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고향사람을 써도 제대로 써라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고향사람을 써도 제대로 써라

인사편중보다 편중된 인사의 자질이 문제

이용호게이트를 계기로 다시 한번 검찰조직의 문제점이 제기되었다. 실제로 우리의 검찰조직은 국민의 정부가 들어선 이후 옷 로비 사건 등을 통해 이미 멍이 들대로 들었고, 이번 사건까지 겹쳐 거의 죽어가고 있다.

사태가 얼마나 심각한지는 집권여당 조차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여야간에 정치개혁특위에서 검찰개혁 방안을 만들기로 합의했다는 사실에서 분명히 드러난다. 정치권에서 어떤 개혁방안을 만들는지는 더 지켜봐야겠지만, 어쨌든 검찰개혁을 더 미룰 수 없다는 국민적 공감대, 정치적 공감대 만큼은 확실히 형성되었다.

검찰은 사회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최후의 보루다. 이러한 기관까지 비리에 연루된다면 그 사회는 이미 갈 데까지 간 것이다. 지금 국민들은 검찰까지 이 지경이면 이제 우리 사회의 부정은 도대체 누가 바로잡을 것인가 하는 탄식을 넘어선 절망감에 빠져 있다. 다시 말해서 검찰의 위기는 곧바로 우리 사회의 결정적인 위기인 것이다.

이러한 위기의식은 검찰 내부에서도 터져나오고 있다. 검찰이 왜 이 지경까지 되었는가. 최근 검사들끼리 모이는 사적인 자리는 작금의 검찰현실에 대한 장탄식의 자리가 되고 있다. 얼마 전에 열린 어느 검사들 모임에서도 역시 자성의 목소리가 이어지다가 검찰이 처한 위기의 원인까지 거론되었다. 그리고 여기서 나온 결론은 결국 인사의 문제로 귀착되었다. 검찰인사의 난맥상이 검찰을 망쳤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또 인사편중 얘긴가 하겠지만, 여기서 나온 얘기는 우리가 흔히 거론하는 인사편중과는 좀 다른 것이다. 인사편중은 물론 문제이다. 하지만 어느 정도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정권이 바뀌면 권력을 잡은 세력의 주변 인사들이 득세를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도 클린턴이 집권을 한 후 야당과 언론으로부터 “아칸소의 촌놈들이 백악관을 점령했다”는 비난이 나오지 않았는가.

***어느 정도 인사편중은 불가피할 수도**

문제는 인사편중보다는 편중된 인사의 자질이다. 도대체 도저히 깜이 되지 않는 자들이 막중한 책임이 있는 주요 자리를 차지하다 보니 국가 대사를 그르치게 된다. 그리고 더욱 나쁜 것은 그들로 인해 일을 그르치는 데서 끝나는 게 아니라, 전 조직이 무기력해져 버린다는 데 있다.

도저히 인정이 안 되는 사람이 중요한 자리에 가서 저러고 있다 보니 나머지 사람까지도 자포자기에 빠져 자기 일에 긍지와 의욕을 잃어버리게 된다. 어느 검사가 비리에 연루되어 사고가 발생하는 것보다 전 조직이 무기력해져서 오는 폐해가 더 심각하다.

지나간 검찰인사 때의 뒷얘기들도 튀어나왔다. 인사를 한 달 앞두고부터 나는 어디로 가고 누가 어디로 온다는 얘기가 버젓이 돌아다녔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면면들이 대부분 그동안 검찰에서 능력을 인정받지 못하던 인사들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많은 유능한 검사들이 소외감에 젖어 ‘그래 잘들 해봐라, 나는 이제 조용히 지낼란다’ 하는 자괴감에 빠져들었다는 것이다.

이렇듯 검찰의 편중인사가 그리고 나아가 부적절한 편중인사가 검찰조직을 죽이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것이 비단 검찰조직만의 일이 아니라는 점에 있다. 전 행정부 조직이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대동소이한 상황에 처해 있다. 예를 하나 더 보자.

YS 때도 마찬가지였지만, DJ 정부 출범 초에도 대폭적인 물갈이 인사가 이루어졌는데 이 과정에서 모 부처에 새로운 실세가 등장했다. 그 동안 한직에서 맴돌던 이 인사는 물론 특정지역 출신이었고, 절친한 지기 2명이 집권당의 실세이며 국회의 관련 상임위에 소속되어 있었다. 그는 이를 이용 이 부처의 인사를 좌지우지하다시피 했다.

