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3일, 서울 남산 중턱에 자리잡은 하이야트 호텔. 이날 이곳에서는 미디어윌이라는 새로운 회사의 출범을 알리는 기념식이 있었다.
벼룩시장이 창립 10주년을 맞아 회사 이름을 미디어윌(MediaWill)로 바꾸고 종합 미디어그룹으로서의 새로운 출발을 선언하는 자리였다. 향후 5년간 연관 분야의 정보통신, 뉴미디어 분야에 1천억원 정도를 투자할 것이라는 야심찬 계획도 발표됐다.
단순히 회사 이름만 바꾼 것은 아니었다. 각기 개별 회사로 분리돼 있던 전국 50개 벼룩시장 가운데 주원석 사장이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14개 직영점을 묶어 단일기업으로 만들고, 계열사들을 배치한 홀딩 컴퍼니였다.
여기에는 타블로이드판 신문을 하루 520만부 찍을 수 있는 대원인쇄의 부천공장과 대구공장, 부동산 컨설팅 및 리츠회사인 부동산써브, 부동산써브컨설팅, YoLoan.com, 우리 감정평가, 글로벌감정평가등 부동산 관련 회사, 웹 에이전시 회사인 웹트레인, 인터넷 지도 서비스 업체인 주어버맵월드, 인터넷 쇼핑몰인 SaleToday, KBS와 컨소시엄으로 설립한 겜TV 등이 포함된다.
연간 총 매출액 1천7백억원. 종업원 수 1,700여명. 종합미디어그룹을 지향한다는 취지에서 ‘미디어’에 희망과 가능성, 의지를 담아 ‘윌’을 덧붙였다는 것이다. 단순 과격해 보이기도 하는 단어의 조합이지만 그 ‘의지’만은 분명하게 읽혀지는 작명이다.
10년 전 부천역 근처 15평 사무실에서 5명으로 시작한 벼룩시장이 10년만에 이룬 벼룩의 도약과도 같은 성취였다.
이보다 3개월 앞선 2000년 4월 25일. 가로수닷컴이 코스닥에 상장됐다. 서울을 중심으로 한 생활정보지 가로수의 상표권과 인쇄시설을 갖고 있던 가로수정보통신이 회사명을 가로수닷컴으로 바꾸고 이날 상장한 것이다.
생활정보지 빅3 가운데 서울을 거점으로 생활정보지 시장을 개척해온 업계 3위의 가로수가 인터넷 쇼핑몰 등 전자상거래 분야로의 진출을 선언하는 것이자, 생활정보지 기업의 변신과 그 가능성이 시장의 평가에 맡겨지는 순간이기도 했다.
코스닥 등록 때 주 생산품이 생활정보신문으로 돼 있지만 가로수닷컴은 사실 생활정보지 업체는 아니다. 가로수 신문을 찍어주는 인쇄 매출이 전체 매출의 절반을 넘고(2000년 54.78%), 직접 발행하고 있는 관악가로수와 가로수 상표권 사용료로 거둬들이는 광고수입은 전체 매출의 20%가 채 안된다. 나머지는 ‘1시간 배송’ 등을 앞세운 전자상거래가 차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로수닷컴은 생활정보지 가로수의 등록업체라는 인상이 강하다. 코스닥 등록 후 두 차례에 걸친 전환사채 발행을 통해 170여억원(이 가운데 123억원은 해외에서 발행)을 성공적으로 모을 수 있었던 것도 생활정보지의 탄탄한 수익성을 높게 평가 받았다는 게 증권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액면가 500원의 주가는 한 때 2만3천원선까지 치솟기도 했다. 현재 시가는 10월 5일 종가기준 1,910원이다.
10여년전 길거리에서 시작했던 생활정보지들은 이제 종합미디어업체로, 혹은 인터넷 기업으로 새로운 변신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의 변신이 앞으로 어떤 그림을 그려나갈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분명한 것은 그것이 무엇이 됐든 ‘향후 5년간 1천억 투자’를 장담할 정도로 커지고, 해외에서 자본을 조달할 수 있을 정도의 공신력을 갖추게 됐다는 점이다.
***10년만에 100배 성장… 미디어윌 그룹 지난해 1천7백억원 매출**
미디어윌…. 보통 사람들에게는 아직 낯선 이름. 무엇 때문일까. 사람들에게 알려질 만큼 알려진 벼룩시장이라는 이름 대신에 새로운 회사 이름을 택한 것은….
