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미우리가 4년 안에 우승 하기 힘들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메이저리그 행은 포기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 포기라는 말은 쓸 수 없다. 내가 선택한 결정에 대해 아쉬움이나 후회는 없다."
'국민타자' 이승엽(30, 요미우리 자이언츠)이 요미우리에서의 성공적인 1년을 마치고 돌아왔다.
이승엽은 16일 오후 부인 이송정 씨, 아들 은혁 군과 함께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요미우리와 장기계약을 맺은 소감, 메이저리그 진출에 대한 계획, 다음 시즌에 대한 각오 등을 밝혔다.
그는 "메이저리그 진출을 기대했던 팬들과 에이전트에는 미안한 마음이다. 그러나 일본 잔류에 대해 선택한 결정에 후회나 아쉬움은 없다"며 잔류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내비쳤다.
이어 "다음 시즌에는 찬스에 좀더 강하고 내적으로 강해지는 선수가 되겠다. 부상없이 1년을 보내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이승엽은 곧바로 대구로 내려갔다. 이승엽은 당분간 일본을 오가며 무릎 검진 및 재활, 개인 훈련 등을 소화한다.
다음은 이승엽과 일문일답.
-귀국 소감은.
"오랜만에 뵙겠습니다. 깜짝 놀랐습니다. 경호원도 있고 많은 분들이 오셔서 놀랐습니다. 1년 만에 왔는데 기분 좋습니다. 지난해보다 제 위치가 격상된 것 같아 기쁩니다."
-무릎 수술 경과 및 재활 계획은.
"수술 경과는 너무 좋다. 의사의 'OK 사인'이 떨어져 이제부터 재활을 시작하기로 했다. 걷기를 시작으로 재활 훈련을 하겠다. 의사가 12월 중순까지 뛰는 건 무리라고 해서 그 이후부터 할 것이다. 그 전까지 조깅 등을 하며 몸상태를 60~70% 올리겠다. 최대한 빨리 운동하고 싶지만 다음 시즌을 위해 무리하지 않겠다.
-한국에 있는 동안 가장 하고 싶은 일은.
"대구에 내려가서 빨리 부모님께 인사 드리고 싶다. 진짜 한국 음식은 못 먹어봤기에 짜고 매운 한국 음식 먹고 싶다. 가장 먹고 싶은 메뉴는 갑자기 생각하려니 잘 모르겠지만 매운 떡볶이와 순대도 먹고 싶다."
-빨리 계약을 마친 기분은.
"지난 1월에는 빨리 결정이 되지 않아 마음이 급하고 조마조마했다. 최대한 빨리 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고 어떤 게 내 앞날에 도움이 될지 고민이 많았다. 며칠 전 계약에서는 내가 판단을 했고, 판단하기까지는 고민이 많았다. 행복한 고민이라 할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머리가 아팠다. 지금은 너무나 홀가분하다. 지난해에는 진로 결정 전 귀국을 했기에 힘들었다. 만족할 만한 계약을 마치고 돌아와 편하다. 메이저리그 행을 진행했던 에이전트나 기대했던 팬들에게는 조금 죄송한 마음이 있다."
-계약 뒤 요미우리 감독이나 선수를 만나서 들은 말은.
"하라 감독은 통역을 통해 '같이 뛸 수 있어 좋다. 내년에도 잘 부탁한다'고 말해 왔다. 선수들도 '잘 부탁한다. 꼭 우승하자' 등을 말해 왔다."
-나이로 봤을 때 미국 진출이 힘들 수도 있는데.
"우승이 힘들 수도 있을 것이다. 4년 안에 우승을 하지 못하면 영원히 포기할 수도 있다. 지금 포기라는 말은 쓸 수 없지만 내 인생은 내가 걱정할 수 있는 부분이다. 내가 선택한 결정에 대해 아쉬움이나 후회는 없다."
-메이저리그 진출은 어떻게 되는가.
"포기란 단어는 쓰고 싶지 않다. 갈 수도 있고 가지 않을 수도 있다. 우선은 4년 장기계약을 했고 우승하면 다시 상의하기로 했기에 앞일을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일본 선수들은 37~38살에도 메이저리그에 간다. 그들을 보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니혼햄 오가사와라가 요미우리에 올 가능성이 높은데.
"당연히 좋은 선수가 들어오면서 팀에게 좋을 것이다. 팀이 워낙 좋지 않기 때문에 좋은 선수 한 명이라도 더 들어오는 게 좋다. 같은 왼쪽 타자라서 조금 불리하기도 하겠지만 앞뒤에 좋은 선수가 있으면 내게 충실한 승부를 할 수 있기 때문에 도움이 될 것이다."
-메이저리그에서 어떤 조건이 들어왔는지 밝힐 수 있는지.
"내가 아는 바로는 계약이 성사되지 않았을 때는 밝히지 않는 걸로 알고 있다. 에이전트도 아마 밝히지 않을 것이고 나 역시 밝힐 수 없다."