이 와중에서 전 정부에서 핵심 요직에 있던 다수의 간부들이 산하기관으로 쫓겨나는 일이 벌어졌다. 특히, 여러 요직을 거치고 부처의 선임국장을 지내던 사람까지 저 멀리 한직으로 발령이 나는 그야말로 파격적인 인사가 이루어졌다. 이 부처의 인사가 얼마나 파격적이었냐 하면, 한때 이 부처의 직원들 간에 “만약 대한민국에서 또 쿠데타가 일어난다면 (이 부처의 과거 핵심 간부들이 쫓겨난) 모 산하기관에서 일어날 것”이라는 농담이 떠돌 정도였다.

그런데 우리나라 정치 실세들에게나 부쳐지는 영문이니셜 네임까지 얻은 그 실세 간부는 당시 자신의 입장을 이런 식으로 강변했다고 한다. “그동안 역대 정권의 편중인사 때문에 피해 본 사람이 많다. 그 대표적인 피해자가 바로 나다. 이번에 이것을 바로잡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전 정권들에서 수혜를 입은 자들이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말인즉슨 어느 정도 일리가 있는 얘기다. 하지만 이 부처 대부분의 직원들은 대놓고 얘기는 못했지만, 이 실세라는 사람의 주장을 인정할 수가 없었다고 한다. 왜냐하면, 그 사람은 지난 날 특정 지역 출신이어서가 아니라 오히려 불성실하고 무능했으며 직원들 간 인화에 문제가 많아서 좋은 보직을 받지 못했던 것으로 평가되어 왔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지역보다 능력'**

또 한직으로 밀려난 간부들은 실제로 유능하고 직원들 간에 신망이 높았던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고 한다. 이러니 그 후로 이 부처의 분위기가 어떠했으리라는 것은 충분히 짐작이 가는 얘기다. 여기서도 역시 ‘그래 니들끼리 잘해 봐라, 나는 이제 시간만 때울란다.’ 하는 식이 되어버린 것이다. 여기서 행정조직 전체, 관료사회 전체의 무기력화가 생긴다.

한편 그 후로 이 부처에서는 그 실세 간부가 회의석상에서 재떨이를 집어 던졌다느니, 직원들 조인타를 깠느니, 다른 부서 일까지 감 놔라 배 놔라 한다느니 하는 말들이 흘러나왔다. 그러다 결국은 최근에 청와대에서 새 장관이 오면서 부처의 분위기가 하도 험악하니까 그 실세 간부를 다시 한직으로 발령 냈다고 한다.

우리가 이 예에서도 보듯이 인사편중은 물론 문제이긴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지역보다는 능력’이라는 점이다. 어느 조직에서건 그 사람의 출신 지역과 무관하게 능력과 인화의 측면에서 인정받는 사람들이 있다. 그 사람이 발탁된다면 (물론 그래도 편중인사라는 비판이 전혀 없지는 않겠지만) 조직원 대부분이 “그래 될 사람이 된 거야” 하며 인정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사람이 아닌 엉뚱한 사람이 발탁될 때 크게 불거진다.

또 앞서 예로 든 그 실세 간부 (이제는 아니지만) 주장처럼 그간의 편중인사 때문에 한직을 전전하다보니 불만이 쌓여 제대로 능력을 인정받을 수도 없었고, 조직원 사이에 평판도 나빠졌다는 주장 역시 있을 수 있다. 이런 측면은 정말 어쩔 수 없는 역사적이고 구조적인 문제일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신 지역이 어디이건 중요 보직을 맡아도 남들이 능히 수긍할만한 사람들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중앙부처급의 조직 규모라면 최소한 몇 명 씩은 분명 있다.

결국은 지연과 개인적 관계에만 빠져 능력을 제대로 고려치 못한 부적절한 인사가 그 폐해를 심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요즘 시중에서 회자되고 있는 ‘형 동생 문화’는 사적인 자리에서 그쳐야지 공적인 자리까지 그것이 이어지면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것이 공적인 자리에서 이어지는 일이 빈번히 발생하다 보면 결국은 ‘삼류가 세상을 망친다’는 얘기가 설득력을 얻게 되는 것이다.

지금까지 언급한 이러한 부적절한 인사편중 문제는 검찰이나 여기서 예로 든 한 부처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행정조직이 함께 앓고 있는 문제다. 그러니 우리 행정부가 지금 죽어가고 있고, 행정부가 죽어가고 있으니 나라가 죽어가고 있는 것이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이를 시정해야 한다. 그래서 행정조직에 다시 생기를 불어넣어야 한다. 성실하고 유능한 공무원들이 다시 긍지와 의욕을 가지고 움직이도록 해야 한다.


행정평론가 정두언은 1980년에 행정고시를 통해 공직자가 된 이후 85년부터 99년까지 15년간 국무총리 행정조정실 및 비서실에서 근무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최고의 총리 최악의 총리’라는 정책평론집을 낸 바 있다. 현재는 한나라당 서대문을지구당 위원장을 맡고 있다. 편집자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