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농무부 다우너 소의 식제품 공급 중단.' 2003년 12월 30일, 미국에서 광우병이 나타난 지 정확하게 1주 후 UPI에 실린 제목이다. 이 장문의 기사를 쓴 스티브 미첼은 미국 농무부가 기자 회견을 통해 약속한 광우병 감시 및 예방 프로그램의 추가적 내용(예컨대 30개월 이상 소의 머리, 척추 등 특정 부위는 인간 소비 금지 등)과 이에 대한 소비자 단체의 반응을 꼼꼼하게 싣는다. 워싱턴 주에서 최초로 발발한 것으로 기록된 광우병 소가 사실은 캐나다 생 6.5세라는 내용도 소개한다.
그래서 혹 미첼이 대다수 기자들처럼 우연히 광우병 취재의 역할을 맡게 되었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저자가 확인한 미첼의 광우병 관련 첫 기사는 2003년 8월 12일로 거슬러 간다. 이미 그때 광우병이 치명적인 vCJD(인간광우병, 변형 크로이츠펠트-야코브 병)를 유발할 수 있음을 적시하면서, 미첼은 미국 농무부의 캐나다 쇠고기 수입 개방이 건강보다 무역을 보호하려는 조처라는 소비자 단체의 비판적 목소리를 옮긴다. 그가 처음부터 철저하게 시민 건강 보호의 입장과 (인간) 광우병 예방의 관점에서 사태에 접근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는 냉정하고 집요하다. 정확한 사실을 고집한다. 그리하여 광우병 첫 기록 사례 발표 다음날인 2003년 크리스마스 전날 미첼은 농무부를 상대로 미국 쇠고기의 안전성을 주장하지 말고 근거 자료를 내놓으라고 추궁한다. 전직 직원의 광우병 추가 발병 및 은폐 의혹을 옮기면서(이러한 의혹은 2004년 2월 9일에도 재차 제기되었다), 그는 7월 10일자 UPI측의 정보 공개 청구에 미국 정부가 자료가 있거나 자료를 보내겠다는 그 어떤 응답도 하지 않았음을 밝힌다. 만약에 광우병이 실제로는 더 많이 발병했다면?
미첼은 말했듯이 철저하게 사실만을 추종하고 진실을 중시하는 광우병 전문 탐사 저널리스트다. 2003년 12월 28일에 실린 긴 분량의 기사가 이를 입증해준다. 최근의 <PD수첩>에 대한 수구 매체의 공격과 검찰의 수사 논란과 관련하여 의미심장한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에, 다소 길게 소개한다. 매우 전문적인 내용에 관해 당연하게 개인적 판단을 유보하며, 그냥 기사 내용을 요약 정리할 따름이다. 여러분이 전문을 따로 읽어볼 것을 재차 제안한다.
이 기사를 보면, 미국에서 매년 300건 가량의 CJD(크로이츠펠트-야코브 병)가 발생하는 모양이다. 미 정부는 이들 모두가 이른바 '산발적으로 발생(spontaneously-occurring)'한 sCJD(산발성 크로이츠펠트-야코브 병) 환자라고 주장한다.
광우병 오염 쇠고기를 먹은 경우 'vCJD(인간광우병, 변형 크로이츠펠트-야코브 병)'이라는 '특이한 비정상 형태'를 보인다. 미첼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모니터 시스템으로 지금까지 광우병 오염 미국산 쇠고기에 기인한 vCJD를 한 건도 찾지 못했다고 설명한다. 물론 2003년 상황이며, 이 정도는 우리도 대충 알고 있다. 그래서 별로 재미가 없는가? 잠깐만 기다리시라.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미첼은 1993년 펜실베이니아, 2003년 뉴저지 등 미국 여러 지역에서 소위 'CJD 클러스터'가 보고되었다고 전한다. 우리말로 '집중적 발생 지역' 정도로 번역될 수 있겠다. 스티브에 따르면, "몇몇 경우 광우병과의 연관성이 의심되었지만, 모든 사례가 궁극적으로는 산발적인 것으로 분류되었다(Although in some instances, a mad cow link was suspected, all of the cases ultimately were classified as sporadic)."
무슨 뜻인가? 혹 미첼은 다음과 같은 의문을 갖고 본격적인 탐사에 나선 게 아닌가? 누가, 어떤 근거에 기초해 CJD와 vCJD 환자를 구분하는 것이며, 우리는 대체 그 과정과 절차에 관해 얼마나 알고 있나? CJD가 아닌 vCJD라는 미 정부의 조사 결과는 반드시 신뢰할 만한가?
