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세론을 전파하고 있는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에게 요즘 JP의 움직임은 대단히 신경 쓰이는 일들 중의 하나다. 자민련 김종필 명예총재는 1997년 대선때 김대중 대통령이 이회창 총재한테 39만표차로 승리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주인공이다.
김대중 후보가 당시 대전·충남북 지역에서 이회창 후보를 이긴 표차가 바로 39만표다. JP측은 그동안 이 충청지역의 표차가15대 대통령선거의 승부를 갈랐다고 주장해 왔다.
그런 JP가 DJP 4년 공조를 깨고 홀로서기를 천명했다. 내년 대선까지 15개월간 JP가 취할 정치행태와 최종선택은 이회창에게 적지 않은 가슴앓이와 도전을 던져줄 것이다.
여기에 비하면 여권의 후보쟁취가 우선인 민주당 이인제 최고위원은 JP변수를 생각할 겨를이 별로 없는 편이다. 이인제의 대JP전략은 여당의 대선후보 경선이 끝난 후에나 구체화될 수 있지 않을까?
JP가 2001년 16대 대통령 선거구도에서 처할 경우의 수는 ① 독자출마 ② 이회창 지지 ③ 이인제 지지 ④(이인제가 민주당을 탈당할 경우)집권당 후보지지 ⑤ 정계은퇴의 다섯 가지다.
이회창과 이인제는 JP를 얻으면 충청권 득표가 상대적으로 쉬울 것이기에 그의 지지를 얻기 위해 막후에서 무진 애를 쓸 것이다. 그들은 그러면서도 JP의 부정적 이미지를 나누어 뒤집어쓰지 않기 위한 노력도 병행할 것이다. JP의 측근인사들은 “정서적으로 볼 때 김종필 명예총재는 이회창씨 보다 이인제씨를 더 싫어 한다”고 얘기하고 있다.
이인제가 민주당을 탈당해 홀로 출마하고 여권이 새로운 후보를 내면 여러 가지 다양한 시나리오가 전개될 것이다. 하지만 이럴 때는 이회창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이런 경우의 수는 JP가 정계은퇴를 선언하는 것과 함께 ‘JP 변수’가 그다지 결정적이지 않다.
JP가 독자출마를 결행할 경우는 어떨까. 이회창-이인제(예상)-김종필의 3파전이 될 것이다. 대선 3파전은 우리 선거사에서 그리 낯선 구도가 아니다.87년때만 노태우-김영삼-김대중-김종필의 4자구도였지 92년 김영삼-김대중-정주영,97년 김대중-이회창-이인제처럼 대체로 3자구도가 일반적이었다.
87년 4자구도에서 제4후보(JP)의 존재는 1위인 노태우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 그러나 3자구도인 92년 선거에서 제3후보인 정주영은 야당 후보인 김대중 보다는 집권당 후보인 김영삼에게 더 큰 부담이었다.97년 대선에서도 제3후보였던 이인제의 존재는 야당 후보인 김대중 보다는 집권당 후보인 이회창에게 부담을 줬고, 이는 급기야 정권교체를 가져온 가장 강력한 단일요인으로 분석됐다.
즉 3파전에서 제3후보의 존재는 집권당 후보에게 어려움을 가중시킨다.2001년 대선에서도 제3후보 김종필은 야당 후보인 이회창 보다는 (예상)집권당 후보인 이인제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우기 JP는 인간적·정서적으로 이회창 보다 이인제를 싫어하기에 선거전에서 이인제f를 더 공격할 것이다.
***‘신3김연합’, 이회창에 치명타**
그러나 JP가 다음과 같은 방식의 제3후보로 나오면 이회창이 치명적으로 불리하다. 즉, 자민련의 대권전략 문건인 ‘뉴JP 마스터플랜’이 기획한대로 JP가 YS와 연대하고 DJ의 지원을 받는 이른바 ‘신3김연합’의 대표주자로 독자 출마하는 경우다.
무엇보다 이회창의 굳건한 지지기반으로 여겨졌던 영남권의 표가 분산될 것이다. 호남과 충청출신의 유권자가 JP에게 결집되는 경향이 그렇지 않을 경우와 비교할 때 상당히 높아질 것이다. 결론은 이회창의 집권이 어렵다는 것이다. 이는 어부지리로 여당 단일후보의 집권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신3김연합이 예컨데 ‘임기중 내각제 개헌을 완료하고 JP는 정계은퇴한다’는 등의 명분을 제시해 호응을 얻고 김윤환의 노력으로 박근혜까지 자기 진영으로 끌어들이는데 성공하면 JP는 차기 대통령을 넘겨볼 수도 있을 것이다.
