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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공개법 개정안 "개악이다"

비공개 대상 정보 오히려 확대

정부는 지난 20일 국무회의를 열고 ‘국민에게 혼란을 일으킬 우려가 있는’ 정보를 행정 정보공개 대상에서 제외시킨 ‘공공기관의 정보 공개에 관한 법률’(정보공개법) 개정안을 심의 의결했다. 참여연대를 비롯한 51개 시민단체가 정보공개 제도개혁을 요구하며 지난 10월 16일 공동 청원한 정보공개법 개정안과 비교해 볼때 정부의 개정안은 실망스럽기 그지없는 수준이었다. 특히 현행 정보공개법에서 가장 문제가 됐던 비공개대상정보가 오히려 확대됐다는 점에서 정보공개제도의 취지조차 잃어버리지 않을까 우려된다.

***행정기관, 무성의한 태도로 일관**

정보공개법은 1998년 시행됐다. 정보공개제도가 일부 선진국 외에는 일반화되지 않은 시점에 아시아에서 최초로 도입됐고, 밀실행정으로 인한 부정부패와 예산낭비가 만연한 우리나라의 현실을 고려할 때 참으로 다행스런 일이었다. 많은 시민단체들과 국민들은 정보공개법 자체에 문제점이 있긴 하지만 제대로만 운영된다면 국민의 알권리 보장과 행정 투명성 실현이란 측면에서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가졌다.

그러나 법 시행 이후 지난 4년간의 경험은 많은 실망을 안겨주었다. 참여연대가 99년부터 매년 행정기관을 대상으로 정보공개제도의 운영실태를 조사한 결과 정보공개를 위한 목록, 전담인력, 시설 등 기본적인 준비조차도 갖춰지지 않은 곳이 많았다.

또 국가정보원은 정보공개대상기관이 아니라며 모든 정보공개청구를 거부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행정소송을 제기하자 국가정보원은 재판과정에서 스스로 정보를 공개했다. 정보공개법이 시행되고 있지만 행정기관들은 여전히 무성의와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다.

***현행 정보공개법은 오히려 정보비(非)공개법**

정보공개법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비공개대상정보 조항이다. 포괄적이고 추상적으로 규정되어 있다 보니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식으로 오히려 정보공개를 거부하는 이유로 악용되고 있다.

지난 4년간 참여연대가 정보공개 청구를 한 것 중 많은 내용이 갖가지 이유로 거부됐다. 공무원의 쌈짓돈이라고 불리는 판공비의 잘못된 쓰임새를 밝혀내기 위해 서울시장 판공비의 사용내역과 영수증을 정보공개 청구했으나 거부당했다. 서울시장이 음식을 먹거나 술을 마신 음식점의 상호, 음식요금 등이 공개되는 것이 영업상의 비밀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국회의원의 공식적인 의정활동은 외유 일정과 계획서, 예산내역에 대한 정보공개청구도 거부됐다.‘공개될 경우 국가안전보장, 국방, 통일, 외교관계 등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할 우려가 있는 정보’라는 것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서울지방검찰청에 검찰의 불법적인 민간인 사찰과 관련한 정보공개를 청구하고 이를 거부해 행정소송을 진행하던 중에 일어났다. 대검찰청이 공문을 통해 자료를 조직적으로 파기하도록 지시해 아예 자료를 없애버렸다.

비공개대상 조항뿐 아니라 현행 정보공개법을 정보비(非)공개법으로 만드는 제도적 결함들이 많다. 행정소송을 제기해도 재판이 끝나 자료를 얻기까지는 2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 행정자치부라는 한 부처가 주무기관을 맡음으로써 전체 공공기관의 제도운영을 총괄하기에는 역부족이며 정보공개법을 위반하더라도 벌칙조항이 없어 공공기관으로 하여금 정보공개거부를 남발하게 만든다.

***정보공개법 개정안, 개선 내용 없다**

그러나 시민단체들의 제도개선 요구로 지난 20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정부의 정보공개법 개정안은 또다시 실망감을 안겨주고 있다. 물론 정보공개결정기간의 단축, 정보공개불복절차의 요건인 법률상 이익의 침해 문구 삭제 등 시민단체들의 요구가 일부 받아들였지만, 이는 정보공개제도의 기본사항으로 공공기관도 별다른 문제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들이다. 그러나 정보공개법 개정에 꼭 필요한 제도개선안들은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

우선 비공개대상정보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축소하는 것이 정보공개법 개정의 핵심임에도 전혀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이번 개정안에 “의사결정과정에 있는 정보 중 국민에게 혼란을 줄 우려가 있는 정보 등에 대해서 해당 위원회 등에서 비공개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해 비공개대상정보를 확대했다.

비공개대상정보조항이 정보공개거부 사유로 악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위법하게 작성.취득된 국가비밀정보와 개인에 관한 정보 중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위원회 위원 등에 관한 정보나 공공기관의 예산집행에 따른 수혜자에 관한 정보 등은 공개토록 해야 한다.

둘째, 이번 개정안에는 ‘정보공개심의위원회’의 신설이 포함되어 있지만 형식적인 기구에 불과하다. 애초에 시민단체들이 주장한 정보공개위원회는 대통령 산하의 정보공개업무를 총괄하고 행정심판까지 담당하는 기구였다.그러나 정부는 현재 정보공개 주무부처를 행정자치부로 그대로 두고 국무총리산하에 심의 기능만 있을 뿐 의결권이나 행정심판 기능이 없고 위원마저도 비상임인 형식적인 위원회를 신설하겠다고 한다.

셋째, 공공기관이 보유한 모든 문서의 목록이 아니라 공개대상정보목록만을 공개하겠다는 것도 말이 안된다. 공공기관이 사전에 공개대상정보목록과 비공개대상정보목록를 구별한다면 정보공개법에 비공개대상정보조항이나 불복절차 등을 둘 이유가 전혀 없지 않은가.

그외에도 적용제외대상정보로 되어 있는 국가정보원의 국가안전보장관련 정보의 폐지(법 제4조 제3항), 공익적인 정보공개청구 등의 경우에 대한 수수료 감면 의무화, 허위정보 제공 등에 대한 벌칙조항의 신설 등과 같은 제도개선의 내용들이 제외되었다.

결론적으로 정부의 정보공개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그대로 통과된다면 지난 4년동안 겪었던 시행착오들을 또다시 되풀이할 것이다. 이번 정기국회에서 정부의 정보공개법 개정안이 그대로 통과되어서는 절대 안 되며 국회 심의과정에서 충분한 여론수렴과 논의를 거쳐 제대로 된 법안이 만들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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