이와 대해, 미첼은 "광우병 병원체가 sCJD와 vCJD를 둘 다 유발할 수 있음(the mad cow pathogen can cuase both sporadic CJD and the variant form)"을 보여주는 새로운 연구 결과를 우선 찾아낸다. 아울러 알츠하이머 환자의 13%가 막상 CJD 환자로 결론 난 1989년의 연구를 수행한 바 있는 예일대 교수 로라 마뉴엘리디스(Laura Manuelidis)의, "sCJD처럼 보인다 해서 반드시 (광우병과) 연관되지 않았다고 결론내릴 수 없다는 것을 이제 사람들이 깨닫기 시작하고 있다"는 답변을 받아낸다.
이게 지금 우리에게 뭐가 중요하냐고? <PD수첩>이 조작, 왜곡했다고 공격하는 국가/권력의 논리가 근본적으로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아레사 빈슨은 명백하게 광우병과 무관한 sCJD 환자였는데, <PD수첩>이 vCJD인 것처럼 보도했다는 게 수구 매체의 주장 아닌가? <조선일보> 6월 17일자 사설을 보자. "vCJD는 광우병에 걸린 쇠고기를 먹고 걸리는 병이고, CJD는 소와는 전혀 상관없는 병이다. <PD수첩>은 쇠고기와는 아무 관련도 없는 병으로 죽은 사람을 쇠고기를 먹고 죽은 사람으로 만든 것이다." <PD수첩>이 "엉터리 조작"을 했고, 그렇게 "의도적으로 조작된 방송을 보고 청소년들이 촛불 집회에 "나오"게 되었다는 논리다. 검찰도 덩달아 고의 조작이 있었는지 수사를 하겠다고 한다. 지금까지 원본 제출과 제작자 출두 요구를 거두지 않고 있다. 미첼의 탐사는 국가/권력이 기초한, CJD는 광우병과 무관하다는 주장에 결정적 의문을 갖게 한다.
조‧중‧동과 검찰의 공세는 앞서 언급한 미국 CDC의 발표에 기반을 둔다. <조선일보> 등에 따르면, CDC는 6월 12일 홈페이지를 통해 <PD수첩>의 4월 29일자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 편에 나온 광우병 의심환자 아레사 빈슨이 광우병으로 사망한 게 아니라고 밝혔다. CDC는 "최근 국립프리온질병병리학감시센터(NPDPSC)가 올해 초 사망한 버지니아의 젊은 여성(아레사 빈슨을 지칭)의 사인에서 인간광우병(vCJD)일 가능성을 배제했다"는 것이다. 두 기관의 관계가 궁금하실 텐데, NPDPSC는 CDC가 일부 돈을 대서 만든 조사기관이다. 아무튼 <조선일보>는 7월 5일 NPDPSC의 소장 피에르루이지 감베티로부터 "CDC의 발표 내용은 최종 결론"을 얻어낸다.
이 전화 인터뷰 기사에 따르면, 감베티는 "미국에서 광우병 여부를 판별하는 프리온 단백질 연구의 최고 권위자"다. 그는 "인간광우병(vCJD)과 크로이츠펠트-야코브 병(CJD·광우병과 무관) 간에는 차이가 크다"고 주장했다. "뇌의 조직이나 혀의 조직만 있으면 매우 쉽게 구분할 수 있"으며, "이번 경우에는 뇌의 조직을 넘겨받아 광우병 검사를 벌였는데, 인간 광우병에 감염되지 않았다는 것을 아주 쉽게 결론 내일 수 있었다"는 것이다. 요컨대 CJD는 광우병과 무관하고, 아레사 빈슨은 CJD로 죽었으며, 이런 사실을 알면서도 <PD수첩>이 의도적으로 그녀를 인간광우병(vCJD) 환자로 조작했다는 수구 매체의 논리가 이래서 성립된다.
6월 6일자 <동아일보>에 따르면, 감베티는 "인간광우병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다. "광우병 학계에 있어서 그리 비중 높은 분이 아니며, 미국에서 판별 기관의 장일뿐"이라는 서울대 교수 우희종의 평가와 크게 대조를 이룬다. 아무튼 검찰과 조중동은 NPDPSC의 발표와 소장 감베티의 권위에 철저하게 기댄다.
