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복지국가정치포럼,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주최)에서 이상이 복지국가정치포럼 공동대표는 제안발제를 하면서 세 가지를 말했다. 이제 우리나라가 보편적 복지국가로 가야 한다는 것과 보편적 복지국가를 만들기 위한 새로운 정치주체로서의 복지국가 단일정당 건설이 필요하다는 것, 그리고 그 두 가지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서 복지국가 풀뿌리 시민정치운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하겠다는 것이다. 시의적절한 제안이다.
우리 시민들은 이제 10대 90의 양극화 사회, 경쟁지상주의 시장만능국가에서 더 이상 살 수 없다고 외치고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노동자, 학생, 노인, 여성 등이 자살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 그 증거다. OECD 국가 중에서 최고의 자살율과 상대빈곤율을 자랑하고 있는 것이 오늘날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인 대한민국의 초라한 초상이다. 이제 이러한 상황에서 벗어나 온 국민에게 보편적 복지서비스가 제공되는 나라, 복지정책이 경제성장을 촉진하고, 다시 경제성장이 복지국가 건설의 물적 기반을 제공하는 그런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이른바 역동적 복지국가다.
복지국가를 만들기 위해서는 정치를 바꿔야 한다. 수십조 원의 돈을 들여가며 전국의 산과 강을 파헤쳐 건설자본을 살찌울 의지는 있어도 초등학교 아이들에게 보편적 무상급식을 하자는 국민의 요구에는 인색하기 짝이 없는 이들이 행정부와 국회, 지방정부와 지방의회를 장악하고 있는 작금의 현실을 바꾸지 않고서는 절대 복지국가를 만들 수 없다. 그리고 지금처럼 야당이 나뉘어져 있는 상황에서는 복지국가를 반대하는 정치세력을 이길 수도 없다. 야당은 이념과 정책, 즉 가치를 중심으로 재편되어야 하고, 가치로서의 보편적 복지국가를 추구하는 정치세력은 하나로 모여야 한다.
그런데 역사가 증명하기를, 광범위한 시민의 참여와 관심 없이는 한 나라를 근본적으로 바꿀 변화를 일으킬 수 없다. 이승만 독재정권을 무너뜨린 4.19 혁명, 전두환 정권을 굴복시킨 87년 6월 항쟁이 그 예다. 그리고 민주정부 2기를 열었던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그들의 생각에 동의했던 수많은 시민과 네티즌들의 활동도 마찬가지다. 복지국가를 만들고 복지국가를 지향하는 정치세력을 하나로 모아내는 변화는 사회 저변의 풀뿌리 시민들의 자발적인 정치운동으로부터 출발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 변화의 폭이 넓어지고 심도가 깊어진다. 고 노무현 대통령의 "깨어 있는 시민들의 조직된 힘"에 대한 기대가 중요한 이유다.
복지국가정치포럼은 앞으로 이상의 세 가지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그 중에서도 일의 순서상 보편주의 역동적 복지국가와 복지국가 단일정당 건설을 위한 풀뿌리 시민정치운동이 가장 앞자리에 놓일 것이다. 풀뿌리 시민정치운동의 방법으로서 '복지국가 수다운동'을 전국적으로 전개할 것이며, 광역시·도 단위로 그리고 가능한 모든 기초 행정단위마다 복지국가정치포럼의 취지와 목표, 활동방식에 뜻을 같이 하는 시민들과 함께 복지국가정치포럼의 지역 조직을 건설할 것이다.
'복지국가 수다운동'이란 말 그대로 보편적 복지와 복지국가를 소재로 수다를 떨자는 운동이다. 그 외에는 어떠한 조건이나 제한도 없다. 누구라도 좋다. 시민들이 모여서 복지국가를 소재로 이야기를 나누는 모임이 열리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모임에 참여하는 사람의 수도 상관없다. 형식도 마찬가지다. 강연회도 좋고 다과를 겸한 간담회도 좋다. 장소도 마찬가지다. 술집이어도 좋고, 찻집이어도 좋고, 이웃집 사랑방이어도 좋다. 시민단체의 회의실도 좋고 공공기관의 강당도 좋다.
그 어디에서든 "우리에게 필요한 보편적 복지는 어떤 것일까", "시장만능국가를 넘어 역동적 복지국가를 만들자", "보편적 복지국가를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복지국가 단일정당이 뭐 하자는 말이야", 이런 내용으로 모임이 만들어지고, 그 안에서 시민들이 대화를 나누고 생각을 교류할 수 있으면 되는 것이다. 이러한 풀뿌리 운동을 위해 복지국가정치포럼은 그동안 보편적 복지국가 운동을 앞장 서 벌여왔던 활동가들을 중심으로 수다쟁이 전도사들을 준비하여, 전국 어디에서든지 같이 수다를 떨자, 와서 수다를 떨어달라는 요청이 오면 곧바로 달려갈 것이다.
