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기업은 노동조합과 주간연속2교대제 도입에 이미 원칙적으로 합의한 상태였으며, 주간연속2교대제를 도입하면서 변경되는 임금 및 기존의 근무편제를 구체적으로 조정하는 단계를 남겨두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유성기업은 기존의 합의조차 모르쇠로 일관하면서 파업과 사측의 공격적인 직장폐쇄 및 경찰력 투입 등 일련의 사태가 벌어지게 된 것이다.
노동현장의 근로자들이 야간작업 후 변화하는 자신의 몸 상태를 이야기 하는 내용은 단순히 00장애로 진단할 수 있는 것 이상이다. 위장기능 이상은 기본이고, 몸은 피곤해 죽겠는데 정신이 말짱해서 술을 마시지 않으면 잠을 들 수 없고, 갓 태어난 아기가 보채면 화부터 나고, 잠을 못 잘까 하는 불안에 휩싸이고, 다시 일하러 나가면 한 동안 몽롱하고, 그 사이 자칫 사고가 터지고, 휴일에는 잠만 자는 군식구가 되어 버리는 현실.
이로 인해 유성기업에서 최근 1년 6개월 동안 근로자 5명이 사망했다. 근로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야간근무가 직간접적으로 원인이 되었다고 말하고 있었다. 이미 노동현장의 근로자들은 의학적·법리적 지식 이전에 스스로 몸으로 느끼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현재 우리나라 약 44%의 기업에서 야간노동을 실시하고 있고, 야간노동 사업장 중 40%가 유성기업과 같이 일주일 단위의 주야맞교대 근무형태이다.
사실 야간에 하는 노동이 건강에 좋을 리 없다는 것은 상식이다.
주야간 교대제 근무가 노동자의 건강에 미치는 가장 큰 폐해는 생체리듬의 교란과 파괴이다. 주야간 맞교대근무는 특히 체온, 호르몬, 심혈관계 기능, 위장관 소화효소 분비, 혈액 속 백혈구 수, 근력, 각성도, 감정, 기억력과 같이 하루단위의 생체리듬('일주기리듬'이라 함)을 직접적으로 교란시킨다. 이로 인해 의학계는 야간근로로 인한 조산·유산 등 생리적 기능 이상, 불면증, 수면장애, 소화기 장애, 심혈관계 질환 등에 대하여 이미 경고하고 있고([교대근무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 대한산업의학회지 제14권 제3호), 최근에는 야간근로가 정신질환에 미치는 영향까지 보고되고 있는 실정이다.
한 번 야간근무를 하게 되면 근무시간 보다 더 많은 휴식시간이 일주기리듬의 적응과 조절을 위해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유성기업과 같이 일주일을 주기로 하는 주야간 맞교대 근무제는 야간근로에 대한 적응 자체를 방해하는 요인으로서 야간근로로 인한 폐해를 심각하게 악화시킨다.
야간근로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적응되는 게 아니다. 교대 근로자의 일부는 전혀, 하나도 적응이 되지 않거나 나이가 들면서 적응도가 저하된다. 따라서 야간근로를 오랫동안 하다 보면 적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위험천만하다.
한국산업안전공단은 2008년에 야간 작업자에 대한 관리지침으로 '교대작업자의 보건관리지침'을 만들었다. 이 지침은 ① 야간작업은 연속하여 3일을 넘기지 않도록 할 것 ② 교대작업자, 특히 야간작업자는 주간작업자 보다 연간 쉬는 날이 더 많도록 할 것 ③ 야간 근무 후 다음 근무 전 최소한 24시간 이상 휴식을 취하도록 할 것 등 사용주로 하여금 적어도 9가지에 대한 지침을 준수하도록 권장하고 있으며, 야간근로 시에 조도, 휴식공간의 마련, 적절한 음식의 제공 등에 관한 사항을 특별히 조치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이 지침은 노동조합 관계자들도 모르고 있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그러니 기업주들이 이것을 참조할리 만무한 것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다.
얼마 전 법원은(서울행정법원 2010. 12. 22. 2010구단4400 판결) 12년 간 주야간 맞교대 근로를 한 근로자가 제기한 수면-각성장애의 업무상 질병 인정 사건에서, 수면장애 상병이 주야간 교대제로 인한 생리적 반응의 결과라는 의학적 기전을 인정하여 수면장애가 교대제 근무로 인한 업무상 질병임을 최초로 인정하기도 하였다.
주야간 교대근무를 하는 노동자들은 생존을 위하여 증세 없는 죽음으로 가는 모순된 상황에 놓여 있다. 살기 위해 죽어가는 근로자들인 것이다.
금속노조와 금속노조 유성지회 조합원들이 외친 주간연속2교대제는 목숨을 지켜내기 위한 최소한의 요구이다. 살기 위해 말이다.
| ▲ ⓒ프레시안(김봉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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