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정부가 아체의 독립무장조직 '자유 아체운동(GAM)' 소탕을 명분으로 19일 계엄령을 내린 뒤 3만여 병력을 투입하면서 아체에서는 이미 20일까지 2백60여채의 초,중,고교 등 공공시설이 불타고 6만여명이 고립돼 생존을 위협받는 극한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군은 이같은 방화사태가 '혼란을 노린 GAM의 소행'이라며 GAM 소탕의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으나, 외신들은 과거 인도네시아 치안부대가 여러 차례 아체 탄압의 명분을 얻기 위해 비슷한 행태를 벌였던 점을 주목하며 인도네시아 정부측에 의혹의 눈길을 던지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 기업활동중인 기태형님이 이번 사태와 관련, 왜 이런 사태가 발생하고 있는가를 분석한 또한편의 글을 보내왔다. 편집자주
***아체 사태에서 두마리 토끼를 노리고 있는 인니군부**
독재라는 나무는 국민들 모두의 피와 고통을 거름으로 요구한다. 그러나 그 열매를 맛볼 수 있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다 그렇지만 그 열매가 얼마나 달던지 한번 그 맛을 본 사람들은 그 맛을 결코 있을 수 없으며 기어코는 그 맛을 계속 보려 한다.
1965년 인도네시아의 공산당은 쿠데타를 준비했었다. 이때 그 쿠데타 정보를 입수하고 사전에 그들을 체포한 후 군부를 장악하고 집권한 인물이 지금은 하야한 수하르토 전 대통령이었다. 이 공산 쿠데타를 성공적으로 진압한 영웅적 반공투사를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아낌없는 지원을 한 세력은 아이러니컬하게도 인도네시아 국민이 아니라 베트남전의 진창을 헤매고 있던 미국이었다.
미국은 이 반공투사를 위해 국가유지를 위한 가장 효과적이고 강력한 수단을 지원한다. 바로 그의 군대를 훈련시켜준 것이다. 이때 탄생한 공수부대가 바로 그 유명한 코사수스(우리의 특전사에 해당하는 특수전부대)이다. 그리고 이 미군의 지원을 받은 잘 훈련된 부대는 그 후로부터 오랫동안 심지어는 수하르토가 몰락한 지금까지도 자신들에게 주어진 임무에 충성을 다한다. 물론 이들이 충성하는 상대는 국가와 국민이 아니다. 재미있게도 이 나라 군대의 주 임무는 외부세력의 침략에 대한 저지가 아니라 자국의 통합과 안보를 위협하는 국내 세력에 대한 진압이 되어 버렸다.
수하르토는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군부를 자신의 충성파로 채우고 반대세력은 철저하게 배제했다. 정치적으로 군부에게 국회의석의 일정부분을 할당해 주고 퇴역하는 장교는 지역 경찰책임자, 지방정부의 고위직 등을 보장해 주었다. 대통령 선거는 직선제가 아닌 의회를 통한 간선제를 선택했다. 지금도 자카르타경찰 총책임자는 현역 육군4성 장군이다. 그는 경찰복이 아닌 군복을 입고 업무를 본다. 물론 자카르타 시장도 현역군인이다.
아마도 그 시절 아시아에서 국가의 지도자가 되기 위한 덕목은 국민을 위한 정책을 추진하기 위한 정치인보다는 반공을 얼마나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느냐였나 보다. 필리핀의 마르코스, 인도네시아의 수하르토, 한국의 모 대통령의 공통점은 한결같이 오직 한 목소리를 냈다는 것이다.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
수하르토의 독재는 98년 외환위기에 따른 경제위기로 끝나버렸지만, 그때까지 달디단 맛에 길드여진 군부와 수구적 정치인들은 아직까지도 결코 그 맛을 잊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끊임없이 과거로의 복귀를 시도하고 있다.
이 나라의 의회의 일정 부분은 군부에 할당되어 있다. 의원의 4분의 1은 선거가 아닌 군부의 추천에 의해 임명된다. 그런데 현 정권은 그 군부에 의해 선출되는 의석을 없애려 노력하지만, 그게 생각처럼 쉽지 않은 모양이다. 군부는 틈만 나면 쿠데타설을 흘려내보내며 정부를 압박하지만, 정작 대통령은 군부의 반발을 우려해 문제가 되고 있는 정치적 성향의 군 수뇌부를 교체하지 못하고 있다.
올해 초, 육군참모총장이 "사회혼란이 우려되는 상황이니 경찰권을 군인이 행세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그는 아직도 건재하고 있다. 대통령은 그에게 경고의 말 한마디 못했다. 현역 장성의 지지를 받는 전 국방장관과 현재의 참모총장이 이 쿠데타를 모의한다는 소문이 신문에 날 정도로 파다하게 돌았지만, 대통령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군내부의 자의적 판단에 의한 계엄권의 발동이 가능한 법개정이 추진될 때 그것을 저지한 것은 대통령이 아니라 시민들의 반발이었다.
결국 이러한 군부의 계속되는 정치적 성향은 아체반군의 토벌이라는 형태로 표출되고 말았다. “옛날이 좋았지”를 중얼대던 군부는 결국 협상의 결렬을 빌미로 대대적인 토벌작전을 개시한 것이다.
민간인에 대한 피해는 없을 것이라고 했지만 아체의 주민들은 그걸 믿지 않는다. 이미 98년 군사작전 당시 군부는 독립의지를 꺾기 위해 민간인들에 대한 살인과 납치, 폭행과 강간과 같은 보복을 자행했다. 이미 아체에서는 농부 한명이 군인에 의해 끌려간 후 행방이 묘연하다는 TV뉴스가 나왔다.
군부는 지금 아체에서의 군사작전을 통해 자신들의 정치적 의지, 즉 그동안 아체 분리독립단체와는 어떠한 협상도 할 수 없다는 주장을 관철시킴으로써 '정치적 영향력'을 과시하고 싶어하는 것이다.
내년의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자신들의 정치적 지분을 요구하고 고개를 드는 분리독립주의자들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는 두 가지 목적으로 매우 신속하고 그리고 대대적인 군사작전을 아체에서 벌이고 있다. 아체에서의 인도네시아 정부의 대대적인 군사행동은 아체의 독립을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 외에도 이런 내부 사정을 정리하기 위한 정치적 의도도 숨어 있다.
아체가 '제2의 동티모르'가 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군부는 동티모르의 독립을 건국이래 최대의 치욕으로 느끼고 있는 상황이라 아체마저 포기할 수는 없다는 분명하고 강한 의지를 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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