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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김 '영웅만들기'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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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로버트 김 '영웅만들기'가 아닙니다"

<반론> 이상돈교수의 칼럼 ‘로버트 김 열풍 이대로 좋은가’를 읽고

지난 9일 인터넷 매체「미래 한국」에 올린 중앙대 법대 이상돈교수의 칼럼‘로버트 김 열풍 이대로 좋은가?’를 읽고 이 땅의 지식인의 역할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그의 글을 전체적인 맥락에서 요약해 보면 ‘로버트 김이 스파이이며 범법자인데 이성적이지 못한 「로버트 김 후원회」와 보수와 좌파 언론이 그를 영웅으로 만들어 한미관계 동맹과 미 교포 주류사회에 악영향을 줄 것이 우려된다.’는 내용이다.

먼저 반론을 제기하는 본인은 시인이자 경제학자로서 5년여 전부터 정부로부터 외면당하고 외롭게 미 연방 알렌우드 교도소에서 자신에게 부당하게 부여된 과도한 형기를 감면받고자 조국과 미 대통령, 사면국 등을 향해 처절한 호소를 하는 로버트 김을 더 이상 방관하고만 있을 수 없어 청와대ㆍ정부 기관ㆍ국회ㆍ미 대사관 등에 조국을 위해 조건 없는 희생을 한 로버트 김에게 미력하나마 힘이 되어 드리고자 독자적으로 구명운동을 펼쳤던 사람이다.

당시 「로버트 김 구명위원회」가 있었으나 본인은 그 단체에 가입하는 방법도 몰랐으며 할 생각도 않았다. 그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자신의 안위를 돌보지 않고 떠나온 조국에 정보를 주다가 한국정부로부터 버림받고 옥고를 치르고 있는 로버트 김(김채곤)이 안쓰럽기 짝이 없고, ‘정부가 나서서 그를 위해 제 역할을 못한다면 국민이라도 나서서 그를 도와야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기본적인 도리를 다하는 것이 아닌가?’ 라는 그에 대한 부담감과 소명감 때문이었다.

본인은 그간의 구명활동이 일간지와 프레시안 등 인터넷 매체를 통해 로버트 김과 그 가족들에게 알려진 인연으로 현재 로버트 김 후원회 이사를 맡아 그의 석방을 전후해 나름대로 시간을 쪼개어 봉사하고 있다.

그동안 ROTC 여의도포럼 등 동기 모임을 비롯해 본인이 주관하는 대학 강의시간에 또 언론을 통해 본인의 활동을 알게 된 지역 로타리 클럽ㆍ동창회ㆍ교회 등의 초청을 받아 ‘정보 부재의 조국을 안타까이 여겨 정보를 제공하다 구속된 로버트 김’에 대해 특강을 한 바 있으나 어느 누구도 이 교수와 같은 반론을 제기하는 것은 들어보지 못했다. 오히려 넉넉지 못한 중소기업인으로부터 백 만원이나 되는 적지 않은 기부를 받고 놀라고 또 뜻 있는 이들의 십시일반 성금에 가슴이 뭉클한 기억이 있을 뿐이다.

교수로 대표되는 우리나라 지식인은 사회여론 계층이 다양한 여타 선진국과는 달리 사회 여론을 이끄는 나침반 역할을 하고 있으므로 그 특권을 잘 사용하여야 한다. 그런데 객관적인 정보 수집과 예리한 상황 분석을 거친 후 정제되어 나와야 할 고도의 판단 결과와 그에 따른 성과물이 편중되고 제한된 정보와 특정 이익단체의 치우친 시각에 포장되어 실체적 진실과는 거리가 있는 글들로 자주 등장하여 여론을 오도하는 것을 자주 목격하게 된다. 이번 미래한국에 게재된 이 교수의 글도 그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지식인의 한 사람으로서 안타깝다.

