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로>의 기자시사회가 끝나고 열린 기자회견에는 연출을 맡은 김대승 감독과 세 주연배우를 비롯해 영화를 제작한 '영화세상'의 안동규 대표와 부산국제영화제 김동호 집행위원장이 참석했다. 김동호 집행위원장은 "제11회 부산국제영화제의 개막작으로 김대승 감독의 <가을로>를 상영하게 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한다"는 인사말을 전했다. 김대승 감독은 "아직도 막바지 편집중이다. 부족한 점이 있더라도 따뜻한 마음으로 봐달라"고 말했다. 유지태와 김지수, 엄지원은 "1년 동안 최선을 다해 만들었다. 영화가 처음 공개되는 자리인 만큼 긴장되고 설렌다"는 소감을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장은, <가을로>가 2002년 김기덕 감독의 <해안선>이후 4년 만에 선정된 PIFF개막작인만큼 많은 취재진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 1995년도에 일어난 삼풍백화점 붕괴사건을 영화로 다룬 이유와 세 배우를 캐스팅한 이유를 말해달라. 김대승 감독 "<가을로>의 시나리오 작가는 따로 있다. 나는 이 시나리오를 받아서 작업한 것이기 때문에 내가 이 소재를 선정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용서도 없이 잊혀지고 무뎌지는 비극적인 일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늘 생각했었다. 삼풍백화점 붕괴사건은 문명사회에서는 도무지 일어날 수 없는 사건이었다. 그러나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고 누구도 용서하지 않은채 사람들에게 잊혀졌다. 지금도 분노가 느껴지는 비극이다. 다만, 이 영화를 통해 서서히 일어나고 있는 작은 희망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리고 세 배우는 믿음이 가는 배우들이었다. 이들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배우로써 스스로를 만들어가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특히 김지수씨 같은 경우는 잘나가는 브라운관의 스타였음에도 그것에 안주하지 않고 뒤늦게 영화에 뛰어들어 눈에 띄는 성과를 보이고 있다. 세 배우들 모두 멜로에 필요한 섬세한 감성이 잘 살아있는 배우들이었다." - <가을로>가 이번 PIFF에서 2분 45초만에 매진됐었는데 인기의 이유가 무엇이었다고 생각하나? 김지수 "<가을로>가 개막작에 선정됐다는 소식도 기뻤는데 그렇게 빨리 매진됐다는 말을 듣고 무척 놀랐다. 아마도 한국영화가 개막작으로 선정됐고, 김대승 감독에 대한 기대치가 높지 않았나 생각한다." 유지태 "<가을로>가 2분 45초만에 매진된 것은 먼저 영화팬들의 애정이 많은 PIFF의 개막작이었기 때문에, 그리고 전작들에서 탁월한 연출력을 선보인 김대승 감독님과 김지수, 엄지원이라는 배우에 대한 높은 기대감, 그리고 나에 대한 기대감도 조금은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웃음)
- 당시 사건에 대한 분노는 현우(유지태)와 세진(엄지원), 두 인물을 통해 표현됐는데 어떻게 연기했나? 유지태 "당시 사건에 대해 말하는 것은 굉장히 민감한 일이다. 얼마전 <가을로>의 제작발표회에서 삼풍백화점이 붕괴된 자리에 기념공원이나 건물이 아닌 고급 아파트를 세우는 것에 대해 비난의 말을 한 적이 있다. 그리고 네티즌들의 반응을 보았는데 "비싼 땅을 왜 놀리냐"였다. 굉장히 놀랐다. 슬픈 헤프닝처럼 느껴졌다. 삼풍백화점 사건이 길지 않은 세월동안 빠른 속도로 아무런 죄책감 없이 잊혀졌다는 것에 분노를 느꼈다. 그런 분노를 영화에서 표현하려고 했다. 나는 물론 당시 일을 직접 겪었던 당사자가 아니어서 그들의 고통을 온전히 알 순 없지만, 우리 모두가 분노를 느껴야하는 일임에는 분명하다." 엄지원 "세진에게는 분노라는 단순한 감정 뿐 아니라 절망, 소외감, 공포, 미안함 등 복합적인 감정들이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반면 세진은 아픈 인물이지만 그럼에도 밝은 모습이 있는 아이라고 생각하고 연기했다." - 왜 [가을로]를 개막작으로 선정했나? 김동호 집행위원장 "영화제에서 개막작을 선정할 때는 기준이 있다. PIFF는 아시아를 중심에 둔 영화제이기 때문에 개막작은 영화제 즈음해서 만들어지는 아시아 영화, 그리고 작품성과 재미를 가진 영화중에서 선정한다. 그런 기준에서 올해에는 3편의 영화가 경합을 벌였다. <가을로>는 그 중 3명의 프로그래머가 만장일치로 선정한 작품이다. 선정이유는 영화제 시즌인 가을의 정취를 불어넣어주는 작품이었고, 감독의 출중한 연출력과 세 배우의 호연이 돋보였기 때문이다."
- <봄날은 간다>에서도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였었는데 멜로 영화에 출연하는 소감은 어떤가? 해외 감독들과도 작업할 계획이 있나? 유지태 "지금까지 16편의 영화에 출연했는데 멜로는 단 3편 뿐이다. 사실 개인적인 취향은 멜로영화보다 잔혹한 공포물 같은 센 영화를 더 좋아한다. 하지만 잘 만들어진 멜로 영화에는 언제나 출연할 의향이 있다. 좋은 감독이면 어느 나라 감독들과도 일할 생각이 있다. 다만 나는 한국배우이기 때문에 그보다는 한국에서 영화를 잘 만들어서 세계에 배급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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