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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당에게 묻는다. 이게 언론개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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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당에게 묻는다. 이게 언론개혁인가"

[기고] 이정호 언론노조 신문정책국장 공개 질의

열린우리당이 15일 기자회견을 통해 당론이라고 밝힌 신문법안은 한마디로 함량 미달이다. 한국 신문산업 황폐화의 근본원인은 그대로 둔 채 결과만 치유하겠다는 발상이기 때문이다.

한국 신문시장을 불법이 판치는 감당할 수 없는 독과점시장으로 전락시키고, 기사의 신뢰도마저 끝없이 추락시킨 장본인은 바로 족벌신문의 사주들이다. 시장 파괴의 근본원인인 족벌사주의 지분 분산에 대해서는 입 닫고, 대신 족벌사주 전횡의 결과물인 편집권 유린과 독과점만 고치겠다는 발상은 단기 처방일 뿐이다. 이런 단기 처방은 '반짝 효과'는 내겠지만 몇 년 지나고 나면 다시 족벌사주의 전횡을 정점으로 시장 혼탁은 재연될 수밖에 없다.

***우리당마저 조선일보·한나라당 '앵무새' 흉내**

바로 어제도 한 일간신문이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열어 새 사장을 뽑았다고 사고를 냈다. 해당 신문의 주주총회라고 해야 형제 둘이 둘러앉아 밥 한끼 먹는 것으로 끝났다. 주주라고 해야 한 줌도 안되는 일가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 신문도 표면적으로는 주식회사로 등록돼 있다. 도대체 대한민국의 어떤 주식회사가 주총을 열면 가족회의가 되는가. 우리당 문광위 소속 의원들은 이같은 사실을 알기나 하는지 궁금하다.

우리당 문광위 소속 의원들은 신문사 지분 분산을 삭제한 이유를 △위헌 논란 △족벌언론의 반발 △외국 사례가 드물다는 점 등을 들었다. 그러나 우리당이 밝힌 세 가지 이유는 조선일보(6월1일자 논설위원 칼럼)와 한나라당(10월4일 문광위 소속 의원 9명 공동 보도자료) 주변에서 귀 따갑도록 들었던 소리다. 우리당 문광위 소속 의원들의 이번 당론 발표는 같은 앵무새 소리를 한 번 더 되풀이한 것에 불과하다.

한국 신문시장의 왜곡은 처음부터 끝까지 1인 사주의 전횡으로부터 비롯됐다. 우리당이 그토록 없애려고 하는 신문시장의 독과점의 근원은 다름 아닌 1인 사주의 전횡으로부터 출발한다. 사주의 전횡을 용인한 채 그 결과물인 독과점과 불법 판촉, 편집권 유린을 막으려 한다면 대문을 열어 두고 쪽문을 지키겠다는 정신 나간 짓이다. 원인은 그대로 둔 채 결과만 다잡는 이상한 망치질로는 언론개혁은커녕 족벌신문들의 입지만 키워줄 뿐이다.

어느 신문사에서 지분 100%를 가진 채 국가 정책마저 제멋대로 농락하는 1인 사주를 그대로 두고 '편집자율권'을 기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단 말인가. 지난 74년 동아투위 이후 족벌신문으로부터 언론자유를 유린당한 채 거리로 쫓겨난 수 백 명의 언론인을 해고했던 장본인은 국가권력도, 광고주도, 독과점도 아닌 1인 사주였던 것을 왜 상기하지 않는가.

족벌사주에게 쫓겨난 언론인이 70년대의 과거사만은 아니다. 91년에도 그랬고, 2002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편집 자율권을 법으로 명시한다고 한들 사주와 충돌한 언론인들은 앞으로도 계속 쫓겨날 것이다. 따라서 편집 자율권 보장 조항은 사주의 지분 분산과 반드시 연동돼야만 조금이라도 효과라도 거둘 수 있다. 우리당 문광위 의원들은 이번 당론 발표하면서 신문시장에 대한 스스로의 무지를 여과없이 드러낸 것 밖에 되지 않는다.

***과점신문 '유통 독점' 열어 놓은 점도 문제**

정부 차원의 신문 유통공사 설립 대신 '유통전문법인'을 지원하겠다는 것도 문제다. 유통전문법인은 한두 푼으로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다. 따라서 현재 언론개혁의 차원에서 추진 중인 공동배달회사 대신 과점신문들이 막대한 자본력을 무기로 유통전문법인을 설립해서 지원해달라면 결국 1년 안에 최소 2∼3개의 유통법인이 만들어져 지원을 요청할 것이다.

