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안동시 길안면 묵계리 산불 피해 이재민들의 임시주거단지를 철거하던 중 전봇대가 갑자기 쓰러져 인근 주택 담장을 덮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부러진 전봇대는 주택 마당과 담장 일부를 무너뜨렸고, 연결된 전선은 도로와 주택 주변까지 길게 늘어졌다. 다행히 전봇대가 쓰러진 지점에 있던 주민들의 직접적인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해당 주택 마당 한곳에 앉아 있던 한 할머니가 어지럼증과 숨가쁨을 호소해 119 구급차로 병원에 이송됐다.
28일〈프레시안〉취재를 종합하면, 안동시 길안면 묵계리 산불 피해 이재민 임시주거단지 철거 과정에서 전봇대 1기, 골목 1기가 주택 방향으로 넘어졌다.
전봇대는 도로를 가로질러 완전히 쓰러진 상태였으며, 주택 담장 일부가 파손되고 주변에 콘크리트 잔해가 흩어져 있다. 전봇대에 연결된 전선도 바닥에 늘어져 있어 사고 당시 현장 상황이 상당히 급박했음을 보여준다.
사고 직후 안동시 관계자와 한국전력 긴급 복구반 등이 현장에 출동해 안전조치와 복구 작업을 진행했다. 관계기관은 사고 수습과 함께 전봇대가 넘어지게 된 정확한 경위를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고에서 관심이 쏠리는 부분은 철거 작업이 전봇대 붕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는지 여부다.
철거업체 관계자는 “철거 과정에서 전봇대에는 손을 댄 적이 없다”며 “작업을 위해 크레인에 시동만 걸어놓은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반면 주민들은 철거 작업과 별개로 전봇대 자체의 상태와 주변 지반 여건을 함께 살펴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사고가 발생한 곳은 본보(9월 11일 르포 기사 ‘어떻게든 살게만 해주소’…90세 노모의 무너진 ‘삶’)를 통해 성토와 배수 문제를 다뤘던 곳이다. 당시 주민들은 산불 이재민 임시주거시설을 조성하는 과정에서 부지가 높게 성토됐고, 이후 빗물 배수가 원활하지 않아 인근 농경지와 주택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호소했다.
주민들은 행정망을 통해 성토와 배수 문제를 수차례 제기하면서 원인 규명과 법 위반 사항이 확인될 경우 원상복구를 요구해 왔다.
이에 대해 안동시는 적법한 행정절차를 거쳐 사업을 추진했기 때문에 원상복구 요구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답변한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배수로와 맹암거 설치 등을 통해 원활한 배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설계에 착수했다는 입장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전봇대 사고가 발생하면서 주민들의 의문도 커지고 있다.
주민들은 임시주거단지 조성 과정에서 높아진 토사와 주변에 설치된 콘크리트 블록 구조물, 배수 상태 등이 전봇대 주변 지반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다만 성토나 배수 문제가 이번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것은 현재까지 확인되지 않은 주민들의 추정이다.
산불 이재민 임시주거단지 토지주이자 전 이장인 김모(70대) 씨는 “부러진 전봇대는 마을이 들어설 때부터 있던 것”이라며 “이미 금이 가고 굽어 있던 전봇대였다”고 말했다.
주민 권모(60·남·가명) 씨는 “전봇대가 쓰러지면서 담장이 무너지고 주택 바로 앞까지 넘어왔다”며 “조금만 상황이 달랐으면 큰 인명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내 부모가 거기에 있었다고 생각해보자”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철거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인지, 전봇대 자체에 문제가 있었던 것인지, 아니면 지반이나 성토와 관련된 것인지 정확하게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이번 사고의 핵심은 전봇대가 왜 이 시점에 넘어졌는지를 밝히는 것이다.
특히 사고 현장이 앞서 주민들이 성토와 배수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했던 곳이라는 점에서 단순한 철거 작업 중 사고로 결론 내리기보다 객관적인 현장 조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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