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바이의 왕비 니오베가 제단으로 향하는 계단을 오르고 있었다. 그녀의 머리 위에 앉은 월계수 관이 지위를 말해주었다. 여러 명의 시녀들도 제단에 사를 유향을 받쳐들고 함께 따라가고 있었다.
테바이 성에선 레토가 낳은 쌍둥이 남매 아폴론과 아르테미스를 기리는 축제가 절정에 이르고 있었다.
니오베는 발길을 멈추고 무리를 내려다보며,
“이 무슨, 되어먹지 못한 짓거리들이냐! 너희는 여기 서 있는 인간보다 발뒤꿈치도 본 적이 없는 신을 더 찬양한단 말이냐? 어째서 레토 따위가 여기 있는 나보다 더 흠숭 받아야 한다는 게냐?”
하고, 축제에 들떠 있는 군중들을 꾸짖었다. 얼음장이 깨어질 때 나는 소리였다. 황금과 보석으로 치장된 그녀의 예복까지 떨고 있었다.
“나의 아버지는 신들의 잔치에서도 큰 손님으로 대접을 받으시던 탄탈로스가 아니더냐? 그리고 내 남편은 이 나라를 세운 국왕이 아니시더냐?” 그녀는 차라리 온몸으로 외쳤다.
니오베는 친정 아버지로부터 프리기아 땅을 상속받아 사방이 그녀의 소유지일 정도로 부와 영광을 한 몸에 누리며 살았다. 그리고 우아한 그녀는 다른 여신들과 비교해도 결코 빠지지 않았다.
또한 그는 슬하에 아들 7형제, 딸 7자매를 둔 다복한 왕비였다. 내로라 하는 집안들이 그녀와 사돈관계를 맺으려고 온종일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너희들은 아이를 둘밖에 못 낳은 티탄의 딸이 나보다 더 좋으냐?” 아직도 분이 풀리지 않았다.
“나는 행복한 사람이고 앞으로도 당연히 그럴 거야. 한 타스도 넘는 내 자식들을 보아라. 운명의 여신 티케도 무섭지 않아. 내 자식을 데려가려면 데려가라고 해라. 얼마든지 남아 있으니까.”
“그래, 운명의 여신이 내 자식 몇을 데려간들 자식이 둘밖에 없는 레토 꼴이야 되겠느냐? 이런 축제 같은 것 집어치워 버려!” 그녀는 머리 위에 쓰고 있던 월계관을 벗어 땅바닥에 던져 버렸다.
바로 이 때, 레토 여신이 퀸토스 산꼭대기에 자리잡은 신전에서 휴식을 즐기고 있었다. 그녀는 오만한 니오베의 행동을 보고 화가 발끈했다. 둘밖에 없는 쌍둥이 남매를 불렀다.
“아폴론” “아르테미스”, “아폴론” “아르테미스”, “아폴론” “아르테미스” ....
성급하게 외쳐대는 어머니의 목소리를 듣고 쌍둥이 남매는 뛰어왔다.
“저 테바이 니오베의 배은 망덕한 소리가 들리지 않니? 난 여태까지 태양과 달을 통치하는 내 자식들을 세상에 둘도 없는 것으로 자랑하지 않은 적이 한시도 없다. 그래서 헤라 여신을 제외하곤 나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이 무슨 꼴이냐?”
“어머니 그만하세요. 그 정도면 충분해요.” 딸 아르테미스가 오빠 아폴론을 흘끗 쳐다보며 말했다.
레토에게 그처럼 긍지와 자부심을 안겨준 아폴론과 아르테미스는 델로스 섬에서 태어났다. 제우스와 사랑을 나누고 쌍둥이 남매를 낳기 전 레토는 헤라 여신의 질투받이가 되어 에게해의 이 곳 저 곳을 찾아다니며 몸 붙일 곳을 간청하였으나 누구도 헤라의 노여움을 살까 두려워 레토를 보는 척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델로스 섬만이 아폴론과 아르테미스가 태어날 수 있도록 레토의 은신처를 마련해주었다. 제우스는 이에 대한 보답으로 레토가 머문 델로스 섬을 튼튼한 쇠사슬로 바다에 붙들어 매주었다.
어머니 레토의 명령을 받든 아르테미스와 아폴론은 서둘렀다. 올림포스산 꼭대기에 있는 구름문을 밀치고 하늘을 화살처럼 날아 테바이 성의 탑루에 사뿐히 내려앉았다. 성문 앞에 펼쳐진 들판에서는 테바이 성의 아이들이 전쟁놀이를 하고 있었다.
