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녹색기후기금(Green Climate Fund·GCF)을 송도에 유치했다며 속보가 쏟아진다.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에 이어 국제통화기금(IMF)와 맞먹는 규모의 국제기금을 유치한 MB의 외교력을 칭송해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막상 GCF 설립 현황과 한국 국민들에게 돌아가는 이익을 생각해보면 섣부른 기대는 금물이다.
GCF는 지난 2010년 멕시코 칸쿤에서 열린 UN기후변화협약(UNFCCC)에서 설립이 합의됐다. 현재 세계은행 아래 지구환경기금(GEF) 등이 운영하고 있는 여러가지 기후변화 관련 기금을 통합해 관리할 수 있는 기구를 창설하자는 아이디어였다. GCF의 운영을 둘러싸고 '선진국'들은 세계은행이 맡아야 한다고 주장한 데 비해, 개발도상국들은 선진국의 이익을 대변하는 세계은행 대신 개발도상국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개발도상국들의 주장이 반영돼 GCF 이사회에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이 동수로 참여하기로 결정됐다.
그러나 기후변화 관계자들은 GCF가 명분만 거창한 빈껍데기가 되지 않을까 우려한다. 현재 세계적으로 심화되고 있는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려면 매년 2000억 달러가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왔고, 2010년 기후변화회의에서는 GCF를 조성해 2020년까지 매년 1000억 달러씩 모으자는 합의가 모아졌다. 그러나 이 규모에 대한 논란은 아직도 분분하다. 이미 GEF, 일본 정부, 유럽연합 등 선진국들이 운영하는 기금이 따로 있을 뿐 아니라, GCF 조성 참여가 의무사항도 아니기 때문이다.
더구나 유럽 등지의 경제 침체로 인해 대부분 국가들은 이미 조성된 기금에도 약속한 금액에 훨씬 못 미치는 금액을 내놓는 상황이다. 이에 더해 선진국들이 개도국이 참여하는 운영 방식에 회의적인 현재 상황을 볼때 GCF가 'IMF 규모'로 모금되고 운영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2010년 이후 현재까지 GCF로 모아진 액수는 호주와 네덜란드가 내놓은 80만 달러가 전부다.
국내 파급효과를 살펴보자. 정부는 국제기구 직원 및 국제회의 참가자들이 소비하는 규모를 계산해 연간 3800억 원의 파급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또 국내 기업들이 국제 회의에 참여하면서 얻게될 이익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인천시는 송도에 GCF가 들어설 건물 15개층을 무상으로 임대해주며 900만 달러의 시설비도 지원하기로 했다고 한다. 다른 지원을 얼마나 더 약속했는지 모르겠지만, 일단 공개된 규모만 보아도 이미 재정 위기를 맞고 있는 인천시의 부담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고용 효과는 얼마나 될까? 국제기구에 고용되는 인력은 우선 국제공용어에 능통한 인력들이다. 한국에 유치가 된다고 해도 시설 관리나 일부 행정 분야를 제외하고는 한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고용에 유리하지는 않을 것이다. 일례로 태국 방콕은 아시아-태평양 관련 국제기구가 몰려있는 곳으로 잘 알려져있지만, 그로 인해 태국인들이 국제기구 주요 보직에 대거 진출했다는 소식은 찾아보기 어렵다.
국제기구가 채용에서 국적을 고려하는 경우는 분담금에 대한 기여가 큰 경우이다. 일본 여성들이 국제 기구 진출에 유리하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도 일본 정부가 그간 국제 기구에 상당한 분담금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결국 단순히 시설을 유치한다고 고용 효과가 높아지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도 꾸준히 '투자'를 해야 한국인의 고용 효과도 있을 거란 얘기다. 그나마 UNFCCC 규모까지는 아니더라도 국제회의가 송도에서 자주 열린다면 호텔 등 관광 사업과 이에 따른 부동산 경기의 활성화 정도를 기대해볼 순 있을 것이다.
현재 GCF 유치에 따른 파급 효과 부풀리기는 올림픽 및 각종 국제경기 유치 때를 보는 듯 하다. 지난 2006년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2014인천아시안게임이 13조 원의 생산 유발 및 27만여 명의 고용 유발 효과를 거둔다고 분석했지만 현재 인천시는 재정위기를 겪고 있다. 그로 인한 복지 재정 삭감은 고스란히 서민의 부담으로 돌아간다.
한국 정부가 기후변화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실제적인 온실가스 배출 감소와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대한 투자가 아닌 국제 기금 유치로 국제 사회의 '리더'가 된다고 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일이다. 겉만 그럴듯한 외교 정치로 업적을 쌓으려는 정부와 이에 동조하는 국내 언론의 호들갑이 씁쓸하기만 하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