물론 그가 걱정하는 선의와 주장이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최소한 로버트 김에 대해 비판을 하거나 전체적인 흐름과 다른 주장을 하기 위해서는 그동안 진전되어 온 사건의 경위와 보도된 자료, 정보 수집을 통해 최소한 객관적인 상황 파악이 선헹되어야 할 것이다. 그는 로버트 김이 이미 자신이 속했던 미 해군 정보국에서 스파이사건으로 떠들썩했던 조나단 폴라드와 같은 사례가 있었는데 무슨 동기로 스파이 행위를 하게 되었는지 모르겠다며 10만불에 달하는 당시 카드 빚을 거론하고 집이 저당 잡힌 사실을 적시해 그가 마치 금전적인 댓가를 원한 양 오해를 받게끔 암시적인 어법을 쓰고 있다.

한 마디로 이 교수는 최소한 로버트 김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밝힌 ‘집으로 돌아오다’라는 그의 자서전을 읽기나 했는지 의문이 간다.

본질적으로 로버트 김 사건은 조나단 폴라드의 경우와 다르다. 조나단 폴라드는 이스라엘 정부의 댓가를 받고 많은 양의 주요 기밀을 빼돌린 고정 스파이였음에 반해 로버트 김은 당시 주미 한국대사관 무관인 백동일 대령에게 ‘주요 기밀은 줄 수 없고 대외비 수준에서 한국에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주겠다.’고 언급한 후 자신이 판단해 그 범위 내에서 기아선상에 허덕이는 북한 경제 실정과 동해안 침투 잠수함 행적, 컴퓨터 시스템 관련 정보 등 50건의 정보를 제공하였던 것이다. 일부 미국 언론인들까지 “로버트 김이 스파이라면 그런 서툴기짝이 없는 아마츄어 삼류스파이가 있을 수 없다.”고 할 정도로 그는 스파이가 한 통상적인 행위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런 그를 어떻게 스파이라고 함부로 말할 수 있을까?

그의 10만불 채무와 관련한 부분은 그의 저서를 통해서도 쉽게 이해되어질 수 있다.

아들 월터가 ‘수영장 딸린 저택’을 부러워하자 그가 공무원으로서의 자부심, 검소한 생활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는 대목이 나오며 1남2녀를 고등교육까지 시킨 그가 학자금 마련을 위해 집을 저당 잡히는 것은 상식적인 일이다. 구속 당시 그의 연봉이 8만불 수준이었음에 비춰볼 때 10만불의 빚은 그가 넉넉히 감당할 범위 내에 있다. 또한 집 구입 시 10-20%만 선금으로 지급하고 나머지는 집을 저당 잡혀 20년 등 장기간에 걸쳐 상환하므로 집을 구입하게 될 경우, 빚이 있는 것이 미국사회에서는 지극히 일상사인데 이를 문제삼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 이러한 사정을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한국사람인 이 교수가 어떻게 미국 검사가 기소한 내용 그대로 10만불 빚에 대해 똑같은 의문을 갖는지 수긍이 가지 않는다.

또 저서에서 보듯이 워싱턴 한인교회 장로였던 그는 부인과 함께 워싱턴 D.C.의 홈리스(homeless)들에게 수시로 도넛과 커피로 봉사하는 이타정신을 일상생활 속에서 실천하는 ‘행하는 믿음’을 가진 분이므로 그를 비판하려면 그의 인격을 살피는 접근이 함께 이뤄져야 하는 것이 기본적인 예의다.

