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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터 표심'에 우리-한나라 "속 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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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화장터 표심'에 우리-한나라 "속 타네"

[부천 재선거] '정권심판론'에 '인물론'으로 '역전'?

"우리 아파트 사람들이 모두 무당이거나 점집을 해서 이런 게 아니다. 10층만 올라가면 바로 밑에 화장터가 훤히 보이는데 누가 군말 없이 참고 살겠나." 22일 부천 원미갑의 역곡동 한국아파트 어귀에서 만난 40대 주부 2명은 화장장 건립 반대의 의미로 집집마다 내건 붉은 깃발을 가리키며 앞다퉈 목청을 높였다.

<사진1>

실제로 역곡동 한국아파트, 우림아파트 일대는 화장장 건립 문제가 다른 이슈들을 몽땅 삼켜버린 듯 했다. 인근에서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50대 업자는 "매매가 끊긴 지는 오래 됐다. 다는 아니지만 벌써 집값이 떨어진 아파트도 있다"며 "화장장 문제가 아니어도 가뜩이나 8.31 조치 때문에 거래가 안 되는데…"라고 혀를 찼다. 그는 "원래 이 동네는 열린우리당이 발도 못 붙이는 지역인데, 이번엔 한나라당 박근혜가 와서 얘기해도 안 먹힌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 이상수 후보는 집요하게 한나라당의 아킬레스건을 파고들었다. 당초 도당동 중앙시장을 방문할 예정이던 문희상 의장의 선거지원 일정은 현장에서 바로 역곡동으로 바뀌었다. 문 의장은 이날 배기선 사무총장, 전병헌 대변인, 이인영 의원 등과 함께 이 지역 아파트 경로당과 재래시장 구석구석을 돌며 "(화장장 건립) 반대는 1번, 찬성은 2번"이라는 극도로 단순화된 슬로건을 주입시키고 다녔다.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하다 싶은 곳에선 "이상수 후보가 당선되면 4선 의원인데, 우리당에서는 두번째로 높은 서열이다. 기호 1번만이 절대 화장터를 막는다"고 '인물론'과 '여당 프리미엄'을 얹었다.

한나라당 임해규 후보는 역곡동 시장 어귀에서 "내가 마음에 안 들 줄 안다. 하지만 내가 당선되면 화장장 건립이 안 되도록 홍건표 부천시장을 설득해보겠다"고 마이크를 잡고 하소연해보지만 아무래도 약발이 안 먹히는 듯 했다. 그는 현 정부의 실정론으로 재빨리 화제를 바꿔 "이번 선거는 도탄에 빠진 민생을 노무현 정부와 열린우리당에게 일깨워주는 선거가 돼야 한다"고 비판한 뒤 "박근혜 대표와 이명박 서울시장이 함께하는 한나라당을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사진2>

***역곡동 빠져나오면 화장터 문제는 '강건너 불'**

화장터 예정지 인근을 벗어나자 역곡동 내에서도 이 문제에 대한 관심도는 엷어졌다. "화장터는 여기 아니면 다른 어디라도 세워야 하는 것 아니냐. 님비현상이다 뭐다 하는 말대로 나라에서 하는 일에 그렇게 반대해선 안 된다"는 아량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화장터 문제는 소사동, 원미동, 심곡동으로 이동하는 와중에 만난 주민들에게는 더더욱 '강건너 불'이었다.

그래서인지 원미시장을 훑고 있던 이상수 후보는 "잘 부탁합니다"는 의례적인 인사와 악수 외에 화장터 얘기는 일절 꺼내지 않았다. 오히려 이곳에선 드라마 '태조 왕건'에 '박술희 장군' 역으로 출연한 탤런트 김학철씨를 길잡이 삼아 상인들의 관심을 끌어내는 데 주력했다. 김씨도 아예 "저 태조왕건 박술희입니다"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우리 큰형님, 힘센 일꾼 이상수에게 한 표 부탁한다"면서 특유의 호쾌한 웃음을 연발했다.

<사진3>

하지만 이런 이벤트가 현장의 활기를 돋우는 데는 성공적이었지만 반드시 표로 연결된다고는 장담할 수는 없는 일. 발등에 떨어진 지역 현안이 없는 곳의 유권자 표심은 역시 후보 개인에 대한 평가나 중앙정치를 바라보는 견해에 따라 갈렸다.

