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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는 이라크인이 책임질 수 있다"

평화운동가들, 이라크 현지를 가다 <8> - 이라크 정당대표 인터뷰

평화운동가 임영신, 김박태식씨는 이라크 현지 조사를 마무리 지으면서 바그다드에서 이라크과도통치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알다와당(DP), 쿠르드민주당(KDP), 이라크이슬람당(IIP) 대표를 만났다.

이들은 "지금 이라크에 필요한 것은 선거에 의한 이라크인의 정부"라며 미군정이 조속히 끝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한국군의 추가 파병에 대해 "이라크인의 안전은 이라크인 스스로 책임질 수 있다. 미군정은 지금까지 안전문제에 있어 성공하지 못했으며 어떤 다른 나라의 군대도 성공할 수 없다"며 모두 반대 의사를 밝혔다.

임영신, 김박태식씨는 지난 26일 20여일간의 이라크 현지 조사 활동을 마치고 무사히 귀국했다. 편집자

<사진 1>

***이라크의 미래를 묻기 위해**

이 혼란의 정국 속의 이라크, 그 속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 있다면 그것은 이라크의 미래를, 이 사회에 대한 전망을 누구에게 물어야 하는지를 알아내는 일이다. 우리는 그 물음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수십, 수백 개의 정당들 속에서 우리는 25명의 과도통치위원회에 정당대표로 의석을 얻어 참여하고 있는 8개 정당 중 이라크내 가장 큰 종교세력인 시아, 수니, 가장 큰 지역세력인 쿠르드를 대표하는 쿠르드 민주당을 포함해 세 개의 주요정당 대표들을 만나보았다. 그들을 통해 이 혼미한 이라크의 정국을, 그들이 준비하고 있는 이라크의 미래를 들어보기 로 했다.

***과도통치위·과도내각 모두 미군정에 의해 운영**

11월, 테러와 저항의 소식이 그치질 않는 바그다드, 그 거리 한 켠에선 하루에도 몇 번씩 시위가 벌어진다. 때로는 학생그룹이 학내 문제를 들고 거리로 나오기도 하고 노동자들이 실업문제를 가지고 버스를 타고 와 시위를 하기도 한다. 주로 이라크 인들이 시위를 하는 장소는 CPA, 과도통치위원회 건물 앞이다. 미군이 몇 겹의 바리케이트를 쳐 놓고 총으로 삼엄한 경계를 하는 이 곳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시위를 하는 모습은 지금 이라크를 움직이는 곳이 이 두 조직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 2>

지금 이라크의 통치구조는 최고통치기구로서의 연합임시행정처(CPA: the Coalition Provisional Authority)와 CPA가 구성한 이라크과도통치위원회(IGC: Iraq's Intrim Governing Council), 그리고 과도내각으로 구성되어 있다. 미국의 동맹국들은 아프가니스탄과 마찬가지로 이라크 과도정부 지도부를 선정하기 위한 국제회의 개최를 요구했지만 미국은 이를 무시하고 과도정부 수립을 강행했다.

결국 난항 끝에 지난 7월 출범한 이라크과도통치위원회는 연합임시행정처(이하 CPA)에서 지명한 25명(시아파 13, 수니파 5, 쿠르드 5, 투르크만 1, 기독교1)의 이라크 종교, 지역 등의 대표로 구성되었다.

그러나 통치위원의 다수가 걸프전이후 국내에 거주하지 않고 오랜 외국에 망명생활을 했거나 미국과 관계를 맺고 있다. 위원회의 아랍계 18명중 9명은 1991년 이래로 남부-중부 이라크(south-centre Iraq)에 있지 않았고, 순환대통령의 9명중 8명은 1991-2003년 사이에 남부-중부 이라크에 있지 않았던 것이다.

과도내각 또한 CPA에서 과도통치위원회와 같은 비율로 지명한 인사들로 운영된다. 과도내각의 각 행정부처에는 CPA에서 파견한 최고자문위원(Senior Adviser) 밑에 이라크 장관이 일을 하고 있다. 의회의 역할을 담당하는 과도통치위원회나 행정부로서의 과도내각 모두 미군정에 의해 구성되고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조직들이 이라크인이 아니라 연합군에 의해서, 그들의 이익을 위해 일하도록 만들어 졌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 이라크 사람들은 그에 대한 답을 하듯이 7개월 동안 무려 150여 개의 정당을 만들어냈다. 이라크의 주요 정당을 찾아가 보고 싶다고 정당을 추천해 달라고 사람들에게 물으면 열에 아홉은 냉소적인 웃음을 먼저 건넨다.

