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방'은 없었습니다. 마지막까지 극적 반전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있었지만 수도권 과반수의 유권자가 한 후보를 선택하는 결과로 끝났습니다. 대선 결과에 열광하는 분도 있을 테고, 절망하는 분도 있을 텝니다. 기대와 불안이 교차할 것입니다.
<프레시안>은 궁금합니다. 독자 여러분은 이번 대선 결과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잠 못 드는 이 밤, 허심탄회한 심정을 써주십시오. 한 줄짜리 감상도 좋습니다. 길고 정치한 비평도 환영합니다. 새로운 '이명박 시대', <프레시안>에게 당부하는 말도 좋습니다.
댓글이나 이메일로 보내주십시오(e-mail : tyio@pressian.com). 자, '이명박 시대',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편집자>
대통령 선거 용지에 도장을 찍을 때까지 24살의 대학생으로서 수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도대체 누구를 찍어야할지. 12명이나 써진 이름 중에서 내가 마음에 드는 사람이 없으니까요. 저는 예전엔 민주노동당을 열성적으로 지지하였지만 그 열정과 사랑은 실망과 좌절로 변했고, 지금은 돈을 더 이상 내지 않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탈당을 한 것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로 남아있는 사람입니다. 한 때 민주노동당으로 이 사회를,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을 했었지만 막상 당에 들어가 활동을 해보니 그런 생각이 점점 없어졌습니다.
민주노동당에 대한 희망을 잃어가면서, 동시에 한국에 대한 희망을 조금씩 잃어갔습니다. 분노와 좌절과 절망 슬픔이 있다는 것은 그 것에 대한 어떤 미련이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전 더 이상 한국 정치가 이상하다고 해서 분노와 좌절과 절망 슬픔이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웃음만 나더라고요. 비웃음. 전 그 이유가 미련이 없어져서라고 생각합니다. 24살에 왜 이렇게 부정적이냐고요? 이른바 '88만 원 세대'가 이 한국 사회라는 시스템에서 더 이상 더 이상 출구를 찾을 수 없기 때문이지요.
이 88만 원 세대가 어떤 대안으로 삼을 만한 것이 있다면 희망은 있겠지만, 이번 대선에서 그런 희망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저의 정치적 친정이자 88만 원 세대를 가장 도와줄 거라고 생각한 민주노동당 역시 주 프레임은 88만 원 세대에 대한 고민이 아니라 '코리아 연방제'였고 그 것을 본 저는 쓴 웃음만 지을 뿐이었습니다.
우석훈의 <88만 원 세대>라는 책을 아직 다 읽지 못했지만 책에서 저자는 20대에게 짱돌을 들라고 외칩니다. 하지만 우리는 짱돌을 드는 행위가 무엇인지 짱돌을 들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알 수 없습니다. 어떻게 해야 합니까? 88만 원 세대들의 고민을 그 어떤 후보들도 관심을 가지지 않는데 말입니다.
전 허경영을 찍으려고 했습니다. 허경영, 그는 무척 재미있는 사람이었습니다. 그의 말대로 8번을 찍으면 팔자가 펴질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허경영이라는 사람이 다른 후보에 비해 못할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모든 사람이 거짓을 외치고 자신이 진실이라고 하지만 그 진실도 결국 뜯고 뜯어보면 거짓일 뿐 진실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렇게 외쳐대는 진실은 가장 대놓고 거짓말을 하는 사람에게 제일 가까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렇다면 진실에 가장 가까운 사람은 허경영이라는 생각을 하였고 그것이 허경영을 찍으려고 했던 첫 번째 이유입니다.
두 번째, 허경영은 웃음이라도 줍니다. 다른 정치인을 보면 대한민국의 그 어떤 누구도 웃지를 않습니다. 단지 욕만 나오게 할 뿐입니다. 하지만 허경영은 우리에게 웃음을 줍니다. 다른 후보는 내게 아무것도 주지 않지만 그는 내게 웃음을 주기 때문에 그를 찍으려고 했습니다.
세 번째. 이 무거운 정치판을 나의 마음 속에서 가볍게 만들고 싶었습니다. 한없이 무겁지만 정답은 보이질 않는다면 그 것을 가볍게 생각하자. 그 것이 제가 허경영을 찍으려고 한 마지막 이유입니다.
이런 저런 이유로 며칠 전까지 허경영을 찍으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얼마 전, <프레시안>의 기사 중 문국현의 참모 인터뷰를 읽고 갑자기 화가 치미더군요. 특히 그 인터뷰 내용 중 내년 총선은 이회창계, 한나라당, 친정동영계, 반정동영계로 갈 것이라는 예상에 더 이상 민주노동당은 없었습니다. 문국현 참모는 문국현 후보의 지지율은 최대 10%로 생각하면서 권영길 후보의 지지율은 4.5%정도로 생각하더군요.
왜 민주노동당이 그것 밖에 못 받을까? 그래서 권영길 지지율을 이리저리 찾아봤습니다. 암담하더군요. 가장 높은 것은 3%에서 1%대. 사실 민주노동당은 그렇게 2%가치 밖에 되지는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민주노동당은 그렇게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화가 났습니다. 슬펐습니다. 절망스러웠습니다.
그리고 내게도 아직 미련이 있다는 것. 한국 사회가 변할 수 있다는 그 희망을 아직까지도 가지고 있다는 걸 확인했습니다. 전 다른 몇몇 친구들에게 권영길을 찍으라고, 민주노동당은 2% 그 이상을 받을 수 있는 충분한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그를 찍으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6시 출구조사가 나왔습니다. 이명박 과반수 획득, 정동영 그 절반, 문국현은 정동영의 절반, 권영길은 문국현의 절반 정도, 2.9%라는 예상 득표율이 나왔습니다. 충격이었습니다. 이명박 후보가 당선이 되서 충격을 받은 것이 아니라 국민의 65%는 그렇게 보수를 선택하고 진보를 선택한 사람은 3%도 되지 않는 것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상위 3% 부자를 비판하며 97%의 사람들을 대변하려고 한 민주노동당은 3%도 되지 않는 성적을 받았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지금까지 민주노동당은 물론 많은 실수도 해왔지만 그래도 그렇게 밖에, 2002년 대선보다도 못하게 사실상 사망 선고나 다름없는 성적을 줄 만큼 못한 것도 아닙니다. 나름대로 여기저기서 싸워왔고 기대한 것만큼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나름대로 성과는 이뤄냈습니다.
과반수로 이번에 대통령이 되신 이명박. '88만 원 세대'라는 용어를 알지 모르겠네요. 진실은 거짓을 이긴다면 진실을 모으자는 정동영. 진보라는 이름으로 자유무역협정(FTA)을 찬성하고 이라크 전쟁을 찬성하고 비정규직을 만들어내고 아파트가격을 올림에도 끝까지 진보이미지를 사용해서 진짜 진보 세력인 민주노동당을 무너뜨린 정동영과 정말 밉네요. 이번 대선 결과는 저에게 절망과 슬픔을 주었습니다. 하지만 더욱 슬픈 건, 제가 받은 이 절망은 내일 아니면 가까운 시일 내에 또다시 웃음으로, 다시는 절망과 분노와 슬픔을 느끼지 못하는 웃음으로 변할 것 같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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