“벼룩시장이라면 생활정보지라는 느낌과 영세하다는 느낌이 복합돼 있어요.” 미국 유학 후 ‘주저없이’ 4쪽짜리 생활정보지에 인생의 승부를 걸었던 주원석 사장은 그 배경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혔다.
그의 심중을 정확히 헤아리는 것은 무모한 노릇일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의 ‘느낌’이 반발하는 것처럼 벼룩시장은 이제 더 이상 ‘영세’하지 않다는 것이다.
전국 190여개 지역에서 50개 판을 내는 벼룩시장의 하루 발행 부수는 2백만부 이상. 이들 전국 벼룩시장의 연간 매출액만도 작게는 1천5백억원(벼룩시장 추산)에서 크게는 2천억~3천억원(업계 추산) 규모로 추정된다. 그만큼 이들 광고시장의 저변이 커졌다.
전적으로 풀뿌리 광고에 의존하고 있는 생활정보지 시장의 성장은 비약적이다. 90년대 초 연간 1억~2억원에 불과했던 이들 생활정보지들의 매출은 이제 1백억원을 넘는 곳이 많다. 서울은 물론 지방에서도 선두 그룹 가운데는 1백50억원을 넘는 곳도 있다. 10년 만에 많게는 1백배 가까운, 놀라운 성장이다.
생활정보지의 전체 시장 규모에 대해서는 정확한 자료가 없다. 하지만 대략 그 규모를 어림잡아 볼 수는 있다. ‘대한민국 대표 생활정보신문’을 자임하는 미디어윌의 발표 수치도 그 한 척도가 될 수 있겠다.
미디어윌이 ‘공식적’으로 밝힌 지난해 매출 규모는 1천7백억원. 인쇄와 부동산 등 자회사와 계열사 매출까지를 포함한 수치다.
이 가운데 미디어윌 산하 14개 벼룩시장 매출과 상표 사용료를 포함한 광고 매출은 8백46억원. 지배 주주로 돼 있는 계열 벼룩시장 매출을 포함하면 1천억원 가량. 전국 벼룩시장 전체적으로 1천5백억원 정도라는 것이 이승철 벼룩시장 부사장의 말이다.
전국에서 발행되고 있는 생활정보지는 9월초 현재 모두 385개. 이 가운데 벼룩시장( 50개), 교차로(67개), 가로수(24개) 3개사 브랜드가 전체 매출의 80~90% 정도인 것으로 추산된다. 또 이들 3개사 브랜드 가운데 벼룩시장이 절반 정도의 시장을 차지하고 있다.
이렇게 계산하면 이들 3개 브랜드의 연간 총매출은 대략 3천억원선. 기타 다른 회사들의 매출을 합한다면 대략 4천억원선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그러나 업계의 추산은 이를 훨씬 상회한다. 한국생활정보신문협회가 올 초 업계 고위 관계자들이 만난 자리에서 추산한 지난해 생활정보지 시장 규모는 대략 6천억~7천억원선. 올해는 8천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가로수가 코스닥에 상장한 가로수닷컴이 펴낸 회사 설명서에서도 이같은 수치를 확인할 수 있다. 가로수닷컴이 인용한 한국생활정보신문협회의 자료를 보면 1999년 4천8백억원이던 생활정보신문 광고시장이 2000년 6천2백50억원으로, 그리고 올해는 8천2백억원 가까이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샘솟는 광고들…불황이 없다**
전체 시장 규모 추정에서는 상당한 차이가 나지만 성장률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 미디어윌의 매출액 추이나 생활정보신문협회의 추정치 모두 최근 3년간(99년도~2001년 추정치) 매출액 신장률은 평균 28%. 같은 기간 국내 GDP 성장률(8.8~10.9%)은 물론 제조업(99, 2000년 평균 11.6%) 및 서비스업(19.6%) 평균 성장률을 훨씬 뛰어 넘는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같은 높은 매출 신장세가 지난 10여년 동안 IMF 한파를 맞은 98년 한해를 빼고는 줄곧 지속돼 왔다는 것이다. 국가 경제가 거덜난 IMF 한파 때 종합 일간 신문의 광고 시장이 30% 이상 줄었을 때도 이들 풀뿌리 광고시장의 매출 감소는 그렇게 크지는 않았다.
교차로나 가로수의 경우, 지역에 따라 20~30% 까지 감소했지만 벼룩시장은 10% 정도 하락선에서 방어선을 펼 수 있었다고 한다. 미디어윌의 공식 발표 자료에 따르면 98년에도 매출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있다.