"정당이요? 찾을 것도 없어요. 거리에 나가서 둘러보면 웬만한 큰 건물에 하나씩 정당 사무실이 있어요. 150개가 넘는 그 정당들을 어떻게 다 만나려 구요?"

<사진3>

가정집에 깃발을 하나 내어 걸고 시작한 정당에서부터 북부 쿠르드 지역의 정당까지 이라크 사람들은 자신들 안에 이렇게 다양한 정치적 조직과 견해가 있었다는 사실에 대해, 그들이 급속히 각자의 사무실을 열며 각자의 목소리를 표출하고 있는 것에 대해 스스로 느끼는 혼란이 베어 나왔다.

가장 먼저 찾아간 다와 당 왈리드 사무총장은 이 혼란에 대한 물음에 이렇게 답했다.

"지난 35년간 우리는 하나의 정당밖에 가질 수가 없었다. 이렇게 다양한 종교적, 지역적 편차를 가진 사람들이 만든 국가 안에서 어떻게 하나의 정당이 그들 각자의 권리와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가? 지금의 이 수많은 정당들이 생겨나고 있는 것은 그 오랜 눌림에 대한 반작용이다. 우리가 겪어야 할 자연스러운 과정일 뿐인 것이다. 다른 나라들이 동일한 문제들을 겪고 이겨낸 것처럼 우리에게도 우리 스스로 이 혼란한 과정들을 겪어낼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정치적 지원은 우리를 실험하는 눈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생략할 수 없는 이 혼란한 과정에 대한 이해, 그리고 기다림이 필요한 것이다."

***35년간 독재, 미군정에 의한 반발로 150여개 정당 생겨**

조직원 대다수가 시아파이며 이라크 남부지역인 나자프와 카르발라에 강력한 지지 기반을 가지고 있는 다와당은 1957년 창립된 이후 사담 후세인의 바트당 독재 시절 무수한 탄압을 당해왔으며 미군의 점령 이후 카르발라 종교집회를 조직하는 등 친미인사에 의한 정부주도를 반대하며 이라크 인에 의한 독립적인 이라크 정부의 구성을 강력히 요구해 오고 있다.

그들은 이라크 전체인구 중 80%정도를 차지하는 시아파가 적절히 반영되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미국은 이라크에 시아파 주도로 이란과 유사한 신권정치체제가 들어서는 것은 절대 허용할 수 없다는 강경 입장을 밝혀 지속적인 긴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한편 사담 시절 반 독재와 싸워 온 그들은 현재 사담 정권의 범죄를 심판하기 위한 특별법정을 준비하는 데에 적극 결합하고 있기도 하다.

<사진4>

이라크 인권그룹(Iraqi Human Rights Group)에서도 활동을 하고 있는 왈리드 다와당 사무총장은 "우리는 사람을 죽이는 어떤 정권에도 반대한다"며 사담의 바트당을 비판했다.

수니파 이슬람 정당으로 1960년 성립된 이라크 이슬람당(IIP, Iraqi Islamic Party)은 2003년 미국의 이라크전쟁에 반대했지만, 반정부단체들을 조정하는 데 역할을 행사하여 2003년 바트당 몰락 후 주요세력으로 등장하였다. 과도통치위원회에 참가하고 무신 압드 알하미드가 순환대통령직을 수행하고 있다. 특히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 저항의 사건들이 끊이지 않는 수니 트라이앵글의 팔루자 주민들 90%가 최근 저항의 사건들이 이라크 인에 의한 미국에 대한 지하드라고 대답해 주목을 받았었다. 사담 시절 사회집권 층에서 전쟁 이후 소수자가 된 그들은 미국의 점령에 대한 강도높은 비판은 물론 최근의 저항사건에 대해 테러가 아니라 지하드라는 의견을 표명하고 있다.