또 이 교수는 로버트 김이 은퇴 후 한국에서 일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정보를 제공한 것이 아닌가 하며 동기의 순수성에 대해 로버트 김이나 후원회에서 해명할 것을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이는 지극히 단편적인 일면만 보는 발상이 아닐 수 없다. 그가 컴퓨터 정보분석전문가로서 분단된 조국의 실정에 맞지 않아 창고에 방치될 우려가 큰 C14시스템 구입에 신중을 기할 것을 한국 해군정보장교에게 일깨운 것은 사실이다. 이것이 재판의 증거가 되기도 했다. 그는 또 저서에서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독자적인 관련 컴퓨터지식을 조국의 발전을 위해 쓰이기를 바라는 염원을 솔직하게 밝히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이것은 최초 정보 제공 동기가 아니라 50건의 정보를 주는 과정에서 추후 발생한 극히 부수적인 일이다. 로버트 김은 수년전 본인에게 보낸 서신에서도 “한국장교들이 공명심에 들떠 무분별하게 군수장비를 구입해 조국의 소중한 외화가 낭비되는 것을 보다 못해 안타까운 마음에 객관적으로 비교할 수 있는 자료를 제공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는 미국이 개발한 컴퓨터시스템이 한국 지형과 제반 여건에 유효하지 않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미국보다는 한국의 입장에서 잘 판단할 것을 일깨웠던 것이다. 그리고 그가 가진 관련 컴퓨터 지식을 장차 은퇴 후 조국을 위해 쓸 생각을 할 수 있는 것은 애국심을 가지고 조국을 도운 입장에서 당연하며 또한 그 최종 판단은 한국정부가 할 일이기 때문에 확실히 보장된 것도 아니다. 그런데 그것이 어떻게 정보 제공의 순수성과 연관된다는 말인가?

그의 최초 정보 제공 동기가 ‘열악한 한국의 정보 실상을 호소하고 도움을 청한’ 한국 무관의 간곡한 부탁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 밝혀진 마당에 그 당시에는 예측조차 할 수 없었던 컴퓨터 관련 시스템이 정보 제공 동기와 무슨 상관 관계가 있는지 이는 상식적으로 판단해 보아도 알 수 있다. 지금은 한미간에 상황이 많이 바뀌었으나 백동일씨가 본인에게 개인적으로 밝힌 바로는 당시 한국군 정보의 90% 이상을 미국 정보에 의존하고 있었다고 한다.

이 교수는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의 ‘한국 국민이 미국 스파이를 돕고 있다’는 보도를 인용하면서 최근 로버트 김 영웅 만들기의 한국 분위기가 미국 주류 한인사회와 한미동맹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는 ‘보수와 좌파 언론’이 분별력 없이 로버트 김을 돕고 있는 상황을 걱정하고 있다.
본인은 세계화와 자유 민주정신의 도도한 흐름을 외면하는 극우세력의 편협한 생각과 행동으로 인해 우리나라의 미래 발전을 가로막는다는 걱정을 하고 있는데 이 교수의 상상력이 결여된 예단(豫斷)에서 그 실체를 보는 듯해 우울하기 짝이 없다.

1996년 9월 로버트 김이 미 연방수사국(FBI)에 체포되어 재판에 회부되었을 당시 결성되었던 「로버트 김 석방위원회」에서 시작되어 「로버트 김 구명위원회」로, 또 「로버트 김 후원회」로 그의 구속에 따른 장구한 세월의 변화에 따라 명칭은 바뀌었으나 그 인적 구성원 어느 누구도 로버트 김을 영웅으로 생각하고 떠받들고 있지 않다. 영웅 명칭은 이 교수 스스로 만들어 낸 것이며 본인은 과문한 탓인지 이번에 처음 들어본다.

이는 로버트 김을 ‘있지도 않은 영웅의 틀에 씌워 폄하’하려는 일부 집단의 의도성을 드러낸 듯도 해 심히 우려된다.

로버트 김 후원회는 자신의 안위를 돌보지 않고 조건 없이 조국을 돕다가 8년 가까운 세월을 영어의 몸이 되어 연봉은 물론 연금자격까지 박탈 당하고 경제파산 선고까지 받아 처절하게 자신과 가족이 희생된 로버트 김을 정작 정보 수혜당사자인 한국 정부에서 외면하고 있기 때문에 국회의원들에게 국민을 대신한 국회라도 나서 달라고 호소하는 것이며, 뜻 있는 국민들의 동참을 호소하는 것뿐이다. 이 글을 쓰는 본인 역시 다른 생업으로 바쁜데 무슨 할 일이 없어 ‘난센스일 수밖에 없는 그의 영웅 만들기’에 앞장 서겠는가?