이 지점에서 전문 저널리스트는 전혀 아니지만, 그래도 인터넷에 널려있는 사실의 짜깁기를 통해 진실의 일정한 간파가 가능하다고 믿는 대중 저널리스트로서 자문해 본다. 미첼과 비슷한 질문이다. NPDPSC, CDC, USDA는 전적으로 신뢰할 만한가? 이들의 발표를 최종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야 하는가? 또 다른 해석 혹은 판단의 가능성은 남아 있지 않은가? 그 1%의 가능성에 천착하는 게 과학자의 사명, 저널리스트의 의무 아닌가? 미첼이 발굴한 정보원 중 한 사람인 예일대 교수 마뉴엘리디스의 주장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sCJD가 광우병과 무관한 것으로 100% 확증되지 않은 상태이며, vCJD와 sCJD가 생각처럼 차이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것 아닌가?
알츠하이머와 CJD조차 쉽게 구별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여러분은 알고 계셨나? 환자가 죽었을 때 뇌 부검(brain autopsy)으로만 정확히 구분할 수 있다는 정보는 어떠한가? NPDPSC의 '결론'에 의학계의 반론이 계속해 제기되었다는 사실은 얼마나 제대로 소개되고 있는가? 미첼에 따르면, 2000년에 일어난 캐리 마한(Carrie Mahan)이라는 29세 필라델피아 여성의 죽음은 CJD 진단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여실하게 보여준다. 펜실베니아 의대 피터 크리노스(Peter Crinos) 박사 등은 그녀가 vCJD로 죽었다고 확신했으며, 그리하여 광우병과의 연관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아레사 빈슨이 vCJD 환자가 아니라고 '최종 판결'한 NPDPSC에 뇌 샘플을 보냈을 때, 반복해 돌아온 것은 '부정적'이라는 답변이었다. 그래서 끝? 아니다.
마한이 CJD도 vJCD도 아니라는 NPDPSC의 '결론'에 대해, 사우스캐롤라이나 오렌지버그의 클라프린 대학의 오마르 바가스라(Omar Bagasra)는 광우병 오염 쇠고기와 연관된 새로운 제3의 CJD일 수도 있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이러한 견해차는 결코 일회적인 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2004년 11월 패트릭 힉스(Patrick Hicks)라는 49세의 남자가 캘리포니아 리버사이드에서 죽는다. NPDPSC는 그의 사인을 sCJD로 진단하면서 vCJD일 가능성을 배제했다. 이에 반발해 힉스의 가족과 리버사이드 의대의 론 베일리(Ron Bailey)는 망자의 증상이 vJCD와 일치한다는 의견을 거두지 않았으며, 패트릭의 뇌 샘플을 프랑스에 보내 2차 소견을 들어보겠다고 요구했다.
미첼에 따르면, 당시 감베티의 편지는 힉스의 뇌가 sCJD를 "가장 닮은" 증거를 보인다고 진술하고 있었다. 미첼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vCJD를 완전하게 배제하는 것은 아니다(Nevertheless, this does not rule out vCJD)"라고 주장한다. 정말 질릴 정도로 악착같다. 그렇지만 이런 게 의학 전문 기자의 집중력이고 자질 아니겠는가? 미첼이 소개하는, 런던 의학 연구조사 위원회 프리온 유닛(the Medical Research Council Prion Unit in London)의 소장인 존 콜린지(John Collinge)의 말은 누구라도 충분히 경청할 만하다. "병 분류의 보다 엄밀한 체계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그럼으로써 (광우병) 관련 감염을 sCJD의 일종으로 오인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 만큼 신중해야 한다는 뜻이 아닌가? 함부로 결론 내리거나, 당국의 발표를 일방적으로 추종하는 치명적 오류를 피해야 한다는 뜻 아닌가? 오직 과학적 조사와 충분한 검증에 기초해 최종적으로 판단을 해야 한다는 것 아닌가?
아레사 빈슨의 경우는 어떠한가? NPDPSC의 감베티가 인터넷에 밝힌 편지 형식의 자료에 따르면, "CJD에 대한 확실한 진단은 오직 뇌 부검을 통해서만 가능하다(A firm diagnosis of CJD can only be achieved through brain-only autopsy)." 아울러 부검만이 sCJD인지 혹은 vCJD인지 그 형태를 충분히 분류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으로 소개되고 있다. 그렇다면 빈슨의 사인은 과연 더 이상의 논란이 불필요할 정도로 최종적인 것인가? 또 다른 가능성은 없는가? 추가 조사 필요성은?
