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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비핵화, 체제보장 없이는 원천적으로 불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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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北비핵화, 체제보장 없이는 원천적으로 불가능"

[기고] '비핵화 우선' 원칙의 함정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은 '비핵. 개방 3000'으로 불린다. 북한이 완전히 핵을 폐기하고 개혁, 개방을 하면 10년 안에 북한 주민 1인당 소득을 3000달러로 올려준다는 것이다.
  
  이명박 당선인은 지난 2월 1일 한미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 구체적인 윤곽을 밝혔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잘 살 수 있게 하겠다는 '비핵. 개방 3000' 공약이 전략적 목표와 전술적 수단을 갖춘 상세하고 일관된 체계를 드러낸 것이다.
  
  1단계 단기적 목표는 북한의 비핵화, 2단계 중기적 목표는 북한의 정상국가화 및 개방, 3단계 장기적 목표는 남북경제공동체 및 통일기반 조성이다. 이를 위한 수단은 크게 세 가지이다. 첫째, 한미동맹 등 주변국과의 공조 강화, 둘째 우월한 체제인 한국이 북한을 견인하도록 남북관계 교정, 셋째 북한인권 증진을 통한 북한내부의 변화추구가 그것이다.
  
  체제 보장 없이 핵을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구조
  
  그러나 여기에는 몇 가지 전제를 잘못 설정한 심각한 모순이 있다.
  
  우선 지금의 불평등한 국제 핵규범 질서에서 북한과 같은 체제가 가지고 있는 핵문제의 완전한 해결이란 게 있을 수 있는가의 문제이다. 리비아와 같이 체제부담이 없는 나라와는 달리 북한은 핵문제와 국가체제의 존립이 직접 걸려있다. 따라서 미국이 합의사항(테러국가 명단과 통상법 적성국가 법령에서의 삭제 등)을 성실하게 지키지 않으면, 체제위험을 감수한 완전한 핵폐기를 도저히 감행할 수 없다.
  
  1993년부터 본격화된 제1차 핵위기의 특징은 북한이 핵개발을 체제수호와 안정의 유력한 협상카드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1993년 이전에는 북한이 자위권 차원에서 미국의 핵무기 배치에 맞서 장기적으로 핵무기 보유를 목표로 개발에 나섰다면, 그 이후에는 핵을 만지작거리며 체제를 인정하고 더 나아가 관계정상화를 하면, 핵개발을 포기할 수 있다는 협상의사를 분명히 밝힌 것이다. 이같은 협상전략은 2002년 10월 불거진 제2차 핵위기에서 더 유효하게 유지되고 있다.
  
  더구나 현재의 불평등한 핵비확산조약(NPT) 체제 하에서는 향후 제3, 제4의 북핵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NPT는 비핵보유국가에 수평적 확산금지의무(핵보유국 증가 금지)를 강요하면서, 반면 5개 핵보유국(미국,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의 수직적 확산금지의무(핵무기의 고도화)는 강하게 요구하지 않는 불평등한 핵규범 질서로 형성되어 있다.
  
  그 결과 미국을 포함한 5개 핵보유국은 핵무기를 해마다 경쟁적으로 더 고도화하고 있는 위험한 상황을 만들어 가고 있다. 또한 NPT로 인해 1998년 핵보유국이 된 인도는 NPT에 가입하지 않고 있다. 이스라엘도 마찬가지이다.
  
  이렇게 모순되고 혼란된 국제 핵규범 질서 속에서 체제보장에 대한 전제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북한의 완전한 핵폐기는 영원한 과제가 되고, 한반도 핵문제는 평화통일이 이뤄질 때까지 평화적으로 관리해 나갈 수밖에 없다. 어쩌면 북핵 폐기는 동북아 비핵지대화가 달성되는 경우에만 가능할 지도 모른다.
  
  금년 1월 15일 공개된 외교문서는 한국도 1975년 박정희 대통령이 핵 재처리 시설의 도입을 추진했지만, 미국이 분단상황과 일본의 반대를 이유로 들면서 협조하지 않아 실패했다고 전하고 있다.
  