'복지국가 수다운동'의 기초 위에 세워질 복지국가정치포럼의 지역 조직은 네트워크 형태로 구성될 것이다. 복지국가정치포럼은 각 지역 조직을 연결하는 허브 구실을 하게 될 것이다. 수직적으로 상하 관계를 맺는 형태가 아니라 수평적으로 동등한 권한을 갖는 형태다. 다만 활동의 취지와 목표, 방식에 대한 동의는 필수라 하겠다. 활동의 취지와 목표, 방식에 동의하는 전국 지역의 시민단체 인사들, 복지국가 건설을 열망하는 공직선거 예비후보자들, 그리고 일반 시민들이 모여 복지국가정치포럼의 지역 조직을 건설할 때 복지국가정치포럼은 강사(수다쟁이) 파견 등 가능한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적당한 시점에 적당한 장소를 골라 전국의 회원이 모이는 '복지국가 전국 수다대회'도 준비할 계획이다.
복지국가정치포럼은 이렇게 풀뿌리 시민정치운동을 전개하며, 동시에 복지국가 단일정당을 만들기 위한 활동을 병행할 것이다. 복지국가 단일정당을 우리 스스로의 힘으로 창당하겠다는 말이 아니다. 민주당과 진보정당 등의 현 야당들과 우리 복지국가정치포럼을 포함한 각급 시민사회진영의 보편주의 복지국가를 지향하는 모든 정치세력을 중도 진보의 영역에서 하나로 모아내는 활동을 하겠다는 말이다. 가치 중심의 '복지국가 단일정당'을 제안하고, 논의 테이블을 만들고, 공동의 실천을 통해 동의하는 세력 모두와 함께 창당하겠다는 것이다.
가급적이면 기존의 모든 야당이 통째로 참여하면 좋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가능하지도 않고 기실 바람직하지 않은 측면도 존재한다. 복지국가 건설에 동의하지 않는 정치세력에게 가치와 노선을 무시하고 단일정당을 만들자고 하는 것은 안 된다. 이러한 동의가 어떤 당은 될 수도 있고, 어떤 당은 안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어떤 당에서는 당 전체가 단일정당에 합류할 수도 있고 어떤 당에서는 일부만이 합류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누구는 되고 누구든 안 되고, 그런 것은 없다.
여기서 한 가지 분명히 할 것은 새롭게 만들어질 복지국가 단일정당은 중도 진보의 포지션에 있는 정당이라는 것이다. 보편적 복지국가 건설을 목표로 하고 각종 정책에서 자유와 평등, 민주주의와 연대의 원리에 입각한 입장을 가질 정당이기에 복지국가 단일정당은 분명 진보정당이다. 하지만 기존의 '좌파 이념에 충실한' 전통적인 진보정당과는 다른 진보정당이다. 이념의 선전과 선동, 선명한 색깔 드러내기, 문제 해결이 아닌 문제 제기자의 위치, 소수파를 감수하는 전략 등과는 결별한 '대중적인' 진보정당이라는 점에서 복지국가 단일정당은 '중도 진보정당'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새로운 진보정당은 극우와 극좌를 제외한 중간지대에서 한국 정치를 보수와 진보로 확연하게 가르게 될 것이다.
복지국가정치포럼의 이러한 계획과 구상이 성공하면 우리나라는 순식간에 복지국가 혁명의 기운에 휩싸이게 될 것이다. 세상의 변화를 믿지 않던 많은 시민들이 참여하게 될 것이고, 친구와 지인들에게 참여를 권유하게 될 것이며, 2012년 국회의원 선거와 대통령 선거에서 투표장으로 몰려나오게 될 것이다. 기꺼이 투표장으로 가는 수고를 감수하겠다는 젊거나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유권자들이 줄을 설 것이다.
그렇게 해서 복지국가 단일정당이 국회에서 과반을 넘는 의석을 차지하고 대통령을 배출하게 된다면, 복지국가 혁명은 현실화되기 시작할 것이다. 무상급식, 무상보육, 무상의료는 물론이고, 무상교육과 대학생의 등록금 걱정을 없애줄 근본적인 시책이 시행될 것이며, 여러 분야에서 사회경제적 민주화 행진이 시작될 것이다. 정치적 민주화를 과제로 삼았던 87년 체제가 마감되고, 사회경제적 민주화를 과제로 삼는 2012년 체제, 역동적 복지국가 체제가 시작되는 것이다.
복지국가정치포럼은 지난 3월 9일 <보편적 복지국가의 길을 열다> 토론회를 통해 길고 긴 여행에 나섰다. 우리는 이 긴 여행의 과정에서 엄청나게 많은 시민들을 만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전국 방방곡곡 모든 마을을 찾아가게 될 것이다. 복지국가를 향한 우리의 긴 여행이 끝날 때쯤, 대한민국은 역동적 복지국가 혁명의 전야일 것이다. 신자유주의 양극화 시대에서 보통 사람들의 민생 불안이 깊고 넓으며, 우리가 풀뿌리 시민사회의 역동성과 보편적 복지국가를 향한 국민적 열망을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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