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165일 고공농성보다 힘들었던 것은? 정규직의 외면"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165일 고공농성보다 힘들었던 것은? 정규직의 외면"

[기고] GM대우비정규직지회 결성 1년을 돌아보며

헌법에 보장된 노동조합을 만들었다고 집단 해고를 당했던 GM대우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조가 지난 2일 한 돌을 맞았다. 한 겨울 165일의 고공농성과 한강대교 위 고공시위, 마포대교 아래 하상시위 등. 최근의 비정규직 투쟁이 대개 그렇듯, 안 해 본 일 없이 보낸 1년이었다.

그 결과 일부 조합원은 복직을 했지만, 이들의 싸움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노동조합을 인정하지 않는 회사와, 같은 '조합원'이면서도 같은 조합원이기를 거부하는 정규직노조의 따가운 시선은 여전하기 때문이다. 금속노조 GM대우비정규직 지회 이대우 지회장이 1년을 맞은 소회와 바람을 <프레시안>에 보내 왔다. <편집자>

어둠이 깔리기 시작한다. 고된 하루의 노동을 마친 이들이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 공장에서 걸어나온다. 막 잠에서 깬 부스스한 얼굴로 야간 노동을 하려는 이들이 공장으로 들어온다. 24시간 365일 공장의 불빛은 환히 빛난다.

지난 2일은 GM대우자동차 부평공장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인간임을 선언하고 노동조합을 만든 지 딱 1년이 된 날이다. 노동조합 1년 생일을 맞아 우리는 3일 저녁 부평공장 서문 앞에서 작고 조촐한 결의대회를 가졌다.

공장 안은 시끌벅적하다. 정규직 노동조합 간부들, 각 현장조직의 간부들이 조립사거리에서 출퇴근하는 노동자들에게 홍보물을 나눠 주느라 분주하다. 임금과 단체협상 결과 임금 8만2000원 인상, 성과급 200%+220만 원이 나왔지만 조합원들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아 재협상이 진행되고 있다.

월급 8만2000원 인상과 500만 원에 이르는 성과금은 정규직에게만 해당된다. 부평공장의 같은 라인에서 똑같이 자동차를 만들고 있는 2300명의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그저 바라보기만 할 뿐이다. '비정규직에게도 뭔가 떨어지는 게 있겠지' 하는 마음으로.

임단협? 비정규직은 그저 바라보기만 할 뿐

기억은 작년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추위가 채 가시기도 전에 부평공장은 노사 간의 대립으로 공장 전체가 술렁이기 시작했다. IP패드장이 외주화 되면서 여성노동자들이 메인라인을 세우고 16일 간의 점거농성에 들어갔다.

뒤이어 조립1공장 서열보급 업무를 담당했던 '스피드파워월드' 소속 하청노동자들이 해고협박 중단과 폭행관리자 처벌을 요구하며 처음으로 공장 내 집회를 열었다. 마침 점심식사를 마치고 나오던 노동자들은 자리를 멈춰서고 그 섬뜩한 광경을 목격해야 했다. 욕설, 폭행 그리고 살기 어린 수많은 시선들까지….

그렇게 반 년의 시간이 흘렀다. 2007년 9월 2일 오후 6시, 민주노총 인천본부 지하강당에는 주말 특근을 마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삼삼오오 모여들기 시작했다. '외주화·정리해고 중단', '민주노조 사수'를 내걸고 하청노동자들이 드디어 지회를 결성하게 된 것이다.

노조 결성 기쁨 뒤편에는 무엇이 있었나?
▲ '우리도 노동조합에 가입할 수 있구나'라는 기쁨은 잠시였다. 노조 설립의 대가는 그야말로 혹독했다. 165일의 40m 철탑농성보다 우리를 절망하게 한 것은 정규직 노동자들의 시선이었다.ⓒ프레시안

'우리도 노동조합에 가입할 수 있구나'라는 기쁨은 잠시였다. 노조 설립의 대가는 그야말로 혹독했다. 집단폭행, 지도부 해고 ,업체폐업, 정리해고, 온갖 고소·고발 등은 정말 감당하기 어려운 일들이었다. 그러나 그조차 이후 험난한 길을 알리는 예고편에 불과했다.

