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옵티칼하이테크 해고 사건이 대법원에 올라가 있다. 사업은 계속되는데, 그 일을 하던 노동자들만 일터에서 밀려난 사건이다. 2022년 10월 구미공장에 불이 났다. 본사인 일본 니토덴코는 구미공장을 다시 짓는 대신 한국옵티칼의 해산을 결정했고, 이듬해 2월 희망퇴직에 응하지 않은 노동자 17명이 해고됐다. 그러나 편광필름 생산은 다른 자회사인 한국니토옵티칼 평택공장 등에서 이어졌다.
구미공장 노동자들의 요구는 단순했다. 물량이 옮겨간 공장으로 고용도 이어달라는 것이었다. 사업을 이어가는 데는 이들의 경험이 필요했다. 구미공장 노동자들이 대체생산을 돕기 위해 평택공장 등에 투입되기도 했다. 평택공장은 신규채용도 했다. 하지만 구미공장 노동자들의 고용은 이어지지 않았다.
이 사태를 화재로 문을 닫은 구미공장의 문제로만 볼 수 없다. 니토덴코는 구미와 평택의 두 회사를 모두 완전자회사로 두고 있었다. 부당해고 소송에는 두 회사의 생산조직이 니토덴코 본사 사업부 아래 편제돼 있음을 보여주는 자료가 제출됐다. 본사가 예산과 인사에 관여한 자료도 있다. 두 공장이 한 제품의 생산공정을 나눠 맡은 기록도 있다. 노동자들은 이를 근거로 두 회사가 실질적으로 하나의 사업을 운영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지난 7월 서울고등법원은 노동자들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두 회사가 별도 법인이며 이들 간의 인력과 설비 이동도 개별적인 파견이나 거래관계로 판단했다. 자회사가 니토덴코의 조직 안에 편제된 것 역시 다국적기업의 보편적인 경영방식으로 보았다.
보편적인 경영방식. 이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고등법원이 본 것처럼 다국적기업은 법인의 경계를 넘나들며 물량과 설비, 인력을 배치한다. 하지만 노동자가 고용의 책임을 물으면 각자 다른 회사라는 답이 돌아온다. 이익은 기업집단 전체가 누리지만 피해는 개별 법인에 묶인 노동자들이 고스란히 떠안는 구조인 셈이다.
헌법은 노동할 권리를 보장하고 법관에게 헌법과 법률에 따라 재판하라고 명령한다. 여기에는 노동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법관의 책무가 담겨 있다. 대법원은 보편적인 경영방식 속에서 노동권이 밀려나는 현실을 정면으로 살펴야 한다. 이를 판단할 법리도 이미 있다. 별도 법인이라도 일반적인 계열사 관계를 넘어 실질적으로 결합돼 있다면 하나의 사업으로 볼 수 있다는 선례다.
구미와 평택이 하나의 사업을 운영했다면 구미공장 폐쇄는 계속되는 사업의 일부를 없앤 것일 수 있다. 해고의 정당성도 그에 맞게 판단해야 한다. 다른 공장에서 생산을 계속하던 상황에서 해고를 피할 방법은 없었는지 따져야 한다. 이것이 수백 일 동안 불탄 공장 옥상에서 버틴 노동자들의 요구에 대해 대법원이 답해야 하는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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