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받아들여야 하는 우리 영화인들의 심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요.
말로 표현한다는 것이 가당치 않다는 걸 알면서도 말로라도 하지 않고는 이 참담함을 달랠 수 없다는 사실이 또 서글픕니다.
그를 사랑했고 그를 지지했던 것만큼 그에 대한 원망도 깊었던 우리의 애증은 이제 어디에 놓아두어야 하는 걸까요.
우리는 아직 그가 왜 한국영화를 포기하면서까지 한미FTA라는 괴물을 받아들이기로 했었는지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가 왜 우리의 목소리를 그렇게 외면했어야만 했는지 아직 알지 못합니다.
그러나 적어도 그가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그런 결정을 내렸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그는 한국의 역사에서 보기 드문 정치인이었고, 대통령이었습니다.
우리의 애증은 그런 그를 사랑했기 때문이었다는 것을, 그가 떠나버린 지금에야 뼈저리게 느낍니다.
봉화산 부엉이 바위 꼭대기에 서서 새벽을 보고 있었을 그의 고독을 이제야 사무치게 느낍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님. 그렇게 홀로 떠나시게 해서 미안합니다. 죄송합니다.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이 현실 앞에서
우리는 살아남은 자의 슬픔을 안고 살아남은 자의 책무가 무엇인지 생각하겠습니다.
끝없이 탐욕과 욕망 만을 부추기는 사회. 가진 자들이 더 가지겠다고 몸부림치고, 후안무치 하지 않고선 성공할 수 없는 세상.
철없는 아이들마저 무한경쟁으로 내몰고 정작 청년들에겐 일자리 하나 만들어 주지 못하는 여기는 점점 짐승들의 세계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당신을 추모하는 이 침묵의 끝없는 행렬을 보면서 우리는 다시 희망을 가져보려 합니다.
다행스럽게도 인류 사회는 반성과 함께 미래에 대한 새로운 전망을 모색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므로 한국사회의 소위 지도자라는 부류들이 줄기차게 흐름에 역류하려 몸부림치더라도 우린 외롭지 않습니다.
그러니 노무현 전 대통령님이시여. 이제는 편히 쉬십시오. 그곳에선 부디 자책하지 마시길 빕니다.
당신은 당신 자신을 버림으로써 영원히 사는 길을 택하셨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님의 명복을 빕니다.
*영화감독 김경형은 <동갑내기 과외하기>(2003), <라이어>(2004) 등을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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