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천안함과 씨름하며 <대화>를 끼고 살았습니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천안함과 씨름하며 <대화>를 끼고 살았습니다

[리영희 선생님을 보내며]

겨울의 문턱에서 그 동안 앞마당에 떨어진 수많은 낙엽을 한나절 주워 담다가 집 안으로 들어와 켠 인터넷에 그 분의 부고가 있었다. 고은 시인의 애절한 조사가 오르고, 그 분의 삶과 사상에 영향을 받았던 수많은 분들의 조사들이 인터넷을 채워간다. 한데, 그 분이 잠시나마 외신 부장으로 몸담고 필명을 떨치다 쫓겨났던, 천안함 침몰사고 때 전쟁을 부추기고 연평도 포격 때 사진 조작을 했던 조선일보에는 그 지식인의 죽음과 삶이 단 하나의 짧은 기사로 한 쪽 귀퉁이에 나왔다 사라진다. 지난 3년이 가져온 현 한국 사회의 슬픈 자화상이다.

그 지식인의 삶을 기술한 자서전 <대화>를 올해 그 폭염의 여름 내내 나는 옆에 끼고 살았다.

"글을 쓰는 유일한 목적은 '진실'을 추구하는 오직 그것에서 시작하고 그것에서 그친다."

그 문장의 의미 그대로 50년 동안이나 온몸으로 치열하게 살아오신 리영희 선생님. 눈시울을 뜨겁게 한 그 분의 가슴 벅찬 삶을 틈틈히 읽고 또 읽으며 조금이라도 흐트러지려는 나의 마음을 다시 다잡아 세우곤 했다.

지난한 한국 현대사를 통해 나의 부모님 세대, 그리고 그 이후의 세대들이 표현할 수 없는 많은 희생을 통해 이루어왔던 성과물들이 지난 몇 년간 송두리째 사라져 가는 이 때에 우리 세대의 인생의 표상이셨던 분들이 한분 한분 세상을 뜨신다. 몇 년만 더 사셨으면 이런 험한 꼴을 마지막으로 보시고 가시지는 않으실 수도 있을 텐데 하는 생각에 가슴이 저려온다.

<대화>를 꺼내 정좌를 하고 젖은 눈으로 다시 읽으며 과연 우리의 세대는 그 분들께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사는지, 근래 우리 세대의 진실에 대한 안이함이 지금의 슬픈 한국 사회를 가져오게 하지 않았는지 가슴을 치며 반성한다.

리영희 선생님의 명복을 빈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