국민지지도 3%대 아래인 JP가 내년 대선에서 적어도 결정적인 캐스팅 보트를 쥘 위치에 있을 수 있는 정치적 토양은 지역선거와 3김정치의 구도가 의연하게 살아있기 때문이다.따라서 이회창·이인제는 지역정치·3김정치 청산을 맥없이 외칠 수는 있어도 JP를 내놓고 비난할 수는 없는 기묘한 아이러니에 빠져 있다.두 이씨를 차별하는 진정한 쟁점이 어쩌면 지역·3김정치가 아니라 ‘세대교체 이슈’가 될 가능성이 높은 것도 이 때문이다.
그건 그렇고 DJP공조 붕괴 보름만에 전격적으로 이뤄진 JP-이회창 회동(9월18일)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그들 사이의 연대는 항구적인가 일시적인가. 또 JP-이회창 회동 뒤 엿새 만에 이뤄진 JP-YS회동(9월24일)은 무얼 노리고 있나, 이들 3자간의 이해관계는 어디에서 일치하고 어디에서부터 어긋날까.
JP와 이회창,YS가 맺게 될 삼각관계는 내년 대선결과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될 것이기에 이런 문제들에 대해 의문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결론부터 말하면 JP-이회창 연합은 전술적인 것이고 JP-YS연대는 전략적인 것일 가능성이 많다.JP와 이회창의 협력은 연말 정기국회 종료와 함께 해체될 ‘전술적 공조’인 반면,JP-YS의 연대는 내년 대선정국을 관통할 ‘전략적 공조’일 것 같다는 말이다.
정가에선 JP-YS회동이 독자적인 새로운 정치세력의 구축으로 이어질지에 관심을 쏟고 있다. 두 사람은 김대중 대통령의 북한 김정일 위원장에 대한 태도와 언론정책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공유하고 있다. 따라서 최소한 이 부분에 관해 그들은 명백히 반(反)DJ적 입장에 서있다.
그러나 이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얘기가 오갔을 것이라는 말이 양측에서 나오고 있다. 10월9일에 잡혀 있는 JP의 총재추대를 위한 자민련 전당대회, 내년의 지방·대통령 양대 선거의 정치일정에서 양김(金)씨의 영향력을 극대화화기 위한 방안이 모색됐다는 것이다.
JP는 DJP공조가 깨지기(9월3일)전에 이미 내년 대통령선거에 출마하겠다는 의지를 측근들에게 밝혔었다.JP주변에서 이른바 ‘JP대망론’이 퍼져나간 것은 이것과 관련돼 있다.
YS역시 ‘반김정일·반DJ운동’을 내세워, 특히 부산·경남지역과 보수계층에서 정치적 영향력을 높이려고 애써왔다. 이를 기반으로 전직 대통령으로선 처음으로 킹메이커 역할을 추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YS는 “(1995년에)신한국당을 탈당하는 JP를 못잡은게 가장 후회된다”며 JP와 재회했다. 따라서 “JP-YS회동이 두 세력이 합류하는 신당의 결성, 정치권의 이합집산으로 연결돼 결국 대선구도에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는 주장이 양측 참모들의 입에서 흘러 나오고 있다.
***잡지도 놓지도 못하는 이총재의 고민**
JP-YS관계의 이런 전략적 성격 때문에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의 마음도 편치는 않다고 한다.JP·YS와의 관계설정 문제를 놓고 이회창 총재가 고민하는 본질적 대목은 “JP가 李총재에겐 ‘자민련 국회교섭단체 만들기’를 얻어내고, 대선구도에선 YS와 제휴해 독자적인 길을 가려는게 아닌가”하는 것이다. “YS에게 너무 마음을 주다 결정적인 상황에서 그가 다른 후보를 지원하는 건 아닐까”하는 의심도 같은 맥락이다.
이총재가 불안해 하는 이유는 그 개인의 성격 때문만은 아니다. 자기가 그들에게 한 과거의 행위 때문에 조성된 ‘의심의 구조’를 그 스스로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의심과 불신의 구조가 개선되지 않는 한 이총재는 YS에 이어 JP와도 ‘전술적 관계’ 이상을 맺기가 어려워 보인다.
