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아덴만에 나가 있는 청해부대의 작전 반경 확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전쟁에는 참전하지 않고 호르무즈 해협에는 들어가지 않는다고 했지만, 이란 전쟁이 사실상 홍해 인근으로 확산되는 상황에서 전쟁 불개입 원칙이 지켜질 수 있을지 미지수다.
5일 국방부는 청해부대 임무 구역 확대 및 추가 자산 파견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파견 연장 수정 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날 차관회의를 통과한 이후 다음주 국무회의 및 대통령 재가를 거쳐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국방부는 기존 청해부대의 작전 지역을 아덴만 해역에서 오만 남방 외해까지 넓힐 예정이며 이미 파견된 구축함 외에 해군 해상초계기 P-8A 포세이돈 1대, 무인잠수정(UUV)·무인수상정(USV)·수중무인탐사기(ROV) 등 무인 소해전력과 이를 운용할 폭발물처리반(EOD)팀을 추가할 예정이다. 또 인원 역시 75명을 증원하여 총 395명 이내로 파견 규모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강화된 청해부대가 전쟁에 절대 관여하거나 개입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포함한 네 가지 원칙에 따라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라면서 "전쟁 불개입, 국민 보호 및 경제 이익 수호, 활동 지역 제한, 독자적 지휘 체계 유지"가 주요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또 해상초계기 활동 구역 역시 오만 남방 외해로 한정하며 이란 영토 및 호르무즈 해협 진입은 제한된다고 덧붙였다.
작전 반경 확대를 추진하게 된 배경에 대해 국방부 당국자는 "후티 반군과 예멘 정부군 간의 교전으로 홍해 인근의 해상 전력이 선박 보호에 집중되면서 아덴만과 오만 남방 해역의 연합 전력이 부족해졌다"며 "소말리아 아덴만 해역의 해적 활동이 전년 대비 3배 이상 급증하고 활동 범위가 오만 남방 외해까지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당국자는 또 "호르무즈 해협 상황 이전부터 영국, 프랑스, 일본 등 주요국은 선박 호송 및 안전 항해 지원을 위해 함정과 초계기 등 군 자산을 파견해 왔다"며 "미국, 일본, 스페인, 프랑스 등은 지부티에 해상초계기를 상시 전개 중이며, 호르무즈 해협 상황 발생 이후 주요국들은 함정과 항공기를 추가로 전개하고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국방부는 청해부대가 기존 임무에 국제 해상교통로상 항행의 자유 회복 지원을 추가하며, 부대 지휘권은 한국군 합참의장이 보유한다고 설명했다. 파견 기간은 수정 동의안 통과 시점부터 2027년 12월 31일까지다.
국방부는 이번 작전 반경 확대에서 추가되는 EOD반과 무인 소해전력의 경우 향후 호르무즈 해협에서 소위 '허용적(permissive) 환경'이 갖춰져 국제사회가 이 지역에서 기뢰 제거 등에 나설 경우 동참을 준비하기 위해 파견되는 성격도 있다고 설명했다.
국방부 당국자는 "청해부대 파병의 핵심 목적은 오직 청해부대 자체의 임무 수행을 위한 것"이라며 "허용적 환경이 조성되지 않는 한 파병하지 않는다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라는 입장을 내놨다. 그러면서 허용적 환경이란 "전쟁 종료 또는 이란과 미국 간의 양해각서(MOU) 체결을 통해 항행의 자유 작전이 보장되는 상태"라고 정의했다.
다만 이 당국자는 이번 파병안의 경우 "우선순위는 분명하게 청해부대"라면서 미국 등 다른 국가와 함께 소위 항행의 자유 작전에 참여하는 상황에서는 "새로운 파병 동의안을 내서 갈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이번 작전 반경 확대가 미국과 이란 전쟁, 예멘 후티 반군과 사우디아라비아 간 분쟁 등 전쟁에 개입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현재 중동 상황이 호르무즈보다 홍해 쪽에서 더 격렬한 충돌이 발생한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불개입 원칙이 지켜질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4일 조국혁신당 김준형 의원은 청해부대 작전 반경 확대가 "묘수가 아니라 꼼수"라면서 "새로운 상황이 없다면서 왜 새로운 군사적 선택을 검토하고 있나? 트럼프의 언론플레이도, 압박도 소강상태로 접어들었다. 전쟁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왜 우리 군함의 작전 지역을 전쟁 해역 가까이 넓히려는 것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김 의원은 "청해부대는 해적행위로부터 우리 선박과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파견된 부대다. 그러나 해적 대응과 전쟁 중인 지역에 개입하는 것은 전혀 차원이 다른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으로 시작된 불법 침략전쟁은 여전히 끝나지 않았다. 요르단과 바레인, 쿠웨이트 등 미군이 주둔한 국가들을 상대로 분쟁이 확산했으며,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후티군의 공격으로 홍해까지 전장이 넓어지는 불안정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런 심각한 상황에서 정부는 직접적인 전투에 참여하지 않으면 전쟁에 개입하지 않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그게 우리 뜻과 구상대로 이루어질 수 있다는 이해할 수 없는 자신감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것인가? 우리 군함이 공격 받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인명 피해라도 일어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그는 "한 번 넓힌 작전 범위가 다음 군사적 요구의 출발점이 되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나? 트럼프 대통령은 중간선거가 끝나자마자 이란에 대한 대규모 폭격을 재개할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라며 미국과 이란 전쟁에 말려들어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자주국방을 외치고 전작권 환수를 외치는 정부가 미국의 용병이 되기를 자처하다니 믿기 어렵다"라며 "대통령의 전쟁 불개입 원칙을 청해부대의 임무 확대라는 방식으로 우회해서는 안된다"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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