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조직개편을 위한 법률개정을 앞두고 논란이 많다. 일부 정당에서는 반대하는 입장을 밝히기도 하고, 청와대가 거부권행사를 시사하기도 했다. 정부조직개편은 전장에 임한 장수가 진을 치는 것과 같다. 장수는 작전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 자신의 장병을 어떻게 편성해서 배치할 것인지를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대통령은 정책수행을 위해 필요하면 정부조직개편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점에서 정부조직개편안을 부결하거나 거부하는 것은 장수가 전쟁을 수행할 수 없도록 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방대한 정부조직개편작업을 함에 있어서는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여야 한다. 아무리 유능한 정책입안자라도 자기가 선 자리에서만 볼 수 있기 때문에 다른 쪽에 서 있는 사람이 보고 있는 것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국민고충처리위원회, 국가청렴위원회, 행정심판위원회를 '국민권익위원회'로 통합하여 국무총리 소속하에 두려고 한다. 국민고충처리위원회는 스웨덴에서 시작하여 세계적으로 확산된 옴부즈만이다. 수많은 규정의 기계적 집행에 의해서 질식된 행정에 대해 행정내부의 법규와 관료적 지배로부터 자유로운 옴부즈만이 국민의 입장을 대변하도록 함으로써 행정의 경직성을 완화하고 행정의 인간화를 이루려는 것이다.
선진국에서는 옴부즈만을 행정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운 국회나 국가원수인 국왕에 소속하도록 하고 있다. 2005년 국민고충처리위원회를 개편함에 있어서 소속을 어디로 할 것인지를 두고 논란이 많았다. 국회소속으로 하거나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소속으로 해야 한다는 의견이 압도적이었다. 인수위원회의 안대로 옴부즈만을 국무총리의 소속으로 하게 되면 행정으로부터 자유롭고 독립해서 신뢰관계 속에서 국민의 입장을 대변하는 옴부즈만 제도의 취지는 살리기 어렵게 된다. 현재처럼 대통령소속으로 하든지, 국회소속으로 해야 한다.
행정심판위원회는 하급관청의 위법ㆍ부당한 행정을 상급기관이 시정하도록 함으로써 행정의 통일성과 적정성을 유지하도록 하는 행정내부의 자기통제장치이다. 이를 국민의 권리구제제도라고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부차적인 기능이다. 행정심판은 상급관청에 의해 하급관청을 통제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따라서 그 소속도 국가원수인 대통령이 아니라 행정책임자인 국무총리로 되어 있다. 행정심판위원회가 행정내부기관임에 비하여 옴부즈만은 행정책임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 행정심판위원회에서 당사자인 행정청은 기각을 면하기 위하여 국민의 입장을 고려하기 보다는 행정과 법규논리를 고수할 수밖에 없게 된다. 양자가 하나의 위원장 소속하에 있게 되면 옴부즈만으로서 행정청과 우호적인 관계 속에서 국민을 위해 제3의 해결책을 모색하는 분위기는 실종되기 쉽다.
국가청렴위원회는 옴부즈만이나 행정심판과는 전혀 이질적인 일종의 감찰기구에 해당한다. 국가청렴위원회는 비리공직자를 감찰하여 감사나 수사를 의뢰하는 기능을 한다. 이점에서 청렴위원회는 해당 행정청 혹은 공직자와 제3자적인 입장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이해관계가 직접적으로 대립되는 관계에 있게 된다. 공직자 비리조사에도 관여하게 될 '국민권익위원회'가 일반국민을 위하여 옴부즈만으로서 행정청에게 접근하게 될 경우에 행정청은 가능하면 문을 닫아걸고 접촉을 회피하게 될 것이다.
전혀 이질적인 3개의 위원회를 통합하게 되면 옴부즈만의 정체성은 실종되고 기능수행도 어렵게 된다. 전혀 연계성도 없어 통합의 긍정적인 효과로서 상호협조와 보완효과도 기대하기 어렵다, 정부의 위원회의 숫자를 줄이는데 급급하여 졸속으로 통합을 추진해서는 안 된다. 국정수행의 기본방향과도 직접 관련이 없는 문제이고, 통합의 효과보다 부작용이 크므로 국민의 입장에서 재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