니오베의 아들들도 거기에 있었다. 니오베의 아들들은 잘 치장한 준마를 조련하거나 화려한 이륜마차를 모느라 정신이 없었다.
먼저 아르테미스가 첫 화살을 시위에 메겼다. 팽팽히 당겨진 시위를 떠난 화살은 허리를 말 잔등에 바싹 붙이고 말고삐를 움켜쥐고 들판을 달리고 있던 맏아들 이스메노스를 겨냥했다. 이스메노스는 아르테미스의 화살을 맞고는 비명 소리와 함께 땅바닥에 굴러 떨어졌다.
또 아르테미스는 이륜차를 몰고 온 둘째 아들과 수업을 끝내고 씨름 연습하러 운동장으로 나오려던 참인 넷째와 다섯째를 화살 하나로 단번에 꿰고 말았다. 이 세 아이의 형 알페노르는 동생들이 쓰러지는 것을 보고 이들을 보살피려 했다가 손을 써보지도 못하고 희생되었다. 최후까지 살아 남은 막내 일리오네오스는 두 팔을 벌리고 하늘을 우러러보며 기도했다.
“이 세상에 있는 모든 신들이시여, 저를 살려주소서!”하고 큰소리로 빌었다. 그러나 이미 화살은 시위를 떠난 뒤였다.
니오베의 남편 암피온은 이 일로 충격을 받고 슬픔을 이기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통곡소리를 뒤로 하고 아르테미스와 아폴론은 상복차림으로 죽은 오빠와 아버지의 관 옆에서 애도하고 있던 딸들을 향해서 화살 시위를 당겼다.
다 죽고 마지막으로 막내 딸 하나만 남았다. 니오베는 아름다운 백로가 알을 품듯이 아직 젖비린내가 가시지 않은 막내딸을 품안에 꼭 감싸며 애원했다.
“마지막 부탁입니다. 세상에 태어나 피어보지도 못한 막내 하나만은 살려주세요.”
“니오베, 나의 어머니 레토를 능멸한 때를 잊어버렸나?” 아르테미스는 냉정했다. 그리고 어린 딸도 마지막 숨을 몰아쉬었다.
니오베는 싸늘하게 식은 자식과 남편의 유해 앞에 무릎을 꿇고 하나 하나에게 입맞춤을 했다. 그리고 두 팔을 하늘로 쳐들고 울부짖었다. 슬픔이 그녀를 용감하게 만들었다.
“신이시여, 이 비극을 한시라도 잊지 않을 것입니다. 그대들도 나와 똑같이 가슴을 도려내는 아픔을 겪고 통곡할 날이 올 것입니다.”
레토의 분풀이를 끝내고 아르테미스와 아폴론은 다시 구름문을 지나 올림포스 신전으로 돌아갔다.
아폴론과 아르테미스 남매는 제우스가 거신족과 싸운 ‘티타노마키아’ 전투에서 승리한 뒤 원래 헬리오스와 셀레네가 맡고 있던 태양의 신과 달의 여신 자리를 각각 맡게 되어 올림포스 신전에서도 중요한 위치에 있는 신들이다.
아폴론과 아르테미스는 각각 태양과 달을 통치하기 전까지는 같이 마음껏 놀며 함께 사냥도 다니곤 했지만 중책을 맡은 뒤에는 그럴 수가 없었다.
아르테미스는 활쏘기의 명수여서 활의 신이기도 하다. 달의 여신 아르테미스는 사냥의 여신이기도 하다. 또한 영원한 순결을 결심한 그녀는 여성의 수호신으로서 처녀성을 잃은 여성에게는 잔혹하지만 그 여성이 아이를 낳기라도 하면 팔을 걷어붙이고 친절을 베풀줄 알아 그녀의 속마음을 짐작할 수 없는 처녀신이다.
아름다운 스파르타 왕비 헬레네를 꾀어 간 트로이아 왕자 파리스와 그 조국을 응징하고 왕비를 되찾기 위한 트로이아 전쟁이 발발한 적이 있다.
트로이아를 치기 위해 편성된 그리스 연합군의 총사령관인 뮈케나이 왕 아가멤논이 전쟁터에 나가기 전 사슴 한 마리 죽인 것이 화근이 되어 큰딸 이피게네이아를 산 제물로 바쳐야 했다. 그러나 아르테미스는 제단에 바쳐진 처녀 이피게네이아를 구름에 싸서 타우리스로 데려가 자기 신전의 여사제로 삼고 보호했다. 이피게네이아는 뒷날 남동생과 힘을 합쳐 아버지의 원수를 갚게 되었다.