이총재는 오랜 동안 ‘이회창 대세론’을 집권전략의 기본으로 삼았다. 이 과정에서 그는 나름대로 일정한 지역과 계층에서 정치적 영향력이 있는 YS·JP와 회복하기 쉽지 않은 적대적 관계를 맺었었다. 이 총재가 지금은 아무리 좋은 낯으로 그들을 대한다 해도, 지난 대선 때 신한국당 총재이자 대통령이었던 YS는 “당을 떠나라”고 소리쳤던 이 총재를 잊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여름 “정치세계에서 영원한 적은 없다”며 고개를 숙이다시피 한 JP와의 골프장 회동에서 이회창은 “(자민련 교섭단체 만들어주기와 관련한)밀약은 없다”는 소리를 되뇌이며 JP에게 수치감을 심어 놨다.
이런 상황에서 JP가 이회창에게 접근한 이유는 자명하다.DJP공조가 깨진 뒤 불어 닥칠 DJ의 보복 폭풍을 막아내기 위해서가 첫 번째 이유다. 또 하나 이회창에게 명실상부한 국회권력 행사자의 지위를 부여하는 대신(국회에서 캐스팅 보트로)자민련을 국회교섭단체로 만들어달라는 제안을 하기 위해서다. 이런 방식 등으로 JP가 건재를 과시하지 않으면 내년 지방선거(6월예정)에 도달하기도 전에 스스로 무너질지 모른다는 위기의식이 자민련에 깔려 있다.
이 두가지 이유는 JP에의 접근을 시도하고 있는 이 총재 입장에서 봐도 합리적인 조건의 공정한 거래가 된다. 따라서 두 사람의 회동이 성립한 것이다. 그러나 12월말까지 정기국회를 넘기고 나면 내년엔 본격적인 지방선거·대선 정치시장이 개장할 것이고 JP가 이 총재와 계속 붙어 있어야 할 이유는 줄어들 것이다.
레임덕에 빠진 DJ가 JP에게 정치보복을 할 수 있는 힘은 현저히 줄어들 것이다. 또 내년 국회는 사실상 기능정지 상태일 것이기에 JP가 교섭단체지위 획득에 사활적으로 집착할 필요도 없어진다.
이번 정기국회에서 형성되고 있는 이회창과 JP의 ‘전술적 정책공조’가 내년 대선국면에서 ‘전략적 선거연대’ 수준으로까지 올라갈 수 있을지, 또 그럴 필요가 있는지에 대한 전망과 판단은 전적으로 이 총재에게 달려 있다.
JP는 자신이 확보한 캐스팅보트적인 세력(충청권과 보수계층 일부)을 대선전에서 반드시 활용하려 할 것이다. 이 세력은 JP를 대통령으로 만들기엔 역부족이지만 다른 후보를 대통령이 되게 하거나, 되지 못하게 하는 힘은 있는 것으로 보인다.
JP로선 대선구도에서 이런 캐스팅보트적 힘을 축적하기 위해서라도 선거막판까지 독자출마를 주장해야 하거나, 특정인에 대한 지지의사를 밝히지 않아야 하며 그럴수록 YS와의 전략적 연대의 필요성은 커진다.
물론 JP와 YS가 궁극적으로 선거 한달쯤을 남겨 놓고 요모조모 따져본 뒤 이 총재 지지선언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설사 그런 선언을 할땐 하더라도 내년 선거전의 대부분을 이회창과 독립적인 위치에서 JP가 독자행보를 할 것은 틀림없다.
이 총재가 JP와 연말까지 국회공조를 진행하면서 그로부터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다만 내년 대선막판에 JP로부터 극적인 지지를 끌어내기 위한 신뢰의 토대를 구축한다는 자세라면 적당할 것이다.
내년 대선에 관한한 JP의 시선은 이회창 보다는 YS에게 가 있는 듯하다. 노련한 정객 JP와 YS가 공동으로 만들어낼 전략적 연대가 DJ와 어떤 상호작용을 할지, 이회창과 이인제 등 포스트 3김의 대권주자들은 3김씨의 수를 얼마나 제대로 읽고 목적의식적으로 대처할 것인지 등이 관전 포인트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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