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0일 서울시교육감 선거가 치러진다. 최초로 주민 직선제로 치러지는 이번 선거는 다른 지역 교육감 선거에서와 마찬가지로, 20%대의 낮은 투표율이 예상되고 있다.
선거 과정에서 현 교육감인 공정택 후보와 진보 진영의 지지를 받는 주경복 후보가 양강 구도를 형성하면서 선거는 보수-진보의 세력 대결로 치닫고 있다. 후보 간 공방은 선거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기폭제 역할을 했지만, 정작 각 후보의 공약 평가는 뒷전에 밀려났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새 정부 들어 영어교육, 학교 자율화 조치 등 일선 학교에 큰 파장을 미치는 교육 정책이 속속 진행되는 상황 속에서, '교육 대통령'이라고도 불리는 서울시교육감 선거의 향방은 정치권뿐 아니라 청소년들의 관심사이기도 하다.
선거를 앞두고 서울에 사는 두 고등학생이 교육감 선거의 투표권을 쥔 어른들에게 편지를 YMCA 회원 게시판에 실었다. 청소년YMCA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들은 "청소년들이 고통받고 있는 현실을 만든 본인들이 정작 선거에 이렇게 무관심할 수 있나"라며 "소중한 한 표를 학생들을 살리는데 꼭 써달라"고 당부했다.
<프레시안>은 선거를 앞두고 투표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일깨우는 글이라고 판단해 YMCA와 두 학생의 동의를 얻어 두 통의 편지를 소개한다. <편집자>
저녁을 먹다가 우연히 TV에서 'KBS 서울시교육감선거 후보토론회'를 방영하는 것을 보게 되었다. 처음에는 별 감흥 없이 식사에 치중했다. 교육감 선거 소식을 처음 접한 것은 집 근처 초등학교 정문에 걸린 '교육감, 서울시민이 직접 뽑는다!'라는 현수막이었다. 혹시나 교육감이 뽑히면 직접 영향을 받는 학생들이 투표권을 행사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생겼었다.
하지만 기대는 기대로만 끝났다. 서울시민들이 서울시교육감을 투표로 직접 뽑는다는 게 과거보다는 훨씬 발전한 것이지만, 교육의 주체자인 청소년이 투표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점에서 내 관심 밖의 일이 되어버린 것이다. 허나, 교육을 직접 받고 있는 입장인지라, 수많은 언론 매체에서 보도하다 보니, 관심을 두지 않으려고 해도 눈길이 가고 귀가 저절로 열렸다.
교육감 후보 몇몇이 수준별 이동수업을 찬성하고 있다. 방학인 지금 나는 심화반과 일반반으로 나뉜 보충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학생의 자율이 아닌 학교 측에서 의무라 내세워 모두들 나가고 있다. 지금은 수준별이 아닌 심화반과 일반반으로 나뉘었을 뿐이지만, 언제 심화반으로 나뉠지 우리들은 전전긍긍 하고 있다. 어떻게 하면 학생들한테 상처를 줄지 궁리하는 사람들 같다. 이미 수준별 이동수업을 하고 있는 몇몇 학교의 얘기를 들었다. 이미 중하위반 아이들은 자신을 희생양이라 일컫기도 했다. 수준별 이동수업은 사교육 강화 같은 문제점이 동반하여 본연의 취지를 살리기 힘든 것이 뻔히 눈에 보임에도, 이를 진행한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겠다.
특목고 확대를 하겠다는 후보도 있다. 특목고 확대는 기본적으로 엄청난 사교육비 증가를 만들 것이다. 또 학생들의 무한경쟁과 또 학부모들의 자식 욕심이 빚어낸 결과가 뻔히 드러나는데도 이를 추진하는 것은, 사교육을 하라고 부추기는 공교육 정책의 우스운 꼴이 아닌가 싶다. 특목고 확대가 또 얼마나 많은 아이들의 어깨를 짓눌러 버릴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 국어 맞춤법도 종종 헷갈리고 확실히 모르는 청소년이 수두룩한 마당에 영어몰입교육의 말까지 나오는 이 나라, 이 정책이 올바른 길로 가고 있는 것일까? 요즘은 유치원부터 영어를 배운다고 들었다. 우리는 수능 시험을 치루기 전까지 약 12년 동안 영어를 배운다. 대학교 수시모집에서, 영어만으로 갈 수 있는 대학이 하나 둘 늘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다빈치 전형'이라는 틀까지 생긴 대학이 있다. 이에 반해, 언어로 대학갈 수 있다는 소리는 한번도 들어보지 못했다. 이러한 마당에 영어몰입교육을 한다니, 얼마나 더 청소년을 옥죄일 생각인지 모르겠다. 10여 년 동안 영어를 배우고도 외국인과 만나서 제대로 된 대화 한마디 못하는 것은 이 나라 영어교육이 전혀 효과적이지 않기 때문이지, 영어 교육이 부족했기 때문이 아니다. 근본적인 문제가 무엇인지부터 파악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청소년들은 투표권이 없다. 청소년들의 의견이 반영될 통로도 없다. 분단 이후 지금까지, 청소년들이 원하는 교육정책이 수립된 적은 단 한번도 없다. 2005년 내신등급제가 도입했을 때도, 올해 학교자율화가 나왔을 때도, 여전히 교육의 주체인 청소년들의 의견은 '어린아이들의 철없는 생각'이라 치부해버렸다.
이번 교육감 선거에서는 어른들이 올바르고 깨끗한 선거를 해주기를 기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교육감선거가 이틀 앞으로 다가왔음에도, 어른들의 무관심이 극심해 사상 최악, 최저 투표율의 선거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는 기사를 읽었다. 이렇게 무책임할 수 있을까? 청소년을 입시경쟁이라는 울타리 안에 가두어 놓고, 정작 본인들은 나몰라한다니, 오죽하면 자식들의 반과 번호는 모르면서 전교 등수만 알려고 한다는 공익 광고가 나왔겠는가? 교육은 항상 청소년의 인권을 우선으로 생각해야한다.
교육은 지식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사람의 인성 또한 길러주는 것이다. 이번 교육감선거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교육이 청소년들을 위한, 청소년들에 의한 교육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 나라 청소년으로서의 가장 큰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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