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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라 불러보지도 못하고 떠난 널 위해 외쳤어" 환자들이 바꾼 대한민국 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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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라 불러보지도 못하고 떠난 널 위해 외쳤어" 환자들이 바꾼 대한민국 의료

[프레시안 books] 안기종 <환자 샤우팅 카페: 대한민국을 바꾸는 환자들의 목소리>

"나중에 이 세상에서 다 살고 나서 재윤이를 다시 만났을 때, '엄마, 날 위해서 뭘 했어?'라고 묻는다면, '너처럼 엄마라고 한 번 불러보지 못하고 조용히 숨을 거두는 아이들이 없도록 엄마가 세상에 외치고 왔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응급실에서 시술을 받다 숨진 아이 어머니의 가슴 찢어지는 절규다. 의료사고나 제도적 부조리 앞에서 환자와 유족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다. 병원의 차가운 외면과 복잡한 법적 절차, 증명의 벽 앞에서 이들의 눈물은 그저 개인의 비극으로 묻히기 십상이었다. 하지만 이들이 절망을 딛고 한자리에 모여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서, 대한민국 의료 현장에 커다란 균열과 변화가 시작됐다.

대한민국 1세대 환자운동가 안기종 대표(한국환자단체연합회)가 <환자샤우팅카페: 대한민국을 바꾸는 환자들의 목소리>(안기종 지음, 엔자임헬스)를 펴냈다. 이 책은 2012년 6월 서울 종로의 한 작은 카페에서 시작된 '환자샤우팅카페'의 13년 역사이자, 환자들의 절박한 목소리가 어떻게 대한민국 보건의료의 법과 제도를 바꾸었는지 증언하는 생생한 기록이다.

'환자샤우팅카페'는 환자와 가족이 고충과 피해를 마음껏 쏟아내면(Shouting), 청중이 함께 위로하고(Healing), 전문가와 환자단체가 해법을 모색하는(Solution) 보건의료 소통 플랫폼이다. 2012년 첫 회 이후 2025년 8월까지 총 26회에 걸쳐 60여 명의 환자와 유족이 무대에 올랐고, 이들의 외침은 단순한 하소연을 넘어 실질적인 제도 변화를 이끄는 강력한 원동력이 되었다.

책에는 환자샤우팅카페를 거쳐 획기적인 제도 개선으로 결실을 맺은 대표적인 사례들이 담겼다. 정맥으로 투여되어야 할 항암제가 척수강으로 잘못 투여되어 세상을 떠난 아홉 살 종현이 사건은 국가 차원의 환자안전 체계를 구축한 「환자안전법」(종현이법) 제정으로 이어졌다. 또 의료분쟁 조정신청 시 병원의 동의가 없어도 자동으로 조정이 개시되도록 한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예강이법), 환자안전 사고의 공시 및 보고를 강화한 「재윤이법」과 「동희법」 등 수많은 법안이 환자와 유족들의 용기 있는 증언을 통해 세상에 나왔다.

"종현이처럼 주사기를 잘못 잡는 사소한 실수로 목숨을 잃는 경우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직업이 기자라면 기사로 써주시고, 의사라면 정직한 양심으로 치료해 주십시오. 정부라면 정책으로 각자의 자리에서 사명감으로 세상을 바꿔주세요." (종현이 어머니의 샤우팅)

이들의 외침은 법안 제정뿐만 아니라 의료 현장의 불합리한 관행도 바로잡았다. 환자 부담이 컸던 선택진료제 폐지, 하루치 약을 처방받기 위해 매일 통원해야 했던 폐암 환자들의 불편을 해소한 퇴원약 실손보험 보장, 고가의 폐암 치료제 건강보험 등재, 기초생활수급자에 대한 진료 거부 방지 및 중증질환 산정특례 제도 개선 등이 모두 이 무대에서 시작되었다.

저자 안기종 대표는 2001년 아내의 백혈병 진단을 계기로 8년간 준비하던 사법시험을 그만두고 환자권리운동에 몸을 던졌다. 스스로도 갑상선암을 겪은 환자인 그는 20여 년간 환자의 곁을 지키며 환자 중심의 의료환경을 만들기 위해 헌신해 왔다. 그는 "이 책은 샤우팅한 환자들만의 기록이 아니라, 그 목소리를 법과 제도의 변화로 이어지도록 끝까지 붙잡았던 활동가들의 기록"이라며 "우리의 이야기도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을 전하고 싶다"고 말한다. 2027년 4월 「환자기본법」 시행을 앞둔 지금, 이 책은 누구나 언젠가 환자가 될 수밖에 없는 우리 사회에 던지는 경종이자 따뜻한 제언이다.

▲<환자 샤우팅 카페>, 안기종 지음, 엔자임헬스 펴냄. ⓒ엔자임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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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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