이런 논란이 명백히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결국 <PD수첩>은 CJD 환자를 vCJD로 조작한 나쁜 프로그램·못된 방송으로 낙인찍혔다. 침묵의 카르텔 속에서 공중의 적으로 내몰렸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결정적인 피해자는 시청자와 독자, 시민대중이다. 민주주의다. 좀 더 정확히 알고 싶지만 제대로 된 정보를 얻지 못하는 인민의 비판적 판단력이 치명적으로 손상된다. 민주적 여론의 주권이 결정적으로 불구화된다. 알 권리의 희생. 미첼이 그리운 이유다. 과학과 대중을 긴밀히 연결시켜 준 그의 선량한 서비스가 너무나 아쉽다.
논리적으로 의문을 제기하고, 이성적으로 해답을 찾아나서는 그런 선수가 왜 우리 주변에는 이리도 없는가? 그래서 권력을 긴장시키고, 선전을 전복하며, 양식을 구제해낼 그런 실력 많고 용기 있는 자본 권력과 선전 권력, 국가 권력의 삼각동맹에 결정적 펀치를 날려 줄 단 한 명의 저널리스트가 없기에, 이 땅의 민주주의는 지금 이토록 치명적으로 위험과 위기에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 CJD? vCJD? sCJD? 광우병에 감염된 쇠고기를 섭취하고 발생하는 '인간광우병'은 vCJD(변종 크로이츠펠트-야코브 병)의 속칭이다. 이 vCJD도 넓게 보면 CJD(크로이츠펠트-야코브 병)의 한 종류이다. 과학자들은 CJD를 크게 4종류로 분류한다. sCJD(산발성 크로이츠펠트-야코브 병), gCJD(유전성 크로이츠펠트-야코브 병), iCJD(의원성 크로이츠펠트-야코브 병), vCJD(변종 크로이츠펠트-야코브 병)이 그것이다. 이번에 정부가 문제 삼고 있는 것은 "<PD수첩>이 아레사 빈슨이 사인이 sCJD임에도 불구하고 vCJD라고 단정해 보도했다"는 것이다. 이른바 '오역 논란'도 같은 맥락이다. 빈슨의 어머니가 'CJD'라고 언급한 것을 <PD수첩>이 'vCJD'라고 번역했다는 것. 여기서 정부, 조·중·동은 "빈슨의 어머니가 언급한 CJD는 sCJD"라며 <PD수첩>의 의도적 오역이라고 지적한다. 실제로 흔히 사용하는 'CJD'가 'sCJD'를 의미한다는 이런 지적은 타당하다. 그러나 빈슨 어머니 언급의 전후 맥락으로 봤을 때, 그가 언급한 CJD는 'sCJD'가 아니라 'vCJD'이다. 또 앞에서 언급한 엄밀한 분류를 염두에 두면, CJD는 'sCJD'와 'vCJD'를 통칭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것만으로 <PD수첩>을 단죄하는 것은 무리다. (☞관련 기사 : "검찰 특히 전규찬 교수가 기고에서 지적한 대로, 과연 sCJD와 vCJD가 명확한 구분이 가능한지를 놓고는 여전히 과학계에서 논란이 진행 중이다. 물론 이 둘은 임상적으로 다른 증상을 보이며, 뇌 해부를 통해 최종적으로 구별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문제가 계속 논쟁 중이다. 우선 vCJD처럼 sCJD를 포함한 모든 유형의 CJD가 서로 다른 동물끼리 전염된다는 사실이 실험으로 확인되었다. 영국에서는 전염을 우려해 (sCJD를 포함한) 모든 CJD 환자를 수술하면, 그 수술에 이용된 수술 기구를 파괴한다. 즉, sCJD 역시 전염병으로 분류돼 관리해야 한다는 게 최근의 연구 결과다. 더 심각한 문제제기도 있다. 일단의 과학자들은 그간 sCJD로 판정한 환자가 과연 쇠고기 섭취와 관련이 없는지 의문을 제기한다. 이것은 특히 미국의 CDC가 (빈슨과 같은) 다수의 vCJD 증상 환자를 계속 sCJD 혹은 "vCJD는 아니다"로 진단하면서 불거졌다. 그 과정에서 과학자 사이에 어떤 논쟁이 있었는지는 전 교수의 소개에 잘 묘사돼 있다. 이런 맥락을 염두에 둔다면, 정부·검찰·조·중·동이 <PD수첩>을 겨냥한 것은 그들이 이 사안에 얼마나 무지하고, 부주의한지를 한 번 더 보여주는 단적인 예일 뿐이다. (강양구 기자) |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