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시안>은 지난 16일 홍석현 전 주미대사의 검찰 출두 과정에서 중앙일보 김 모 사진부 기자가 기습시위를 벌인 민주노동당 한 당원을 제지한 사건과 관련해 주기중 중앙일보 사진부장이 조인스닷컴 블로그에 올린 해명성 글의 내용을 보도한 바 있다.
당시 글에서 주 부장은 "민노당원의 행동은 '신사협정'을 깬 행위로, 이를 제지한 김 기자의 행동은 사주를 위한 것이 아니라 엄연한 현장의 룰이었다"면서 "현장에서 고마움을 표시했던 기자들이 회사로 돌아가 '경호원 기자'라고 비판한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 일간지 중견 사진기자가 <프레시안>에 반론을 보내왔다. 15년 가까이 현장에서 사진기자로 활동해 온 이 기자는 당시 현장에 있지는 않았으나 사후에 현장의 선후배 기자들로부터 상황을 전해듣고 주 부장의 해명성 글도 읽은 뒤 문제 제기할 필요를 느껴 자신의 의견을 정리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당시 중앙일보 기자의 행동에 씁쓸함을 느꼈던 기자들이 더 많았다"고 소개했다. 당시 현장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되짚어보면서 취재 현장에서의 기자의 행동윤리를 점검하는 데에 도움이 되는 글이라고 판단해 이 기고문을 소개한다. <편집자>
***"취재원에게 화풀이 하는 기자도 있나"**
주기중 중앙일보 사진부장의 블로그 글을 보고 의견을 달리하는 다른 일간지 사진기자로서 좀 씁쓸함을 느낍니다.
주 부장은 "현장에서 고마움을 느낀 기자들이 회사로 돌아가 '경호원 기자' 운운하며 씹어댄 것을 보고 같은 직종의 기자로서 부끄럽다"고 했지만 대다수 현장에 있었던 기자들이 민주노동당 관계자의 목을 졸라 내동댕이친 중앙기자에게 고마워했다는 것은 너무 주관적인 판단이 아닙니까? 오히려 씁쓸해 하는 기자가 더 많았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군요.
당시 현장에 있던 기자들이 홍석현 전 주미대사의 얼굴과 동선을 찍기 위해, 그리고 그가 할지 모르는 말 한 마디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가 불쑥 나타난 민노당원들로 인해 난장판이 됐고, 이로 인해 기자들이 화가 날 수 있었던 것은 이해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사건현장의 '일탈'을 두고 또 다른 취재원에게 분풀이 하는 것은 기자와 취재원의 관계를 감안해 볼 때 아이러니라고 봅니다. 그날은 홍 전 대사뿐만 아니라 'X파일'을 둘러싼 모든 '꺼리'들이 바로 취재원이었습니다. 민노당원의 기습시위는 그런 점에서 사진기자라면 오히려 반겨야 할 사안이 아니었습니까?
주 부장은 블로그에서 "민주노동당의 기습시위는 현장의 질서를 일순간 쑥대밭으로 만든 파렴치한 짓"이라고 비난했는데 이런 지적은 같은 사진기자끼리 또는 사진기자와 공적인 기관 사이에 맺은 '신사협정'이 깨졌을 때에만 할 수 있는 말이지 취재원을 두고 할 수 있는 말은 아닙니다. 취재원이 그동안 '신사협정'을 깨고 현장에 나타나지 않거나 도망치듯 떠나 버린 일이 어디 한두 번 이었습니까.
***"주관적 잣대로 전체 사진기자 입장 호도 말길"**
주 부장이 예로 든 88 서울올림픽 이야기도 취재원 및 취재환경과 관련해 과잉취재로 빚어질 경우를 대비한 포토라인 설정과 질서유지의 필요성과 정당성을 입증할 때의 예로 적절한 것입니다.
그러한 룰을 깬 현장기자나 행사 관계자를 나무랄 수 있는 것이지 취재원과 그 환경을 탓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100미터 달리기 선수가 골인을 하는 데 옆에서 투창던지기 하는 선수가 난입해 방해했다고 해서 그를 사진기자들이 목 졸라 팽개칠 수 있는 것입니까?
주 부장의 주장은 '견강부회'이자 또 하나의 '오버액션'으로 오해를 살 여지가 많습니다. 현장에 있었던 전체 사진기자들의 의사를 주관적인 잣대로 호도하면 전체 사진기자의 명예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참고로 평소 검찰 출입이 아니었던 김 기자가 왜 당일 현장에 나와 있었고, 이를 나중에 문제 삼으려 했던 기자들이 있었다는 점 또한 간과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더불어 민노당에 공개사과를 요구한 사진기자협회의 성명서도 국민과 독자들에게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합니다. 사안이 중요했던 만큼 사진기자협회는 집행부에게 좀 더 신중하게 의견을 물은 뒤 성명을 발표했어야 합니다. 절차를 무시한 행동은 곧 '이기주의'로 보일 수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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