-계약 조건에 한국인 코치가 연수를 받도록 하는 것이 있었는데.
"일본에 3년 동안 있으면서 야구를 많이 배웠다. 한국서 9년 동안 하지 못했던 섬세한 야구를 배웠다. 깊고 미세한 것을 많이 배웠기에 한국에서 나를 도와줬던 스승이나 선배들이 야구를 더 배우고 더 고급 야구를 할 수 있게 하고 싶다. 어릴 때부터 도움을 받았던 분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 생각했고 구단도 흔쾌히 수락했다. 요미우리에 있는 동안 1년에 한 분씩 꼭 배울 수 있도록 하겠다. 한일 야구가 좀더 가까워졌으면 하는 바람에서 이런 계획을 세웠다."
-처음 국내 방송에서 4년 간 30억 엔 계약 조건을 보도했을 때 기분은.
"어이가 없었다(웃음). 계약 4년을 다해버리면 긴장감이 풀어질 수 있고 안일한 생각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1년 계약을 할 생각이었다. 내년에 상황이 어떻게 될지 몰라 처음 들었을 때는 조금 놀랐다."
-실제로 그 금액을 제시받았을 때 기분은.
"이렇게 좋은 대우를 받아도 되나 생각했다. 계약조건 그 자체보다는 마쓰이 이상 평가를 한다고 들었을 때 기분이 좋았고 너무 고마웠다. 요미우리란 구단 자체에 대해 고마움을 많이 느낀다."
-일본어로 의사소통은 어느 정도할 수 있나.
"야구장에서는 80% 정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일상생활에서는 직접 많이 해보지 않았고 늘 통역이 있어 20~30% 정도 할 수 있다.
-최근 비니 모자를 자주 쓰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
"시즌이 끝나고 머리가 많이 길어 파마를 하려고 미용실에 갔는데 너무 일본식으로 잘라버렸다. 이상한 상태라 모자를 쓰게 됐다. 패션이 아니다(웃음)."
-방송 출연 계획은.
"운동에 피해가 가지 않는 선에서라면 나에 대해 알고 싶은 누군가를 위해서 기꺼이 방송에 출연하고 싶다. 오락프로는 아무래도 어렵다."
-출연한 광고에 대해 만족한가.
"내 모습을 봐서인지 부자연스러웠다. 야구선수이기에 운동장에서 짜여진 각본 없이 운동하는 게 가장 맞는 것 같다."
-쉬는 동안 좀더 보완하고 싶은 부분은.
"성적이 나쁘면 언론으로부터 집중공격을 받을 것이고 요미우리 4번 타자이기 때문에 많이 힘들 것이라고 들었다. 나 역시 모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야구를 잘 하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 올해보다 더 좋은 성적을 올려서 한국 사람들, 한국 선수들의 위상을 더 올리고 싶다."
-올해보다 나은 성적은 홈런왕 타이틀을 말하는 것인가.
"홈런왕 타이틀에 대한 욕심은 없다. 우선 올해 3할2푼은 12시즌을 하면서 3번째로 높은 타율로 기억한다. 타율은 좀 떨어지더라도 타점을 많이 올리고 싶다. 타순에 비해서는 타점이 모자라는 게 사실이기 때문에 좀더 찬스에서 강해지도록 하겠다. 올해 100타점을 넘었는데 내년에는 120타점까지 올려서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
-기술적으로 좀더 보완하고 싶은 점이 있다면.
"일본은 투수들이 너무나 집요하다. 다른 국제대회나 한일 친선경기 때와는 정말 다르다. 사람의 심리를 건드리기 때문에 유인구를 많이 던진다. 거기에 말려들지 않고 위협구에 참을 줄 아는 인내력이 필요하다. 때로 심한 위협구를 던졌다고 판단될 때는 강하게 몰아붙이는 근성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야구 기술보다는 내적으로 더 강해져 상대 투수들이 나를 함부로 볼 수 없도록 강한 선수가 되고 싶다."
-앞으로의 일정은.
"바로 대구로 내려가 부모님께 인사를 드릴 것이다. 내일 서울로 와 처가에 인사를 드릴 것이다. 쉬면서 할 수 있는 것이 걷기밖에 없어 다음주 초부터는 그냥 쉬면서 지낼 것이다. 23일 요미우리 구단 행사가 있어 22일 다시 일본으로 돌아간 뒤 24일이나 25일쯤 다시 돌아와 운동에 전념할 생각이다."
-다음 시즌 목표는.
"요미우리에 남은 이유는 우승이다. 우승을 했으면 좋겠고 우승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개인적으로는 부상 때문에 막판에 좋지 않았는데 건강하게 1년 뛰고 싶다. 오랜만에 1루수를 맡으면서 실책도 많이 했는데 겨울 동안 몸조리 잘해서 첫 게임부터 마지막 게임까지 1루 자리를 지키고 싶다. 성적은 올해 이상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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