“서민들의 광고 수요는 생활상의 흐름을 고스란히 반영하는 거울이어서 경제가 어려워진다고 해서 그리 줄지 않는”다는 게 생활정보신문협회 허 철 차장의 분석이다.
부동산 가격이 들먹이면 ‘떴다방’ 광고가 줄을 잇고, 노래방부터 온갖 ‘방’자 붙은 사업이 잘된다 싶으면 역시 이들 사업 관련 아이템이 새로운 광고 시장을 형성한다. 컴퓨터나 핸드폰도 예외는 아니다. 모든 것들이 무너지던 IMF 한파 때 역시 또 그런 대로 새로운 광고 수요가 생겨났다.
대표적인 것이 구인 구직 광고. 구인구직광고는 IMF 전만 하더라도 주택 임대나 상가 임대에 크게 못 미쳤지만 IMF 이후 크게 늘기 시작해 이제 수도권 지역에서는 단일 분야로는 가장 많은 광고 물량을 차지하고 있다.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되곤 하는 ‘싼 이자’ ‘5분 대출’ 등 사채광고 물량 역시 IMF 한파 때 더 늘어났다. 대기업들이 맥없이 나자빠지면서 몰릴 때 까지 몰린 중소 하청업자들이나, 더 이상 가계를 지탱할 수 없게 된 서민들을 유혹하는 사채 광고는 오히려 증가 추세를 보였다. 수요가 공급을 창출하는 것은 당연한 시장의 흐름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생활정보지들이 싣고 있는 상가나 부동산 임대, 전월세방, 중고 매물 등은 경기 영향이 크지 않다. 이른바 하방경직성이 큰 편이다. 부동산, 중고 매물 등 기존의 주요 아이템들이 평균 수준을 유지해 주면서 경기 변동과 생활 문화의 변화에 따른 새로운 광고 수요가 이들 생활정보지들의 매출을 크게 늘려주는 효자 노릇을 했다.
경제가 호황이면 호황인 대로, 또 어려우면 어려운 대로 서민들의 필요에 따라 물 흐르듯이 생성되는 자연발생적인 광고시장의 형성, 그것이야말로 생활정보지의 지속적인 고속 성장을 가능케 한 풀뿌리 광고 시장의 저력이다.
물론 생활정보지 시장이 거저 확대된 것만은 아니다. 초창기에는 길거리 가게에 들러 광고를 유치하고, 발행 일수와 배포 회수를 늘리고, 배포 시간대를 조정하고, 장터를 직접 개설하는 등 나름대로 치열한 마케팅의 결과이기도 했다.
특히 발행일수의 확대(주 1회에서 시작해 지금은 주 5회, 많게는 주 6회까지 내고 있다)는 광고 물량이 늘어난 데 따른 자연스런 결과이기도 하지만 광고 요금의 ‘실질적 인상 효과’를 가져와 시장의 볼륨을 키우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주 3회에서 주 5회 발행으로 넘어간 것은 업체간의 과당 경쟁 탓도 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전체 시장 볼륨을 키우는 데 크게 기여했다. 두 번 싣는 요금으로 주 5회를 실어주었는데, 광고를 내는 사람으로서도 불만일 게 없었고, 생활정보지 입장에서는 매출을 크게 올릴 수 있었다.”
이진기 동서울 교차로 사장의 말이다.
주 3회까지는 1회 게재 요금과 2,3회 게재 요금을 차등화 하기가 쉽지 않았지만 주5회를 발행하면서부터는 사정이 달라졌다. 2회 게재 요금으로 주 5회 게재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1회 게재자를 대거 2회 게재자로 유인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만약 생활정보지에 광고를 내려 하는데 2회 게재요금으로 5번을 실을 수 있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매년 20~30% 씩 성장해 왔지만 특히 3회에서 5회 발행으로 넘어간 95~96년 때 거의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것 같다. 반면 비용 측면에서는 종이값과 인쇄비 말고는 따로 나갈 게 없었다.”
가로수닷컴 장석교 이사의 회고다. 주 5회로 발행일수를 늘리면서 영업인력이나 배포 인력을 따로 늘릴 필요는 없었던 만큼 매출 확대 이상으로 수익 구조도 크게 개선됐다. 일단 ‘저질러 본’ 일이기는 했지만 말 그대로 ‘꿩 먹고 알 먹고’ 였다. 이진기 사장은 “50~60억 정도 하던 회사들이 1백억 짜리 회사가 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주 5회 발행이 나중에 이들 생활정보지들의 ‘기득권’을 지켜주는 든든한 울타리가 되리라고는 이들도 미처 생각하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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