  사실 한국처럼 부존자원이 없는 나라에서 핵의 평화적 이용은 친환경적이고 국가 자원외교에 필요하다. 이것은 박정희 대통령도 약소국으로서 얼마나 핵무기 개발에 대한 유혹을 가졌는가를 잘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분단체제를 극복하지 않은 지금의 상황에서 동북아비핵지대화는 통일과정에 국제적 협조분위 조성을 유도한다는 차원에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따라서 이명박 새 정부가 남북문제를 핵문제 해결의 대전제로 지나치게 연계시킨 것은 현명치 못하다. 오히려 북한이 핵폐기를 해도 체제부담이 없다고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유리한 분위기 조성에 한국이 미국과 서방국들은 적극적으로 설득하는 데 나서야 할 것이다.
  
  이명박의 정책, 미국 국익과도 안 맞아
  
  둘째, 한미동맹을 절대선으로 보고, 나아가 종전의 한미일 3각 체제 회복을 노골화해 북한에 대한 포위와 압박으로 남북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구상이 짙게 깔려있다. 그런데 남북관계는 남북이 당사자가 되어 주체적으로 해결해야 하고, 북한의 입장에서 보면 물론 북미관계 정상화를 명백히 바라지만 615공동선언 이후 남북관계를 더 신뢰하는 현재의 큰 흐름을 끊어서는 안 된다. 즉, 남북관계와 한미관계는 병행 발전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더구나 한미동맹을 통해 북한을 지나치게 포위압박하려는 것은 북미관계 정상화를 내심 간절하게 바라는 미국의 국익과도 맞지 않는다.
  
  셋째, '비핵. 개방 3000'에는 체제가 우위인 한국이 경협을 지렛대로 모든 남북관계를 능동적으로 주도하겠다는 것을 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실제로 남한이 남북관계를 주도하지만, 노골적으로 흡수통일의 인상을 진하게 주면서 남북관계를 끌어가는 행태가 자칫 지금까지 쌓아온 남북관계에서의 신뢰 전체를 파산시키는 심각한 국면에 접어들 우려가 있다.
  
  넷째, 당선인은 북한 인권문제를 노골적으로 남북 직접대화에서 제기하겠다는 것인데, 좀 더 전략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화해협력을 하겠다고 해놓고, 남북대화에서 상대방의 약점을 면전에서 공식으로 거론하는 것은 화해의 의지가 없는 것이다. 북한 인권문제가 심각한 상황이고, 반드시 보편적 인권 개념에서 시정되어야 한다고 보지만, UN 및 국제사회와 역할분담을 하는 것이 현명한 접근이라고 본다.
  
  마지막으로 차기 정부가 북한의 국민소득을 1인당 3000 달러로 올려준다는 운운도 북한에 대한 오만한 자세이다. 북한의 GDP 성장 수치조정은 그 나라의 경제주권에 관한 문제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남북경협의 활성화를 통해 경제공동체를 만들어 한반도 전체가 공동번영을 이루는 일이다. 우리가 북한의 GDP를 운운하는 것 자체가 북한의 경제주권을 침해하는 일이다.
  
  민족문제는 어느 특정 정권의 전유물이 아니다. 남북관계는 국제정세와 긴 역사의 흐름속에서 보아야 한다. 따라서 새 정부가 지난 해 10.4남북정상선언의 합의사항을 재검토 운운하는 것은 매우 정파적이고, 시대의 흐름을 거스르는 발상이다. 누가 뭐래도 포용정책의 기조는 국제정세를 객관적으로 반영한 것이며, 민족역사의 자연스런 흐름이며, 민족적 공리이므로 굳건하게 유지돼야하다.
  
  참여정부가 해 놓은 일이라고 무조건 폄하할 것이 아니라 인정할 것은 인정하는 성숙되고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주길 바란다. '비핵. 개방 3000'은 남북문제 전체를 핵문제와 북한인권에 모두 연계시키고 있다. 또 그 이면에는 기존 핵규범 질서에 대한 맹신, 한미동맹의 절대적 선, 북한에 대한 흡수통일 이라는 허구성이 짙게 깔려있다.
  
  아직도 늦지 않았다. 새 정부는 정직하게 참여정부가 남긴 소중한 대북 포용정책과 그 성과를 겸허하게 수용하고, '비핵. 개방 3000'을 근본적으로 보완하는 궤도수정을 해야 할 것이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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