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친구들영화제2010] 서부의 신화를 흥미롭게 변주하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친구들영화제2010] 서부의 신화를 흥미롭게 변주하다

[Film Festival] 존 포드 <아파치 요새> 프리뷰

※1월 15일 개막해 2월 28일까지 서울아트시네마에서 계속될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와 관련, 프레시안이 영화제 특집기사를 서울아트시네마와 함께 기획했다. 매 상영작의 프리뷰를 연재하는 것 역시 특집의 일환이다. 이후 시네토크를 비롯, 다양한 특집기사들이 이어질 예정이다.

존 포드 걸작선의 한 편으로 상영되는 <아파치 요새>는 존 포드 감독의 기병대 삼부작 중 첫 작품으로, 1월 17일 첫 상영 된 뒤 1월 27일, 2월 3일에 다시 상영된다. - 편집자



존 포드의 <아파치 요새>(1948)는 서부영화에서 특별한 위치를 점하는 영화이다. 서부영화는 기본적으로 충돌과 대립의 영화로 동부와 서부, 문명과 야만, 질서와 무질서, 그리고 선과 악이 치열하게 대립하는 충돌의 장이다. 이러한 구도를 확립한 존 포드의 <역마차>를 보자. 문제를 가진 공동체가 있고 공동체 바깥에서 서부의 사나이가 홀연히 등장한다. 둘은 충돌을 일으키지만, 결국 주인공의 탁월한 무력과 정의감으로 문제는 해결되고 다시 서부로 떠난다. <역마차> 이후의 모든 서부영화는 이 서사를 다양하게 변주한 것이라 해도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아파치 요새>는 이 공식을 흥미롭게 변주한 영화 중 한 편이다. 무엇보다 이 영화는 서부영화 속의 명백한 이항적 요소의 대립을 불확실한 것으로 바꿔 놓는다. 단순히 기존의 판단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아예 옳고 그름에 대한 구분 자체를 모호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 <아파치 요새>

영화는 아파치 요새로 부임하는 헨리 폰다에서 시작한다. 그는 한 눈에 보기에도 깐깐해 보이는 '동부의 사나이'인데 역시나 부임하자마자 아파치 요새의 질서를 바로 잡으려하며 기존 공동체와 충돌을 일으킨다. 이는 명백한 동부와 서부의 충돌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대립이 등장하는데, 바로 공동체 외부에서 '야만'을 상징하는 아파치 인디언들이다. 즉 공동체내부에서는 동부와 서부의 질서가 충돌하고, 밖에서는 공동체의 평화를 위협하는 인디언이 자리 잡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존 포드는 이 대립 구조를 선과 악의 구도로 풀지 않는다. 헨리 폰다와 존 웨인의 대립만 보아도 그렇다. 언뜻 보면 헨리 폰다는 지나치게 질서만을 강조하는 꽉 막힌 인물로 보이며 심지어 전투에서 실수를 저지르기도 하는데 영화는 이를 부정적으로만 묘사하지 않는다. 마지막 시퀀스에서는 헨리 폰다를 긍정하는 제스처를 취하기도 한다. 특히 <아파치 요새>가 보여주는 서부 공동체와 인디언과의 관계는 지금 보아도 새로운 느낌을 준다. 존 웨인은 인디언들을 잘 이해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들과 평화 협정을 맺으려고까지 한다. 인디언들은 애초에 공동체를 위협하는 적이 아니며 오히려 영화에서 가장 부정적으로 묘사되는 것은 인디언들을 불행하게 하는 양심 없는 미국인들이다.

<아파치 요새>가 특별한 또 다른 지점은 이 영화가 갖는 서부영화로서의 자기 반영성이다. 이 영화는 아파치 인디언이 미 기병대를 전멸시켰던 서부 개척 시기의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실화를 영화화했다는 것이 아니라 실제 역사가 신화로 변하는 과정을 보여준다는 것에 있다. 헨리 폰다는 존 웨인으로 대표되는 기존 공동체와 음주에서 복장, 심지어 연애 문제에 이르기까지 모든 면에서 갈등을 일으킨다. 이 과정에서 헨리 폰다는 부정적으로 묘사되기도 한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역사적 사실대로 아파치에게 전멸 당한다.

▲ <아파치 요새>

하지만 영화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시퀀스가 바뀌면 존 웨인이 기자들에게 '영웅' 헨리 폰다에 대해 얘기하며 '4열 종대'로 아파치 인디언과 싸우러 나간다. 이는 지금까지의 갈등을 급격하게 봉합하는 것으로서 오히려 이질감을 줄 정도이지만 서부극의 성립 과정을 자기 반영적으로 드러낸 장면이라 할 수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서부극은 결국 헨리 폰다의 죽음과 같은 역사적 사실들로 만들어진 것이나 후세의 사람들(존 웨인)이 이를 용감한 영웅들의 이야기로 신화화했던 것. 그런 맥락에서 <아파치 요새>는 메타 서부극으로도 불린다.

이처럼 <아파치 요새>는 많은 서부영화 중에서도 특별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영화에서는 어떤 지배적인 가치관을 찾기가 쉽지 않다. 존 포드는 어떤 면에서는 헨리 폰다, 어떤 면에서는 존 웨인, 또 어떤 면에서는 아파치 인디언들의 관점을 취한다. 그리고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이를 처음부터 새롭게 다시 보기를 요청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에서 하나의 주제를 찾으려 하면 오히려 길을 잃을 수도 있다. 그 길을 찾는 방법은 물론 관객 각자의 몫이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