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텔링은 대중을 위한 책에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물리학 책에서도 얼마든지 중요해질 수 있다. (잘 쓴) 물리학 교과서는 논리적인 동시에 물리학의 내용이 자연스럽게 전개되어서 흥미롭게 읽힌다. 스토리텔링을 잘하려면 그 핵심, 그러니까 진짜 줄거리를 알아야 한다. 물리학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물리학 그 자체를 이야기하려고 할 때, 현대 물리학 이론의 스토리, 그러니까, 물리학 이론을 관통하는 진짜 줄거리는 무슨 이야기일까?
현대의 물리학자는 자연의 법칙 뒤에 숨어있는 기본 원리가 '대칭'이라는 데 대부분 동의할 것이다. 대칭이 물리학의 근본에 있다는 것은 전적으로 20세기에 발전된 생각이다. 이전의 물리학자들은 정말로 물리학이란 자연 법칙의 법전이고, 세계는 이 책의 저자들의 표현대로 "톱니바퀴와 도르래로 구성된" 거대한 기계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톱니바퀴의 톱니 수와 도르래의 지름들이 잘 정리된 법전을 만드는 것이 물리학의 목표이며, 세계를 이해하는 것이라고 보았다. 대칭성이란 한 쌍의 똑같은 톱니바퀴가 있을 때처럼 문제를 단순화하는 데 도움이 되는 도구였을 뿐이다.
| ▲ <대칭과 아름다운 우주>(리언 레더먼·크리스토퍼 힐 지음, 안기연 옮김, 승산 펴냄). ⓒ승산 |
대칭이라는 개념을 물리학 세계의 불변성과 깊은 수준에서 직접적이고 우아하게 연결해서 이 모든 현대 물리학의 사고방식을 뒷받침해준 사람은, 대부분의 인생을 소수의 학자들에게만 존경을 받으며 외롭고 인정받지 못한 채로 살았던 독일의 수학자 에미 뇌터(Emmy Noether)다.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수학자 중 한 사람인 다비트 힐베르트가 인정했음에도, 여성이라는 이유로 대학에 자리를 얻지 못하고 힐베르트의 이름을 빌려 무료로 강의를 해야 했던 그녀는 1915년 괴팅겐 대학에서 대칭성과 보존 법칙의 관계를 연결하는 뇌터의 정리를 증명했다.
이 결과는 단순하면서도 아주 강력해서 이 책 속에, 그리고 현재 물리학자의 이론 속에서 생생히 살아있으며, 그런 의미에서 모든 물리학자는 그녀에게 빚을 지고 있다고 해도 좋을 정도다. 그래서 물리학에서의 대칭의 개념을 주제로 하는 이 책의 전반부는 뇌터에 대한 헌사라고 할 수 있다.
1988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리온 레더먼은 바로 힉스 입자를 '신의 입자'라고 이름붙인 사람이기도 하다. 과학을 대중에게 소개하는 데 관심이 많은 레더먼은 바로 그 책 <신의 입자>를 비롯해서 몇 권의 책을 더 펴냈다. 레더먼은 또 과학 교육 문제에 열성적인 것으로도 유명한데, 2007년 여름에는 대구에서 열린 국제입자물리학회 '렙톤-포톤 2007'을 기념해서 경북대학교에서 '과학자와 21세기 과학 교육'이라는 제목의 강연을 하면서 교육 문제에 대한 자신의 여러 가지 생각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과학 영재 학교인 일리노이 주 수학 과학 아카데미(Illinois Mathematics and Science Academy, IMSA)를 설립할 것을 제안했고, 현재는 이 학교의 상주 과학자로 재직하고 있다.
공저자 크리스토퍼 힐은 레더먼이 소장을 지냈던 미국 페르미 연구소에서 오래 재직하며 이론 물리학 부장을 맡기도 했던 이론 물리학자다. (참고로 말하자면 페르미 연구소의 첫 번째 이론 물리학 부장이 바로 한국 출신의 이휘소였다.)
나는 힐에 대해서는 조금 특별한 느낌을 가지고 있는데, 대학원생 때 힐의 대표적인 논문인 톱 쿼크 응축 모형 논문을 대단히 감명 깊게 읽었기 때문이다. 그 논문에서 얻은 아이디어로 처음 독자적인 물리학 연구를 시작했었고, 서투르기만 했던 학생 시절이었기 때문에 연구 결과를 만족스럽지 못한 채로 파묻어 두어야 했다. 몇 년 전, 비로소 그 아이디어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내어, 10년도 더 지난 일을 다시 끄집어내어 비로소 만족할 만한 결과로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실험가인 레더먼과 이론가인 힐은 현대 물리학을 교육하는 문제에 대해 책에 소개된 웹페이지(www.emmynoether.com)를 통해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이 책도 대칭의 개념을 교과 과정에 포함시키기 위해 교사들을 교육하고 설득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졌다고 한다. 그들은 이 책 외에도 함께 <시인을 위한 양자역학>이라는 책도 썼다.
이 책은 물리학의 모든 것을 대칭이라는 관점에서 다시 설명한다. 뉴턴 역학에 나타나는 시간과 공간의 대칭성, 상대성 이론에 나타나는 시간과 공간의 확장된 대칭성, 두 가지 성질만을 가지는 반사 대칭성, 양자역학에 나타나는 대칭성, 맥스웰의 방정식에 숨어있는 빛의 대칭성인 게이지 대칭성, 그리고 강력과 약력에서 나타나는 확장된 게이지 대칭성에 이르기까지 중요한 대칭들을 설명함으로써 곧 현대 물리학 전체를 요약하고 있다.
사실 이 책은 달콤한 즐거움을 위한 책이 아니라 대칭에 대한 진지한 강의록이다. 그래서 읽기에 딱딱하다고 느낄 수 있다. 다시 앞에서 한 말을 반복하자면 이 책은 물리학에 '관해서' 이야기하는 책이 아니라, 물리학 이론 '그 자체'를 이야기하는 책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 책에는 수식도 몇 차례 나온다. 그래서 가벼운 마음으로 물리학 산책을 하려는 사람에게는 맞지 않는 책이다. 대신 물리학을 배웠거나 배우고 있는 학생들 그리고 현대 물리학에 대해서 진지하게 알고 싶은 사람들에게라면 일독을 권한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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