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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외교', 비 안온다고 하늘만 쳐다보는 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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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외교', 비 안온다고 하늘만 쳐다보는 격

[기고] '천수답 외교'로는 통일한국 이룰 수 없다

천수답은 주변의 강이나 저수지에서 물을 가져오거나 지하수를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이 구비되어 있지 않은 지역의 논을 말한다. 충분한 비가 오지 않으면 모내기가 늦어지고 모를 낸 후에도 가뭄에 의한 피해가 있기 때문에 빗물에만 의존하는 천수답에서 안정된 수확량을 기대하기란 사실상 어렵다.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한국외교가 천수답과 꼭 닮은 모양새다. 중국이 움직이지 않으면 북핵 문제 해결은 요원한 셈이다. 미국 역시 별 뾰족한 수가 없다. 6자회담 당사국 모두가 중국만을 바라보고 있다. 그래서일까. 연평도 도발 이후 사태의 긴박성을 눈치 채고 급하게 한국을 방문한 중국 대표단은 외교통상부 장관과 대통령을 만나고서는 곧바로 베이징으로 돌아가 '6자회담 수석대표간 긴급회동'이라는 제안을 했다. 그것도 중대발표라는 이름을 내걸고.

결과적으로 중국이 말한 중대발표는 문자 그대로 싱겁게 됐다. 혹자는 이를 두고 '중국식 허풍'이라고 농을 한다. 한반도에 떨어진 위기 상황을 우선 수습하자는 취지에서 제안한 것이라는 선의의 해석은 한국, 미국, 일본의 부정적인 태도로 금세 빛을 잃었다. 중국의 태도는 북한으로부터 촉발된 현재의 사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거나, 아니면 2008년 12월 초에 마지막으로 개최된 이후 현재까지 공전(空轉) 중인 6자회담의 개최국으로서 '나름대로 역할을 했다'며 생색을 내려는 속셈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분석은 중국의 대북 영향력이 나머지 4개국보다 클 것이라는 전제와 관련돼 있다.

그러나 최근 위키리크스의 미국 외교전문 폭로에서도 드러났듯이, 중국의 북한에 대한 영향력은 일반적으로 느끼는 것과는 다르게 다소 과장되어 투사됐을 수도 있다. 일례로 한국 외교 고위당국자가 서울 주재 미국 대사에게 '중국이 북한을 설득해 자기 파멸로 가는 정책을 변화시킬 수 없다'고 말했다고 한 전문은 전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중국의 영향력이 매우 적다는 것이다. 이 전문에 언급된 고위당국자는 '중국이 자신의 입장을 북한에 강제할 의지도 부족하다'고도 했다. 평소 중국의 대북 영향력이 매우 클 것이라고 믿어 온 필자 역시 올해 상반기 즈음 한반도 관련 전문가들과 토론을 하다가 중국의 대북 영향력이 미미할 수 있다는 주장이 소수에서 점차 다수로 넘어가는 분위기를 느낀 적이 있었다.

그러면 중국의 대북 영향력은 정말로 미미한 것일까? 필자의 결론은 중국의 일부 관리들에게서 전해들은 주장을 토대로 한 고위당국자의 분석과는 다르다. 그 근거는 다음과 같다.

첫째, 북한의 안정을 최우선적으로 중시하는 중국이 북한을 자신의 중력이 미치는 궤도 안에 두지 않을 경우 중국이 역으로 위협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김정일 위원장과 정상회담을 갖고 그의 추가적인 방중을 '허용'한 이면에는 북-중 밀월 관계라는 이유뿐 아니라 대북 영향력을 과시 및 활용하려는 전략이 내포되어 있다. 이는 '한반도에서의 현상유지'라는 중국의 전략과도 무관하지 않다.

둘째, 중국은 이제 최소한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에서는 전략적 요구 수준에서 미국에 견줄만한 세력으로 자리잡았다. 특히 서해상에서의 중국의 안보적 위상은 이 나라의 핵심안보와도 연관되어 있기에 미국의 군사행동을 쉽사리 용인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한미동맹에 대응한다는 차원에서 북한과의 군사관계는 더욱 강화될 수밖에 없으며 이는 자연스레 중국의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증가시키는 기제로 작동하게 된다.

셋째, 북한은 김정은으로의 후계 체제의 조기 안착을 위해 중국의 지원이 더욱 절실하게 되었다. 이는 '한국과 미국이 북한의 붕괴 가능성에 대해 심도 깊은 논의를 하고 있다'는 그 동안의 미확인 추정이 이번 위키리크스 비밀문건에서 사실로 확인되었다는 점에서도 드러난다. 북한의 급작스런 붕괴로 인한 혼란이 주는 피해가 중국의 국익에 결코 유리하지 않다는 판단이 이미 자리잡은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탈북자 문제를 포함한 북한 급변사태에 대한 중국 측 대응을 묻자 후진타오 국가 주석이 고의로 답변을 회피하였다는 사실이 이를 말해 준다.

중국의 의뭉하고도 무례한 외교에 분노할 이유도 없다. 이는 비단 중국만의 문제도 아니기 때문이다. 강대국들의 숨막히는 '힘의 외교'가 오랫동안 한반도에서의 긴장을 일정한 수준에서 유지하는데 일조를 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우리의 '천수답'외교로 통일한국을 여는 것에 한계가 있음을 알아야 한다. 따라서 미국 핵항공모함 조지워싱턴 호가 서해에 들어왔다는 것에만 안도하고 있는 한, 한국 외교·국방의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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