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메로스의 서사시 <오디세이아>에서 영웅 오디세우스는 고향 이타카로 돌아가기 위해 치명적인 유혹의 바다를 지난다. 아름다운 노래로 선원들을 홀려 배를 암초에 부딪히게 만드는 괴물 '세이렌'의 구역이다. 오디세우스는 유혹에 빠지지 않기 위해 자신의 몸을 돛대에 꽁꽁 묶고, 선원들의 귀는 밀랍으로 막아 유혹의 소리를 차단했다. 자신의 욕망을 스스로 통제하는 절박한 규율, '오디세우스의 계약'을 맺으며 비로소 멸망을 피할 수 있었다.
오늘날 인류에게 기후위기는 거친 바다를 건너는 항해와 같다. 탄소중립이라는 명확한 이타카를 향해 범국가적 결단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그러나 대한민국 국회는 이와 정반대로 향하고 있다.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2년 만에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를 통과한 '탄소중립기본법' 개정안은 산업계 부담을 덜어주자는 세이렌의 속삭임에 넘어간 것과 다름없다.
헌법재판소가 감축 경로를 법률에 명시하라고 지적한 핵심 취지는 2030년 이후 부재한 감축계획을 보다 분명히 하고, 감축 노력을 미래에 부당하게 전가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국회 기후특위의 시민 공론화에서도 시민 대표단과 미래세대 대표단 중 약 80%가 '초기에 과감하게 줄이는 조기 감축 방식'을 압도적으로 지지했다. 배를 타는 절대 다수의 선원들이 지금 당장 노를 세게 저어 위험지대를 일찍 벗어나자고 외친 셈이다.
하지만 국회의 선택은 기만적이었다. 개정안은 2035년(53~61%), 2040년(69~80%) 등 감축 목표를 상한과 하한의 '범위 형태'로 제시했으나, 실제 배출권거래제 등 기업의 실질적 감축 규제 기준선은 최저선인 '하한선(선형 감축경로)'에 연동하도록 명문화했다. 눈속임용 상한선 뒤에 숨어, 실상은 조기 감축 노력을 최소화하고 책임을 뒤로 미루는 가장 안일한 경로를 법제화한 것이다. 게다가 감축을 위한 조항의 자리에 '산업계 지원'이 필요하다는 내용을 새기는 일까지 검토했다.
이는 국회가 기후위기라는 해일 앞에서 타륜(舵輪)을 놓아버린 것과 다름없다. 몇몇 의원들의 반대가 있었지만 국회 기후특위는 단기적 이익이나 어려움에 눈이 멀어 마땅히 짊어져야 할 감축 의무를 다시 후대로 유예하는 결정을 하고 말았다. 과학적 사실과 시민 공론화 결과, 나아가 헌법재판소의 무거운 경고조차 묵살하고 외면한 정치권의 무능과 기만이다.
이 결정이 초래할 비극은 명확하다. 조기 감축의 타이밍을 놓치면 배출량은 누적되고, 임계점을 넘어서는 순간 미래세대가 감당해야 할 비용과 재앙은 폭발적으로 늘어난다. 우리는 이미 지난 수년간 정책의 표류와 미온적 대처로 기후 대응의 골든타임을 허비했다. 또다시 대한민국을 기후 악당의 길로 돌려 놓으며 세이렌의 노래를 따라 부를 것인가.
오디세우스가 자신을 밧줄로 묶었던 까닭은 순간의 편안함이 불러올 참극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기후 입법은 정치가 단기적 표심이나 산업계의 미봉책에 흔들리지 않도록 국가의 법적 의무를 돛대에 강하게 매어두는 약속이어야만 한다.
이제 국회 본회의라는 마지막 관문만이 남아있다. 법안을 이대로 통과시킨다면, 정치권은 현세대와 미래세대의 기본권을 외면한 역사적 배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지금이라도 헌재 결정의 진정한 취지와 시민 공론의 바다로 돌아와 길을 찾아야 한다. 국회는 헛된 노래에 홀려 만든 개정안을 부결시키고, 지금 당장 조기 감축을 담보하는 탄소중립법 개정에 즉각 나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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