결국 정부는 이중·중복 지원을 해야 할 것이고, 복수의 유통법인간의 치열한 시장 쟁탈전은 불을 보듯 뻔하다. 그 결과 2∼3년 안에 합법적인 방법으로 족벌신문들이 출자한 유통법인이 신문시장을 독식해 신문시장의 독과점은 완결적 구조를 구축할 것이다. 지금은 그나마 불법 경품이나 무가지 살포로 도덕적 비난과 함께 실정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있지만 독점된 유통의 독점은 중소신문의 마지막 숨통마저 끊어 놓을 수밖에 없다.

이처럼 우리당 문광위 의원들은 현업 언론·시민단체들이 왜 정부 차원의 '신문유통공사'를 설립해달라고 요구했는지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신문유통공사는 단지 정부 돈으로 신문을 지원해달라는 볼멘소리가 아니다. 신문의 유통과 같은 고도의 공익적 사업은 공적인 정부가 감당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공적인 신문유통공사에 대해 '비판신문 죽이기'라는 소리는 황당하기 그지없는 논리다. 지금은 족벌신문과 불편한 정치세력이 집권하고 있지만 정치권력은 유한하다. 언론개혁진영은 다음 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집권해도 정부차원의 유통공사 설립을 요구할 것이다. 현재의 정권이 좋아서 신문유통공사를 설립하라고 한 것이 아니다.

자율적으로 신문업자들이 조합을 구성해 운영해왔던 프랑스식 신문 공동배급제가 오늘날 위기에 봉착한 사실을 우리당 문광위 의원들이 알 턱이 없다. 프랑스는 2차 대전 직후 'NMPP(Nouvelles Messageries de la presse parisienne - 새로운 빠리신문 공동 배급회사'란 신문유통회사가 신문을 안정적으로 공급을 해왔지만 최근 일부 거대신문들이 독자배급망을 기획하는 바람에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다. 게다가 지난 93년까지 NMPP의 지방 배급을 하청받았던 MLP(Messageries Lyonnaises de Presse)마저 94년부터 직접 경영을 시작, 95년에는 파리에까지 진출하는 등 급성장하고 있어 프랑스 정부로서는 중복 지원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래도 믿었건만…, 국민은 허탈할 뿐**

서울신문, 한겨레, 서울신문 등은 지난 12일자에서 우리당이 신문사주의 소유지분 분산을 뺀 채 언론개혁 당론을 정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런데 당일 아침, 이부영 당의장은 관훈클럽의 초청를 받고 프레스센터에서 '사주의 소유지분 제한'에 대해 강경한 어조로 분명히 이번 언론개혁법안에 그 내용을 담겠다고 밝히고 있었다.

우리당 내 중앙당과 원내 의원들간의 손발이 안맞기는 단지 이번뿐만이 아니었다. 국보법 역시 우왕좌왕하다가 대통령 말 한마디에 폐지 쪽으로 가닥을 잡아 많은 국민들에게 당정 분리의 허구성을 또 한번 드러내기도 했다.

오는 17일 정책위 의원총회에서 4개 개혁입법안을 최종 확정한다고 밝혀놓고서도 12∼15일 잇따라 개혁법안의 주요 내용을 법 조문 형태로 발표한 정황도 여전히 우리당이 민주적 정당일 수 없음을 반증한다. 정책위 의총에서 반발하는 의원들의 입을 미리 막기 위해 "'높은 곳'의 뜻은 이거다"라는 식으로 미리 발표했다고 밖에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하던 우리당 문광위 의원들은 15일 발표장에서 "불필요한 마찰을 최소화하기 위해 소유제한을 뺐다"는 발언까지 했다. 결국 정치적 타협의 대상으로만 이 법안을 고려해 왔음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 됐다. 그런다고 불필요한 마찰이 최소화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족벌신문과 한나라당은 신문·방송 교차소유 허용을 주장하며 지금 있는 정기간행물법마저 개악하자고 하는 사람들이 아닌가. 사주 소유지분을 뺐다고 한나라당이 '송덕비'라도 세워 줄 것으로 착각하는 순진한 우리당을 믿었던 국민들만 통탄할 뿐이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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