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에 등장한 학교는 남한산초등학교와 거산초등학교다. 바깥에선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전혀 모른다는 듯 행복한 얼굴을 한 아이들이 온통 학교 안과 바깥을 누비고 있다. 아이들은 인터뷰에 하나같이 온 얼굴에 미소를 띄우고 "학교가 너무 재미있어요"라고 말한다. 아이들뿐만이 아니다. 아무리 부딪쳐도 깨질 줄 모르는 부조리한 공교육의 시스템에 갇혀 가르칠 맛을 잃어버리고 살았던 무기력한 교사들도 마치 꿈을 꾸는 듯한 표정이다. 과도한 경쟁, 공교육에 대한 실망으로 사교육을 붙들고 아등바등 매달려야 했던 지친 학부모들이 입을 벌려 말한다. "저희들이 어릴 때, 클 때에는 땅도 밟고 자유롭게 컸던 것 같은데 우리가 너무 성적에 연연하며 애들을 잡는 게 아닌가 해요"라고. 그 프로그램 안에서 우리가 찾은 것은 다름 아닌 '희망'이었다.
<학교가 달라졌다>(이중현 지음, 우리교육 펴냄)는 조현초등학교의 4년 동안의 변화 과정을 고스란히 담아낸 책이다. 앞서 말한 남한산초등학교나 거산초등학교의 예와 마찬가지로 그동안의 공교육의 한계를 벗어나 그야말로 우리가 꿈꾸는 '새로운 학교'를 만들기 위한 노력과 그 결실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책은 별로 두껍지 않지만, 그 안에 담긴 내용은 결코 가볍지 않다. 이 책의 필자이자 조현초등학교에 공모 교장으로 부임해 학교 혁신을 앞서서 이끌어온 이중현과 학부모, 교사, 아이들을 포함한 학교 공동체의 변화를 위한 노력과 열정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희망은 절대 기적만으로는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한 셈이다.
| ▲ <학교가 달라졌다>(이중현 지음, 우리교육 펴냄). ⓒ우리교육 |
또한 조현초등학교는 경기도 교육청에서 지정한 '혁신학교'다. 혁신학교는 이전의 교육 개혁과는 확실히 다른 방향의 차이를 보인다. 가장 큰 차이점은 '교원의 자발성'에 근거한 정책을 펼친다는 점이며 또 하나는 경쟁 논리에 근거한 학교 운영이 아닌 '협력'과 '성장'이라는 관점에서 운영된다는 점이다. 결국 조현 초등학교는 '혁신학교'와 '내부형 교장 공모제'라는 경기도 교육청의 제도적 지원 아래 그 변화의 싹을 틔울 수 있었던 것이다. 이는 우리에게 학교의 변화를 위해서는 그 철학과 비전을 공유할 수 있는 제도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기존 교육에 대한 예리한 통찰력이 돋보이는 첫 장과 둘째 장이 지나고 나면, 책은 본격적으로 조현초등학교의 변화가 무엇이었는지 구체적으로 이야기한다. 학교를 바꾸기 위한 조현초등학교의 선택은 학교의 교육과정을 다양화하는 것이었다. 학교의 변화를 위한 이중현의 밑그림을 바탕으로, 교사들은 합의를 통해 교육과정의 변화를 주도해 나갔다. 각 교과 간의 벽을 허물어 교과를 통합하고, 학문이나 교과의 틀을 벗어난 생태학습과 창조학습, 문화 예술 학습을 이끌어갔다. 또한 학교의 위치적 특성을 살리기 위해 도농 격차를 해소하고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학교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 모든 과정이 교원의 자발성이 밑받침 되어야만 가능하다는 점에서 비롯된다. 무조건 혁신을 외치기보다 철학과 비전을 함께 공유하고 교사가 학교 변화의 주체가 되어 일구어 나갔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아직 내가 5년차 '초짜' 교사이다 보니 조현초등학교의 변화의 핵심인 '학교 교육과정의 변화'를 따라잡기 쉽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아직 담임을 맡은 학급의 한해살이를 어떻게 이끌까, 하는 학급 교육과정을 짜는 것에도 부족함이 많은데다가, 교육 철학이 이제야 막 생길까 말까 하는 나에게 학교 교육과정의 변화를 읽어내고 그것을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는 힘은 아직 너무나 부족하다. 교육에 대한 철학과 비전이 하나의 커다란 밑그림이라면, 교육과정이란 그것을 실천하고 결실을 맺을 수 있게 하는 아주 자세하고 세밀한 설계도와 같다. 어떻게 그렇게 하나하나 자세하게 엮어내고 실천해낼 수 있는지 나에겐 정말이지 놀랍고 대단하다는 생각뿐이다. (책 본문을 읽다보면 아마 충분히 공감이 가게 될 것이다.)
실은 내가 지금 몸담고 있는 상원초등학교는 조현초등학교와 공통점이 매우 많은 학교였다. 내부형 교장 공모제를 통해 평교사 출신의 교장이 선발되었고, (심지어는 전교조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공모 과정에서 갈등을 겪어야 했다는 것 까지도 같다.) 경기도에 이어 서울에서도 마찬가지의 비전으로 추진된 혁신학교로 지정되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책을 읽는 내내 나는 공교육의 변화의 물결, 그 크고도 중요한 지점에 놓인 내 자신의 역할을 내내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또 한편으론 조현초등학교 4년의 기록을 보며, 우리 학교의 앞날을 그려보게 되었다. 이제 혁신학교로 첫 출발을 내딛은 지 1년이 지나지 않은 지금, 안에서부터 꼬물꼬물 조금씩 변화의 기운이 흘러나오는 것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 안에 서있는 교사 개인으로서의 나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
공교육의 붕괴, 제도 교육의 한계에 대해서 우리는 이미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그 한계를 뛰어넘어 대안을 꿈꾸는 데에 우리는 너무 소홀하지는 않았던가? 그 변화에 대한 열망이 모이고 모여 만들어낸 것이 이 조현초등학교 4년의 기록이다. 우리가 꿈꾸는 '혁신학교', 그 변화의 기록이다. 부디 간신히 일구어낸 이 기적과도 같은 희망이 헛되이 중단되지 않기를 바란다. 혁신학교는, 그리고 학교의 변화는 계속되어야만 한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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