이상수 후보와 '박술희 장군'를 환하게 맞았던 족발집 40대 상인은 이들이 지나간 뒤 "사실 장사가 너무 안 돼서 걱정이다. 한나라당이 더욱 비판해서 정부가 좀 반성할 수 있도록 야당후보를 찍을 생각이다"고 말했다. 떡볶이를 젓던 50대 여성은 "다른 건 비슷비슷한데 감옥 갔다가 나온 점이 좀 그렇다"고 이 후보의 불법 대선자금 '멍에'를 꼬집었다. 다른 50대 남성은 "임해규 후보는 길 건너 풍림아파트에 산다. 오래 전부터 시장에 자주 들러서 친한 사람도 많다"고 은근슬쩍 지역구를 옮긴 이 후보와 비교했다.

그에 반해 소사역 부근 자동차 정비소에서 만난 30대 남성은 "그래도 찍는다면 열린우리당을 찍을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힘이 좀 빠졌다고 해도 아무래도 여당이 좀 낫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심곡동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50대 남성도 "여기는 원래 한나라당 밭이 아니다"며 "박근혜 대표가 대구처럼 몇 번 왔다 가면 이길 것이라고 생각하면 잘못이다. 이곳 사람들은 한나라당이 못하는 부분도 냉정하게 보고 있다"고 여당지지 의사를 밝혔다.

***'역곡동' 표심 결집도가 최종 변수**

공교롭게도 이상수 후보와 임해규 후보 사무실은 같은 건물 2층에 나란히 입주해 있다. 양쪽 캠프 관계자들이 기자에게 공통되게 되물은 것도 "옆에 갔다 왔냐"는 것. 그만큼 선거전이 막판으로 접어들며 양측의 신경은 날카롭게 곤두서 있었다. 서로 불안할수록 승리에 대한 장담은 더욱 과장되게 표현됐다.

이상수 캠프 관계자는 '추격전'이라는 대부분의 관측을 단박에 부정하고 "자체조사에서 2%포인트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생각보다 조금 빨리 역전된 감이 없지 않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그동안 노 대통령에 대한 낮은 지지도나 경제상황 때문에 의사표시를 안 하던 부동층이 결집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강정구 교수 문제 때문에 휘청했던 게 사실이지만 이제는 완전히 회복했다"며 "이 문제는 이제 지나간 이슈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는 또 "조직력의 한계를 후보 개인기로 돌파해 온 만큼 부천이 발전하려면 이상수가 돼야 하는 게 아니냐는 '인물론'이 적지 않다"고 강조했다.

반면 한나라당 캠프의 한 벽면에는 "열린우리당은 당신을 사면시켰지만 우리 부천 시민은 당신을 사면시키지 않았습니다"라는 구호가 걸려 있다. 여당의 '인물론'에 맞서기 위한 전략이 읽혔다. 또한 부천에서 인지도가 높은 김문수 의원도 선대본부장으로 자리를 지키며 '얼굴마담'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었다.

한나라당 캠프의 홍보 관계자는 "경제침체로 인한 고통을 중심으로 현 정부에 대한 강한 불만이 빙산의 밑바닥처럼 깔려 있다. 그것보다 정확한 판세는 없다"며 "여기에 강정구 교수 파동 후에 격차가 더 벌어졌다"고 승리를 장담했다. 그는 "바닥 민심은 정권 심판론이고 이것은 다른 어떤 이슈가 들어와도 뛰어넘지 못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임해규 후보는 "지금 여론조사에선 내가 압도적으로 이기고 있지만, 조직 동원력이 강한 저쪽(열린우리당)이 선거 막판에 무슨 짓을 할지 몰라 긴장을 늦출 수가 없다"고 '역곡동 몰표'를 내심 우려했다. 그는 "역곡동에서는 열세를 인정할 수밖에 없다. 1000표 이상 지고 있는 것 같다"고 묻지도 않은 표계산까지 곁들여 일러줬다.

결국 전체적으로는 5분의 1에 불과하지만 화장터 문제로 결집도가 높아진 역곡동 표심이 3000표 내로 표차가 예상되는 부천원미갑 선거에 승부의 결정적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에 양측의 이견은 없었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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