로버트 김 자서전 서문에서 스스로도 밝혔듯이 ‘나는 나의 조국 한국을 사랑하는 아주 평범한 사람입니다.’라고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우리 후원회나 로버트 김을 보도하는 언론도 다 같은 입장으로 알고 있다.

로버트 김 후원회는 ‘정치인이 자신의 목적을 위해 국민을 파는’ 행위가 다반사이며 국민들 역시 이기주의가 횡행하는 척박한 시대에 그만큼 자신을 희생하고 ‘가난한 친정’인 조국을 도운 사람을 눈 씻고도 찾아보기 어려운 까닭에, 그의 도움을 받은 정부가 외면하고 있는 현실에서 국민이라도 나서서 도와야 최소한 그에 대한 도리인 까닭에 그를 돕는 것이다.

만일 우리 국민마저 그를 외면한다면 감옥에서 50대 후반, 60대 전반의 인생 황금기를 다 바친 불쌍한 우리의 로버트 김! 과연 그가 설 땅은 어디인가? 우리 민초(民草)마저 등을 돌린다면 미국은 “떠나온 조국을 위해 그렇게 희생했는데 당신의 조국은 왜 당신을 외면하고 있는가?” 하며 오히려 우리 민족을 하찮게 볼 것이며 우리의 애국심을 비웃을 것이 자명한 이치가 아닌가. 또 한미동맹 관계도 미국과 독일, 일본에 비해 불평등한 한미 SOFA협정 개정이 필요한 것 같이 새롭게 자리 매김을 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영국, 호주, 뉴질랜드 등 다른 미국의 우방국에는 제공되었으나 북한 관련 정보가 정작 요긴한 한국에는 제대로 전달되는 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아 로버트 김이 나서서 북한 관련 정보를 전달하다가 평생 씻을 수 없는 죄인의 몸이 되었던 것이다. 로버트 김은 구속 직전 무렵 자신이 목도하고 있는 한미간에 미비된 정보 교환시스템 개선을 상부에 건의하려 했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로버트 김 사건을 계기로 한미간에 보다 긴밀한 정보협력 체제가 구축되는 등 긍정적 측면도 마련하는 계기가 되었음을 차제에 상기시켜 드린다.

이 교수가 언급한 미국의 주류 한인들이 어떠한 부류인지 알 수 없으나 그 주류라는 계층도 세부적으로 파고 들면 상식 밖의 이기주의와 비애국적인 요소도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물론 로버트 김 사건이 그들에게 커다란 교훈과 경각심을 준 측면이 있을 것이며 그들 사회의 적응과 출세를 위해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입장에서 볼 때 그들 중 과연 조국이 어려운 일에 처했을 때 로버트 김 같이 발 벗고 나서서 도와 줄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있겠는가?

조국에 대한 이민사회의 양면을 조국의 입장이 아닌 측면에서 치우쳐 대변하는 이 교수의 문제 제기 자체는 보다 객관적이고 공정한 안팎의 시선이 요구되며 우리는 로버트 김에 대해 불필요한 시비를 벌일 것이 아니라 모처럼 일기 시작한 로버트 김과 뜻있는 국민의 일체감을 잊어가는 우리 민족의 동질성 회복과 정체성 확보와 국가와 민족을 먼저 생각하는 애국정신 고취, 한미관계에 있어 새로운 좌표 설정의 소중한 전기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

끝으로 8년을 감옥에서 지새운 로버트 김을 나무에 올려 놓고 이 시대의 화두인 개혁정신을 훼손시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만한 예단과 미국과 교민사회 중 소위 네오콘과 극우 계층만을 대변하는 듯한 논조와 한국 언론마저 보수와 좌파로 편가르기식 편중된 시각은 차제에 시정해 주었으면 하는 바램을 전하고 싶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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