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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싫어요, MB가 너무 못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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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새누리당 싫어요, MB가 너무 못했잖아요"

[4.11 총선현장 ⑬] 박근혜는 그날 왜 세종시에 안 갔나?

충청도는 '야도'가 된지 오래다. 딱히 바람을 타지 않지만, 보수든 진보든 충청 유권자는 '야당'을 선택해왔다. 18대 국회 당시 대전을 포함해 총 24석이었던 충청권 현역 의원 중 새누리당 소속은 단 세명에 불과했다. 그나마 두 명은 재보궐 선거를 통해 입성했다.

'이명박 현상'이 휩쓴 2008년 18대 총선 당시 충청권에서는 보수 야당인 자유선진당이 14석, 민주당이 8석을 얻었다. 이후 2010년 6.2지방선거에서 충청 유권자는 대전 시장만 선진당을 선택했고, 충남도지사와 충북도지사에 모두 민주당 인사를 앉혔다. 서울시장 출신에 수도 이전을 앞장서 반대했던 이명박 대통령에게 정을 줄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지난 2010년, 이명박 대통령의 세종시 수정안 제기로 몸살을 앓은 후 19대 총선에 임하는 충청도 유권자들은 신설된 세종시 지역구를 포함해 25명의 국회의원을 뽑게 된다. 전체적으로 선진당의 세가 약해졌고, 민주당의 세가 불어났다.

▲ 공사가 진행중인 세종시 정부 청사. 오는 9월부터 공무원들의 이동이 시작된다. 현재 국무총리실, 환경부 등 3~4개 부처에 대한 공사가 마무리 단계에 와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충청 민심은 여전히 새누리당에 쌀쌀맞다. 현재 판세만 따지고 보면 정우택 전 충북도지사 등 4~5명의 새누리당 후보들이 여론조사에서 선전하고 있지만 결과는 알수 없다. 지난 6.2 지방선거 기간 내내 민주당 변재일 후보를 따돌렸던 정우택 전 충북지사에게는 막상 열린 투표함 앞에서 좌절해야 했던 기억이 있다. 이처럼 '숨은 표'가 어느 지역보다 많은 곳이 충청권이다.

박근혜 중앙선대위원장의 행보도 충청도 유권자들 입장에서는 만족스럽지 못한 부분이 많다. 박 위원장은 이번 총선 유세에서 대선에서 '스윙보터' 역할을 하는 충청도보다 이른바 새누리당 '텃밭'이라는 부산을 더 많이 찾았다. 문재인 후보 등 야권의 유력 주자가 출격한데다, "부산 민심이 심상치 않다"는 이유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그만큼 텃밭 지키기'가 시급한 상황이다. 게다가 박 위원장은 지난 3일 충청 유세길에서 세종시 방문을 쏙 뺐다.

지역 정가에서는 "박근혜가 충청도를 포기한 것이냐"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지역 맹주를 자처하는 자유선진당이 맥을 못추고 있다. 충청 민심이 '진보'로 돌아섰다고 볼 근거는 없지만, 보수 여당인 새누리당과 보수 야당인 자유선진당이 고전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충청 홀대론'과 '지역 인물론', 'MB 정권 심판론'이 뒤섞인 충청 민심 속을 들여다 봤다.

▲ 조치원 시장에서 유권자들을 만나고 있는 새누리당 신진 후보 ⓒ프레시안(최형락)

'세종시 총리' 이해찬 VS '지역 맹주' 심대평

조치원읍에 있는 한 건축 인테리어 사무실. 40대 남녀 3명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이들은 "심대평 씨요? 잘 하죠. 인기도 있고. 그런데 해찬들이 왔잖아요"라고 입을 모았다. "위(중앙)에서 큰 사람이 내려왔는데 찍어줘야죠. 세종시 만든 것도 이해찬 씨잖아요"라고 덧붙였다. 조치원 읍내 한 상점 주인인 40대 여성은 "여기는 새누리당 안봐요. 충청도에 뭘 해준 게 있어야죠"라고 말했다. 조치원 시장에서 만난 20대 커플도 "투표를 꼭 하겠다"며 "이명박 대통령이 너무 못했잖아요. 새누리당은 싫어요"라고 말했다.

충청도의 새로운 '정치 1번지'가 될 세종시 선거는 민주통합당 이해찬 후보의 선전 속 자유선진당 심대평 후보의 맹추격으로 요약된다. 새누리당 신진 후보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해찬 후보는 자신의 고향 이름을 따 '매운 (충북) 청양 고추'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한편, '세종시를 만든 총리' 이미지를 내세워 충청권 전역으로 전선을 확대하고 있는 중이다.

이 후보는 저녁에 충남 천안을에 출마한 박완주 후보 지원 유세에 나섰다. 빙그레 대표이사 회장 출신이고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동생인 김호연 후보에 맞서 "대재벌에 맞선 뼛속 서민"이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박 후보 지원 유세를 통해 이 후보는 "저는 국가 균형발전을 이루기 위해 세종시에 출마했다"며 "정권 교체를 통해 5공 청문회와 같은 19대 국회 청문회를 열어 이명박 정부의 민간인 불법 사찰, 4대강 사업, BBK 의혹, 내곡동 사저 파동 등을 심판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후보가 세종시에 출마한 이후 충청권 민주당 후보의 지지율이 들썩이고 있다고 한 민주당 관계자는 귀뜸했다.

