행위에 그치지 않고, 예·결산 승인, 정관 변경, 임원 선출 및 해임 등 법인의 핵심 안건을 실질적으로 심의하고 결정하는 최고 의사결정기구로서 본연의 역할과 기능을 회복해야 한다.

나아가, 회원 간 직접적인 토론과 의견 교환이 가능한 오프라인 총회 개최를 기본 원칙으로 하되, 시공간적 제약으로 현장 참석이 어려운 회원의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온라인 투표를 병행해야 한다. 이를 통해 회원의 실질적인 의결권 행사를 보장하고, 투명하고 공정한 총회 운영 체계를 확립해야 한다.

둘째, 이사회의 독립성 확보와 '셀프 연임' 방지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권력은 나누어야 부패하지 않는다는 것은 불변의 원칙이다. 카라 정관에 명시된 회원의 피선거권이 형식적인 권리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으로 행사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특정 집행부나 이사회가 임원 후보 추천 및 선출 과정을 독점하는 폐쇄적인 구조에서 벗어나, 회원 누구나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에 따라 임원 후보로 출마할 수 있도록 후보 추천 및 선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이를 통해 회원의 피선거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고, 이사회의 민주적 정당성과 독립성을 회복해야 한다.

셋째, 투명한 정보 공개와 공익 자산 집행의 민주화다. 시민사회의 생명은 투명성이다. 후원금이 쓰이는 모든 과정과 내역을 회원들이 언제든지 열람하고 검증할 수 있도록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카라는 이미 내·외부 감사 제도를 운용하고 있음에도, 이사회의 자의적인 의사결정과 재정 집행에 대한 실질적인 견제와 감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기존 감사제도가 형식에 그치지 않도록 감사의 독립성과 실질적인 감사권 행사를 보장해야 한다. 위법·부당한 의사결정이나 재정 집행상의 문제가 발견된 경우, 즉각적인 시정 조치와 책임 추궁이 이루어지는 실효성 있는 감사체계를 확립해야 한다.

넷째, 노동권 존중과 인권 중심의 내부 통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동물을 존중하는 단체는 당연히 그 동물을 돌보는 사람도 존중해야 한다. 현장 활동가들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노사 협의체나 고충 처리 시스템을 활성화하고, 부당한 징계나 노동권 침해를 예방할 수 있는 사내 윤리 규범을 확립해야 한다. 단체 내의 부정부패나 비리, 인권 침해를 안전하게 고발하고 보호할 수 있는 내부 통제 시스템을 마련하여, 자정 노력을 하는 활동가들이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동물권행동 카라 사태는 후원회원뿐 아니라 시민사회 전체에 큰 충격과 아픔을 안겨줬다. 이는 우리 운동의 성숙을 위해 반드시 거쳐야 했던 시련이 아니라, 충분히 막을 수 있었음에도 잘못된 의사결정과 견제·감시 기능의 부재로 인해 치르지 않아도 될 막대한 사회적 비용과 희생을 치른 사건이다. 그 과정에서 훼손된 신뢰와 공동체의 상처는 결코 불가피한 성장통으로 정당화될 수 없다.

이 사태를 개인의 욕망으로 가리고 덮어 넘기는 데에 급급해 이 대로가 정상이라고 고집한다면 카라와 동물권 운동의 미래는 없을 것이다. 반대로, 이번 사태를 거울삼아 철저한 반성과 성찰을 바탕으로 후원회원이 단체의 진정한 주인으로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구조를 회복하고, 카라 본연의 가치와 민주적 운영 원칙을 바로 세운다면, 카라와 한국의 동물권 운동은 더욱 단단하고 신뢰받는 반석 위에 올라설 수 있다.

후원회원과 시민들이 주인이 되는 민주적이고 투명한 공동체로 거듭날 때, 비로소 동물권 운동은 인간과 동물이 함께 존중받는 세상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동물권행동카라노동조합과 연대 시민들이 서울 마포구 카라 사무실 앞 도로에서 관련 집회를 하는 모습. ⓒ카라노동조합X(Nter, 이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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