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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는 침공…인도·파키스탄은 핵보유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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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는 침공…인도·파키스탄은 핵보유 인정…

'북한문제', 미ㆍ일의 위선의 정치 〈2〉

미국 중심의 서방세계에서는 "북한문제"를, 상식을 거부하는 "위대한 수령"과 "경애하는 지도자"가 이끄는 작고 비이성적인 나라, 그리고 이 괴상한 나라의 핵무기에 대한 기이한 집착이 국제사회에 위협을 가하고 있다고 이해하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북한에서의 시각은 이와는 전혀 다르다.

북한의 입장에서 보자면 "문제"는 바로 미국이다. 그리고 미국의 개입에 의한 1945년의 분단과 1950~53년의 파멸적 전쟁, 그리고 그 뒤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는 적대감 등 반세기 이상 지속되고 있는 적대적이며 폭력적이고 언제나 등골이 으스스한 대결상황이 문제의 본질이다.

워싱턴은 지난 15년간 북한이 은밀히 핵무기를 개발해 왔다고 믿으며, 이에 대해 격분하고 있다. 반면 평양은 반세기 넘게 계속되고 있는 미국의 핵위협을 분명히 기억하고 있다. 한국전쟁 기간 동안 맥아더나 리지웨이 같은 군사령관, 트루만이나 아이젠하워 등의 대통령, 그리고 합참 등 미국의 민ㆍ군 지도자들은 모두가 적어도 한 번 이상은 북한에 대한 핵공격을 고려했었다. 핵공격을 실행에 옮기지 못한 것은 소련에 의한 핵반격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냉전기간 거의 내내, 미국은 남한 땅에 핵무기를 즉시 사용할 수 있는 형태로 배치해 놓았으며(이는 1953년 정전협정 위반이다), 핵무기를 철수한 이후에도 남한측의 요구에 의해 미국의 항공모함이나 전폭기들은 북한의 대부분을 핵무기 사정권 안에 두고 있다.
북한, 그리고 북한처럼 안보불안을 느끼고 있는 나라들은 미국이 이라크(핵무기가 없었다)는 침공하고 (핵무기를 가진) 인도와 파키스탄은 핵클럽의 일원으로 받아들인 데서 어떤 결론을 이끌어낼까?

이러한 역사적 배경을 감안한다면 북한의 "핵무기 보유 결정"은 유감스럽기는 하지만, 결코 비이성적인 결정이 아니다. 또한 이해할 수 없는 바도 아니다. 수십 년간 (미국의) 노골적인 핵협박에 시달린 후 북한은 자체 안보를 위해서는 자신도 강대국들처럼 핵무기를 보유해 핵국가로 인정을 받든가, 아니면 진짜든 가짜든 핵무기프로그램을 지렛대 삼아 핵 및 비핵무기의 위협으로부터 안보를 보장받는 협상을 완수하는 수밖에 없다고 판단을 내린 것 같다.

북한의 실제 핵무기 보유와는 상관없이 북한, 그리고 북한처럼 안보불안을 느끼고 있는 나라들은 미국이 이라크(핵무기가 없었다)는 침공하고 (핵무기를 가진) 인도와 파키스탄은 핵클럽의 일원으로 받아들인 데서 어떤 결론을 이끌어낼까? 당연히 이들 국가들은 스스로의 안보를 위해서는 적들에게 자신이 핵무기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여야 할 필요성을 느낄 것이다. 핵정치학의 뒤틀린 논리구조 속에서는 모든 인류를 위태롭게 만드는 핵보유가 개별 국가의 안보를 위해서는 필수불가결한 무기로 둔갑을 하는 것이다.

1994년 미국과 북한의 대결은 전쟁 일보 직전까지 치달았고, 마지막 순간에 이른바 '제네바합의'에 의해 전쟁을 피할 수 있었다. 이 합의에 따라 북한은 혹연감속로의 운행을 중단했고 폐연료봉에 대한 국제사찰을 받아들였다. 반면 미국은 경수로 2기의 건설과 경수로가 완공될 때까지 중유 제공, 그리고 양국간 정치ㆍ경제 관계의 정상화를 약속했다.

그 뒤 8년간 이 합의는 잘 지켜졌고, 북미관계는 안정됐으며, 클린턴행정부 말년에는 북미화해의 극적인 가능성까지 있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북한이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중유 공급이 고작이었고, 그나마도 2002~2003년 겨울에 중단됐다. 2003년부터는 전력을 생산했어야 했을 경수로는 거대한 구덩이 이상으로는 진척되지 못했다. 또한 북미관계 정상화는커녕 2001년 부시가 집권한 직후부터 미국은 북한을 깎아내리기 시작했으며 급기야 2002년 1월에는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했다.

특히 미국이 북한에 대해 2중의 핵무기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제네바합의는 파탄에 이르렀다. 하나는 제네바합의의 대상이 됐던, 영변원자로 폐연료봉의 재처리에 의한 플루토늄 확보(나가사키형), 다른 하나는 비밀 우라늄농축(히로시마형)이다. 2002년 가을, 평양을 방문한 제임스 켈리 당시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에 따르면, 북한 관리들은 비밀리에 우라늄을 농축했다고 고백했다. 이 고백에 따라(북한측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 우라늄농축의 '권리'가 있다는 북한측의 주장을 켈리가 우라늄농축을 했다는 말로 오해했다는 것이다) 미국은 제네바합의에 따른 의무 이행을 거부했다. 이에 대해 북한은 2003년 1월 NPT에서 탈퇴했고 핵무기프로그램을 재가동했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북한의 모든 핵무기 관련 프로그램의 폐기가 중요한 과제다. 그러나 이것만이 목표의 전부는 아니다. 미국은 한반도의 비군사화, 특히 북한 미사일프로그램의 폐기, 정치체제의 대폭적인 변화(인권문제와 관련하여) 등을 요구하고 있다. 부시행정부 내의 일부 인사들은 북한의 정권교체(regime change)까지 노리고 있다.

북한의 입장에서는 그토록 오랫동안 자신을 괴롭혀 왔던 문제들의 해결을 추구하고 있다. 1953년의 정전협정을 항구적인 평화협정으로 대체하고 미국 및 일본과의 관계를 안보, 정치, 외교, 경제 등 모든 분야에서 "정상화"함으로써 고립과, 위협과 제재의 연속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것이다.

번영이 가속화되고 있는 동북아지역의 한복판에서 이러한 대결이 지속되고 있는 것은 비정상인 동시에 안정을 해치는 것이며, 따라서 인접 당사국들은 이 문제를 풀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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