쿠르드 지역의 경우 사담 정권시절 이라크로부터 분리되어 있을 뿐 아니라 사회적 소수자였으나 연합군의 점령 이후 주요한 정치, 사회적 세력으로 과도정부 구성과정에 참여하고 있다. 특히 그들은 지난 12년간 이라크와 분리되어 유엔의 관할 하에 살아왔으며 사담 정권에 대한 저항, 독립적 연방제를 원하는 정치적 입장을 선명히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미국주도의 새 정권 재편 과정에 서로의 이익을 위해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다.

쿠르드 계열의 주요 정당으로는 쿠르드민주당(KDP), 쿠르드 애국연맹(PUK), 쿠르드 이슬람 연맹(Kurdistan Islamic Union), 그리고 터키와 이라크의 국경지역에서 1만 여명 정도의 무장세력을 가지고 산악게릴라로 활동하고 있는 쿠르드 노동자당(KADEK)이 있다. 1967년 창립된 쿠르드 민주당은 "이라크에 민주주의를, 쿠르드에 자치를"이라는 구호로 쿠르드 인 밀집지역인 이라크 북부지역을 거점으로 활동하고 있는 쿠르드지역 주요 집권당이다. 1970년 자치정부로서 이라크 정부로부터 공식적인 지원을 받고 북부이라크 지역에 행정을 담당해 왔다. 그러나 PUK/PKK와는 정치적 대립 상황 가운데서 친미, 친 터키 정치노선을 펼치고 있다

현재의 미군정에 대한 입장에 있어서는 각 정당의 역사적 배경에 따라 조금씩 차이를 드러냈다.

다와당의 왈리드 사무총장은 미군정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피했으나 "이라크 사람들이 연합군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이것은 어느 나라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5>

쿠르드 민주당의 바르자니 대표는 "사담 정권에 의해 우리가 얼마나 고통받았는지 하루 종일 이야기해도 다 할 수 없다. 사담이 생화학 무기를 사용해 쿠르드 사람들을 죽였다. 6천 명의 사람들이 죽어갔다. 내 친구가 이웃이 형제가 고통받았던 것이다. 40년 동안 나는 산에서 살며 사담 정권을 끝내기 위해 싸워왔다. 평생을 다해 정권에 맞서 왔으나 우리는 사담 정권을 끝내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 미국이 그 일을 해냈다. 때문에 우리는 그들을 해방군이라 간주했던 것이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적어도 1-2년 안에 우리의 독립정부를 구성하고 나서 미군이 돌아갈 것을 원한다"고 덧붙였다.

***"우리는 스스로 민주주의를 건설할 능력이 있다"**

현재 과도통치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이들은 선거를 통해 구성되지 않은 지금의 정부의 한계를 인정하면서 빠른 시일 안에 민주적인 선거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왈리드 다와당 사무총장은 "우리는 민주적인 이라크를 바란다. 과도통치위원회는 미군정에 의해 구성된 일종의 연합이다. 따라서 선거를 빨리 치러야 하며 그 때에 미군은 이라크를 떠날 것이다. 우리는 이라크 인의 완전한 자유와 권리를 옹호하며 이라크 인들이 스스로 통치하는 것을 원한다"고 말했다.

쿠르드 민주당의 바르자니 대표는 "과도통치위원회의 25명의 대표는 우리 사회의 주요정당을 대표하고 있다. 그들은 사담 정권에 맞서 투쟁해 왔던 사람들이다"라며 그 정당성을 옹호했지만 "영구적인 기구가 아니라 보통선거를 치르기 위해 임시로 만들어진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위원회를 국회나 정부라고 부르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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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르드 지역은 이라크에 속해있지만 독립적인 언어와 화폐를 쓰고 있을 뿐 아니라 92년 걸프전 이후 유엔의 관리하에 독립적인 정치, 경제, 교육, 군사 체계를 가지고 살아오고 있었던 것이다. 이라크에서는 금지된 핸드폰이며 인터넷, 위성 방송 같은 정보의 자유를, 경제적 지원들을 받아온 쿠르드 지역 사람들이 이 전쟁을 미국을 보는 태도는 바그다드 혹은 중남부의 이라크 사람들과 사뭇 달랐다.