철저한 사생활로 유명한 아르테미스는 그녀의 목욕장면을 우연히 훔쳐보게 된 악타이온을 처참하게 응징한 적도 있지만 맑고 고요한 밤, 라트모스 산에서 양을 치는 미남 청년 엔뒤미온이 잠자는 모습에 반해 꼼짝도 하지 않고 밤새 내내 그의 곁을 떠나지 않을 정도로 정열적인 처녀신이다.
순결과 정열의 여신 아르테미스가 지배한 달은 지구의 하나뿐인 자손이다. 달은 매 초 약 1㎞씩 매우 일정한 속도로 타원궤도를 그리며 돌고 있다. 달이 한 번 자전 할 때 걸리는 시간은 지구의 시간으로 환산하면 27.3일이다.
그리고 달의 중력은 지구의 6분의 1 수준에도 못 미친다. 몸무게 39㎏인 초등학생이 달나라에 갔을 경우 약 6㎏ 정도밖에 안 된다. 중력이 작을수록 체중은 가벼워지게 마련이다.
그리고 우주인들이 높이뛰기 선수처럼 달 표면을 껑충껑충 뛰어오른 것도 약한 중력으로 몸을 바닥권에 누르는 힘이 무기력해지기 때문에 일어난 당연한 현상이다.
달에는 공기가 없다. 달의 중력이 너무 낮아 기체를 붙들어 놓을 만한 힘이 없기 때문이다.
달은 지구의 자손으로서 지구인들의 발걸음이 가장 잦았던 만큼 수수께끼도 많이 풀리었다. 달의 하늘은 지구의 하늘처럼 푸른빛이 아니다. 긴 어둠의 장막이 항상 드리워진 달의 하늘에는 낮이건 밤이건 별빛천지를 이룬다.
1969년 아폴로 11호 닐 암스트롱 선장과 승무원 에드윈 올드린이 달에 남긴 발자국은 지금도 선명하게 그대로 남아 있다. 일부 과학자들은 “이 발자국의 흔적은 아마 1천만년 정도까지 남을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
이는 달에선 바람 한 점 없어 물체 위에 먼지가 내려앉을 턱이 없기 때문이란다.
달은 지구의 후손이지만 전혀 닮지 않았다. 지구의 표면이 대륙의 이동이나 조산활동 따위의 내부 변화와 농도가 짙은 대기의 침식으로 매우 빠른 속도로 진화가 거듭되고 있는 반면에 달은 내부 활동이 거의 멈춘 상태일 뿐 아니라 대기마저 없어 처음 탄생될 당시의 원형 그대로 보존되어 있어 몹시 대조를 이룬다.
조용한 천국으로 비유되는 달에 아폴로 우주선이 설치해 놓은 지진계에 따르면 우주선들이 뜨고 내릴 때마다 받은 충격으로 달 전체가 약 1시간 동안이나 진동을 멈추지 않았다는 기록이 있다.
평상시에도, 때때로 떨어지는 작은 운석과 가끔 발생하는 작은 산사태가 지진계에 기록될 뿐 고요한 우주이다.
옛날 우리 조상들이 옥토끼와 금토끼가 방아를 찧는다고 알려진 달은 공기와 물이 없어 풍화나 침식작용이 일어나지 않아 그 동안 일어난 모든 역사의 사실들을 한 순간도 빠뜨리지 않고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달의 모양은 남북으로 다소 일그러진 형태이며 적도 부근의 반지름은 극 부분의 반지름보다 1㎞ 길다. 그리고 지구와 반대쪽에 약 1㎞ 가량 되는 삐쭉 내민 코가 있다.
그리고 달에는 대기가 없어 수성과 같이 한낮에는 섭씨 134도까지 올라갔다가 밤에는 섭씨 영하 170도 이하로 곤두박질쳐 일교차가 무려 300도를 웃도는 생지옥이다.
달은 자전주기와 지구의 주위를 도는 공전주기가 모두 27.3일로 똑같아 지구촌 사람들은 평생 달의 반쪽밖에 볼 수 없다. 그러나 우리는 달나라까지 왔다 갔다 하는 인공위성을 타고 달을 정복할 수 있다.
오늘날 달은 화성 등으로 출발하는 우주의 전진기지로 화려한 조명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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