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지독하기로 소문났던 한진중공업 자본도 이렇게 많은 힘을 쓰진 못했는데 역시 현대차는, 정몽구 회장은 다르구나."
| ▲ 20일 현대자동차 울산 공장에서 열린 희망버스 행사에서 참가자들과 사측이 대치했다. ⓒ프레시안(최형락) |
하긴 차분히 돌아보면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10년의 투쟁은 한국에서 가장 많은 돈과 권력, 영향력이 있는 자본, 그 거대한 철옹성에 맞선 싸움이었습니다. 제가 2003년에 월차를 쓰려다가 관리자들에게 폭행을 당하고 병원에 입원했는데, 관리자들이 병원에 찾아와서 식칼로 저의 아킬레스건을 자른 사태를 계기로 현대자동차 아산, 울산, 전주 비정규직노조가 만들어졌습니다. 이것은 하나의 사례이고 현장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숨 쉬기조차 힘들었습니다. 화장실 갈 틈도 없었습니다. 정몽구 회장은 왜 비정규직 노조가 만들어졌는지 그 이유라도 아는지 모르겠습니다.
그 이후론 한여름도 혹한의 겨울 같았던 모진 시련의 세월이었습니다. 목숨을 바친 동지들이 있고 수백 명이 해고당했습니다. 파업 한 번 하기 위해서는 갈비뼈가 부러지는 것쯤은 각오해야 했습니다. 2010년 저희 지회가 파업했을 때는 '용역 깡패'와 관리자들에게 두들겨 맞아 60여 명이 병원에 입원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7월 15일 자결한 지회 사무장 박정식 열사는 아직도 장례를 치르지 못해 10일 넘게 차가운 영안실에 누워 있습니다. 정몽구 회장이 노동부와 대법원의 판결을 인정하고 정규직화를 실시했다면 죽지 않았을 35세의 젊은 노동자입니다. 그리고 울산의 최병승·천의봉 동지는 300일 가까이 철탑에서 농성을 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들을 돌아보면 차라리 비정규직 노조를 시작하지 않았더라면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러나 저를 포함한 우리는 모두 후회하지 않습니다. 불법 파견 이전에 비정규직 제도 자체가 너무나 부당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 ▲ 지난 20일 울산 희망버스에 참가했다가 현대차 측에서 날아온 돌에 맞아 쓰러진 민주노총 경남지부 조합원 ⓒ프레시안(최형락) |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매출액 84조4697억 원(자동차 71조3065억 원, 금융 및 기타 13조1632억 원), 영업이익 8조4369억 원, 경상이익 11조6051억 원, 당기순이익 9조563억 원(비지배지분 포함)의 실적을 올렸습니다. 이 짐작하기도 어려운 숫자들. 그런데 이 이익들이 기록되는 시간에 우리 해고자들은 차비가 없어 하염없이 길을 걸어 집회에 나와야 했고 현장에서는 얻어터져야 했습니다. 그리고 현장의 노동자들은 땀 흘려 일했습니다. 많은 사람이 현대자동차가 거두어들이는 그 순이익의 아주 조금이면 정규직화가 가능하다고 얘기들 했지만 정몽구 회장이 그 문제를 고민할 리는 없겠지요. 2010년엔가 정몽구 회장이 900억 원짜리 전용기를 도입했다는 얘기를 듣고 우리가 참 허탈해했던 기억도 떠오릅니다.
국정원 사건에서 보듯 민주주의라는 게 껍데기고 그 껍데기 민주주의일 뿐인 선거조차도 누군가가 마음대로 짓밟을 수 있는 사회에서 엄청난 돈과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못할 게 무엇이겠습니까? 그것도 한국의 최고라 하는 재벌인 현대자동차 회장이. 대법원 판결도 헌신짝처럼 짓밟을 수 있고 순식간에 노동자들을 폭도로 몰 수 있고 수십 명을 잡아들일 수 있고 또 수백 명을 해고할 수 있고.
그러나 단 한 가지는 절대로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지긋지긋한 차별과 가난을 끝내려는 우리의 마음을 짓밟을 수 없을 것입니다. 또 누군가가 죽어야 할지 모르고 박정식 열사의 장례는 얼마나 길어질지 모르고 철탑의 처절한 농성도 또 얼마나 이어가야 할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짓밟히지 않을 것입니다. 짓밟히지 않기 위해서 오늘도 우리는 외칩니다. "정규직 전환 쟁취하자! 비정규직 철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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