특히 이들은 한결같이 스스로 민주적인 독립국가를 건설할 수 있는 이라크 인들의 능력에 대해 힘주어 이야기했는데, 바르자니 대표는 "선거를 통해 우리 사회를 대표하며 이라크 재건을 위해 정책을 내놓는 정당을 선출할 것이다. 우리의 정책과 이라크 사람들의 지지로 이라크에 맞는 민주주의를 건설해 가는 것이 우리의 비전이다. 내년은 이라크의 선거와 헌법제정이 확정되는 해가 될 것이다. 더 이상 미루어져서는 안 된다. 미군이 유엔과 결의한 일정은 어떤 이유로 미루던 우리는 이미 우리의 아젠다를 모두 준비해 둔 상태이다. 그것은 미국의 입장과 일정일 뿐 우리의 의지가 아니다"고 이야기했다.

연합군사령부는 이라크 점령 직후 정권이양 로드맵(2003년 4월, 이라크 신 정권 수립을 위한 4단계 실행계획 - 미군정 3개월 →과도정부 9개월 →제헌의회소집→국민투표 및 신 정부 출범 2년 이내)을 발표했다. 그리고 유엔안전보장이사회는 10월 16일, 결의안을 통해 12월 15일까지 이라크 과도 통치 위원회가 새 헌법의 제정 일정과 계획, 새 헌법 하에서의 총선 일정 등을 제시해야 한다고 입장을 정했다.

그러나 라마단이 시작되던 지난 10월 26일부터 매일 터져 나온 저항 혹은 테러의 사건들 속에 마침내 연합군은 11월12일 미국이 이라크에서의 전쟁 상황을 선포했다. 그것은 그들이 약속한 12월 15일의 일정을 미룬다는 것을 의미했다.

모술의 한 활동가인 아하메드는 미군정에 의해 만들어져 미국과 영국의 이익에 복무하며 이라크의 모든 공기업들을 사유화해가고 미국과 영국을 위한 법률체계를 만들기 위해 골몰하고 있는 지금의 과도정부체제가 영구한 이라크의 미래상이 될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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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외국 군대의 개입도 원치 않는다"**

한국 군대의 파병에 대해 이들은 모두 불필요하다고 대답했다.

왈리드 사무총장은 "이라크인의 안전은 이라크인 스스로 책임질 수 있다. 미군정이 지금까지 안전문제에 있어서 성공하지 못했다. 어떤 다른 나라의 군대도 성공할 수 없다. 그들은 이라크 사람들보다 이라크를 잘 이해할 수 없다. 한국을 예로 들어보자. 한국의 안전을 위해 가장 적합한 군대는 한국군이다. 이것은 어디나 마찬가지다. 우리의 안전을 우리 스스로 만들어 갈 것이다. 이라크 자체의 군대와 이라크 자체의 경찰에 의해 안전을 지킬 것이다"고 말했다.

이라크 이슬람당의 아메드는 "외신들은 팔루자의 사건 사고들에 대해서만 보도하지만 우리는 그 수많은 사건 속에서 우리 스스로를 재건하기 위해 일하고 있다. 팔루자는 지금 전후 지역주민의 50%가 실업 상태에 있다. 물이 턱없이 부족하고 대부분 화학물질에 오염되어 있다. 사람들은 물리적 심리적 질병에 시달리고 있다. 우리는 각종 위원회를 만들어 지역주민을 위한 지원사업을 벌이고 있다. 한국이 우리를 위한다면 군대를 파병할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일어서려는 이런 주체적 노력을 지원하는 인도적 지원을 해야한다"고 이야기했다.

쿠르드 민주당의 바르자니 대표 역시 "우리는 어떤 외국 군대도 정치적 군사적 개입도 원치 않는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이라크 주변국의 군대는 철저히 반대했지만 먼 나라에서 이라크의 안정을 위해 지원병을 보내는 것은 괜찮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도 전투병으로 오는 것에 대해서는 힘주어 반대했으며 대신 경제적 투자, 의료적 지원을 요구했다.

그는 "우리는 이미 92년부터 우리 스스로 경찰과 군대를 만들어 우리의 치안과 자치를 유지하고 있다. 그들 모두 명실상부한 군대이며 훈련된 사람들이다. 외부로부터의 군사적 개입이 아니라 이라크 인의 주체적 노력과 의지를 존중하는 국제적, 경제적, 정치적 지원을 해 주는 것이 이 혼란한 상황을 이겨낼 수 있는 가장 빠른 길이 될 것이다. 우리는 이라크의 치안을 이라크 인의 힘으로 만들어 갈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사진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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