▲ 충남 천안에서 지원 유세를 마친 민주통합당 이해찬 후보 ⓒ프레시안(최형락)

새누리당 신진 후보와 자유선진당 심대평 후보는 이날 지역 상가와 시장을 돌면서 유권자들의 손을 부지런히 잡았다. 심 후보 측 관계자는 "분위기가 나쁘지 않다. 지금은 뒤지지만 시민들은 결국 '인물'을 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심 후보가 예상외로 부진하자 자유선진당에도 비상이 걸렸다. 지역 맹주를 자처하지만 충남 일부 지역에서는 민주당 뿐 아니라 새누리당에게조차 밀리고 있다.

새누리당 신진 후보는 선거 운동원 3명과 함께 조촐한 선거전을 폈다. 두 정치 거물을 상대로 나온 신인이라 인지도가 낮은만큼 바닥을 훑으며 유권자들을 만나고 있다. 신 후보는 "여론조사는 믿지 않는다. 내가 만난 유권자들 중 80%는 저를 지지한다고 말하고 있다. 세종시를 기획한 박정희 전 대통령, 그리고 세종시를 사수한 박근혜 위원장과 함께 세종시를 발전시킬 적임자가 누구인지 시민들이 판단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4.11총선을 7일 앞두고 <충청투데이>와 대전 지역 방송 3사가 여론조사전문기관 코리아리서치에 공동 의뢰해 만 19세 이상 유권자 5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일~3일 벌인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해찬 후보는 47.0%를 얻어 압도적인 우위를 보였다. 심대평 후보가 27%로 뒤를 이었고, 신진 후보는 9.4%에 그쳤다. 최대 허용 오차 범위는 95% 신뢰수준에 ±4.4%포인트였다.

충청권 전체 판세를 보면, 선거일 후반으로 접어들고 있지만 초박빙 경합 지역은 좀처럼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대전, 충청권의 초박빙 지역은 25곳 선거구 중 6~10곳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앞서 언급한 여론조사에서 각 정당의 우세 지역은 새누리당 1곳(대전 대덕구), 민주통합당 3곳(세종시, 대전 서갑, 대전 유성) 뿐이다. 나머지 지역 중 3~4곳은 오차 범위 내에서 선두를 다투고 있다. 물론 전반적으로 민주당 선전하고 있지만 결과는 예측하기 힘들다.

▲ 조치원읍 성모병원 앞 상가를 돌고 있는 자유선진당 심대평 후보 ⓒ프레시안(최형락)
박근혜가 충청도에 상대적으로 '미온적'인 진짜 이유는?

새누리당에 대한 충청권 민심은 박근혜 위원장의 전국 지지율 변화 추이 속에서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현재 TK(대구경북) 지역에서 박 위원장의 지지세가 여전히 강고한 가운데, PK(부산경남) 지역에 균열이 생긴 상태다. 박 위원장은 이를 만회하기 위한 강행군을 연일 이어가고 있다. 이 때문에 PK 지역 민심 이탈 수준이 더 이상 심각해지지 않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문제는 나머지 지역이다. 야당 세가 강한 호남 지역을 제외하고, 박 위원장이 안심할 수 있는 지역은 없다. 최대 격전지라 할 수 있는 수도권은 정권 심판론이 높고, 강원도 역시 더이상 '새누리당의 텃밭'이라 부를 수 없다. 여기에 세종시 문제로 이명박 대통령과 갈등을 빚으면서까지 다져온 충청도에서 심상치 않은 경고음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충청권 민심을 다잡지 못할 경우 박 위원장의 대선 가도에는 빨간불이 켜지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 위원장은 충청권 민심 잡기에 미온적이다. 이 때문에 새로운 해석도 제기되고 있다. 박 위원장이 충청권 새누리당 후보를 집중 지원할 경우 자유선진당과 보수 표를 공유할 수밖에 없다. 박 위원장이 지난 3월 이후 세종시 지원 유세에 나서지 않는 데 대해서도 "박 위원장이 신진 후보를 지원하면 심대평 후보 표를 잠식할 수 있고 결국 이해찬 후보가 당선되는데 일조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선 때 '보수 연합'을 위해 충청권 지분이 있는 선진당과 우호적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인식이 바탕에 깔려 있다. 가능성이 낮음에도 일각에서 나오는 심대평 후보와 신진 후보의 '단일화' 얘기가 주목받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물론 심 후보와 신 후보 측 모두 "단일화나 선거 연대는 유권자들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라고 말하고 있다. 그래도 내심 "이해찬 후보가 당선되는 것은 새누리당과 자유선진당 모두에게 '독'이 된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 '제2야당'이 존재하는 충청권에서는 총선과 별도로 대선을 앞둔 보수 표심의 향배가 주목받고 있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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