보복성 계약해지 철회를 위해 부평구청 앞 CCTV 철탑 위에서 165일이나 농성을 벌였다. 무자년 새해도 그 곳에서 맞았다. 이명박 대통령의 당선인 시절에는 비정규직의 처참한 현실을 알리기 위해 4명의 조합원이 한강대교 교각에 올라 '비정규직 철폐'를 외쳤다. 그 뿐 아니다. 한 겨울 차디찬 강물 위에 몸을 던지기도 했다. GM대우의 만행을 알리고자 마포대교 하상 시위를 벌이던 중에 벌어진 일이다.

그러나 그 모든 일보다 더 우리를 힘들게 한 것은 다른 데 있었다. 한강대교 농성보다, 온 몸을 망가뜨린 165일의 40m 철탑농성보다 우리를 절망하게 한 것은 정규직 노동자들의 시선이었다. 철저하게 혼자라는 외로움과 고립감이 두렵기조차 했다. 정규직의 외면 속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만들어진 노조의 깃발 아래로 모이는 것조차 두려워했다. 공장 안에서 그저 숨죽여 지낼 뿐이었다.

한강다리에 올라가고 한강물에 뛰어들고…그렇게 1년이 흘렀다

그렇게 1년이 흘렀다. 그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조차 아련할 정도로…. 지회 설립과 동시에 조합원 중 절반 가까이 해고됐고, 투쟁의 결과로 일부 조합원이 복직됐다. 하지만 많은 조합원들이 생계문제로 떠나갔다.

부평공장은 정확히 역사의 시계바늘을 1년 전으로 되돌리고 있다. 작년과 마찬가지로 원·하청 간 재계약을 빌미로 노조탈퇴 종용을 일삼고 있다. 업체폐업 운운하면서 현장 길들이기에 여념이 없다.

달라진 게 있다면 작년엔 추석을 코앞에 두고 정리해고 통보를 받았지만 올해는 다행히 추석을 넘겨 그나마 가족과 친지들에게 볼 면목이 조금이나마 생긴 것뿐이다.

그것이 GM대우의 목표였는지도 모른다. 폭력을 동반한 탄압은 비정규직지회의 조직력 확대를 가로막았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분할을 교묘히 이용하면서 투쟁의 불씨가 전 공장으로 확장되는 것을 차단했다.

▲ 다시 금속노조 GM대우차지부가 규약 변경을 마무리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조합원으로 받아들이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업체 폐업 외주화로 인한 고용불안에 맞서 함께 싸워나가길 기대해본다. ⓒ연합뉴스

승패는 지금부터다


하지만 아직 GM대우의 성공은 아니다. 해고와 폐업은 조합원 숫자를 줄이긴 했지만 비정규직지회의 뿌리를, 비정규직 노동자의 가슴 속 깊은 곳의 열망을 송두리째 뽑아내지는 못했다.

그래서 승패의 관건은 바로 지금부터다. 그 열망이 현실이 되는 길은 당연하게도 '힘'이다. 그런 면에서 현재 금속노조에서 추진하는 '1사 1조직 방침'이 중요하다. 비정규직 혼자의 힘으로는 버거운 현실 때문이다.

지난 1년 동안, 노동자에게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하나의 조직으로 단결해 함께 싸운다면 그보다 더 큰 무기는 없다는 것을 배웠다. GM대우자동차 부평공장에서 일하는 6000명의 정규직 노동자들과 2300명의 비정규직이 힘을 합친다면 '대기업노조의 이기주의'라는 이데올로기도 넘을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다시 금속노조 GM대우차지부가 규약 변경을 마무리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조합원으로 받아들이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업체 폐업 외주화로 인한 고용불안에 맞서 함께 싸워나가길 기대해본다. 지독하게 잔인했던 지난 1년도 정규직과 함께 싸우는 그 희망을 이루기 위한 것이었을지 모르겠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