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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소멸의 진짜 원인…서울에 빼앗긴 '결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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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소멸의 진짜 원인…서울에 빼앗긴 '결정권'

[프레시안books] <지역순환경제란 무엇인가>

지방이 소멸하고 있다는 말은 낯설지 않다. 청년들은 좋은 일자리를 찾아 서울로 떠나고, 오래된 가게는 하나둘 문을 닫는다. 저출생 고령화의 충격도 지방에 더 크게 닿는다. 지방정부는 기업과 대학을 유치하려 경쟁에 나서고, 중앙정부도 분권과 기관 이전 정책을 낸다. 하지만 ‘백약이 무효'란 말만 자꾸 떠오른다.

한국지역순환경제학회장을 맡고 있는 양준호 인천대 경제학 교수가 쓴 <지역순환경제란 무엇인가>는 관점을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격차나 지원, 배치가 아닌 권력의 문제를 봐야 한다는 제언이다.

책의 중심에 놓인 질문은 지역에 경제적 자기 결정권이 있냐는 것이다. 저자는 서울공화국의 핵심은 ‘서울에 무언가가 많다'가 아닌 ‘무엇을 결정하는 기능이 모여있다'라고 주장한다. 기업과 은행의 본사, 연구개발 기능, 공공정책, 고급 전문 서비스가 모두 서울에 집중됐다.

이런 구조에서 예컨대 울산이 생산한 부가 서울로 흘러가고, 서울은 좋은 일자리, 지역은 나쁜 일자리로 채워지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권력 혹은 결정권을 가진 기관과 사람이 서울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간 한국의 균형 발전 정책은 각 지역의 결정권을 늘리는 것이 아닌, 공공기관과 산업단지, 광역 교통망의 배치를 늘리는 수준에 머물렀다고 저자는 진단한다. 공공기관을 지역경제의 순환 회로에 들어오게 하고, 산단을 외부 대기업의 생산기지로 머물지 않게 하고, 교통망을 서울 접근성만 높이는 장치로 남지 않게 하려는 고려는 부족했다는 것이다.

이를 넘어서기 위해 저자가 제시하는 대안이 지역순환경제다. ‘지역에 무엇을 지원할 것인가'가 아니라 ‘지역이 무엇을 결정할 수 있는가'로 질문을 바꾸고, 서울에 맞서 지역이 자기 경제의 흐름을 결정할 수 있는 대항 회로를 구축해야 한다는 정책 아이디어다.

구체적으로 저자는 지역순환경제를 구성하는 여러 전략을 내놓는다. 먼저 지역에서 만들어진 소득이 지역의 소비로 돌아오게 하기 위한 ‘지역화폐'다. 다음은 지역화폐가 한 번 쓰이고 끝나지 않고 계속 회전하며 여러 곳에 쓰일 수 있게 하는 ‘로컬 디지털 월렛'이다.

지역에서 모인 예금이 높은 수익을 찾아 서울의 신용 공급으로 이어지는 일에 제동을 걸기 위한 ‘시중은행 지역 재투자'와 기업이 지역에서 번 돈이 지역의 좋은 일자리와 공급망으로 돌아오게 하기 위한 ‘제조·유통 자본의 지역 재투자'를 제시한다.

서울에 있는 본사 기능 일부를 지방의 생산 거점으로 옮기는 ‘지역본사제', 대학, 병원, 지방정부 등 지역에 닻을 내려 떠나기 어려운 앵커기관의 물품 조달, 고용, 투자 등이 지역 중심으로 이루저게 하는 ‘지역공동체 부 구축하기'에 대한 설명이 이어진다.

지역에서 만들어진 부가 지대를 통해 빠져 나가지 않도록 비영리법인이나 공동체가 토지를 장기 보유하고 관리하게 하는 ‘지역공동체 토지 신탁', 지역의 공공적인 자금 수요에 인내자본을 공급하고 지방정부의 정책자금에 필요한 지방채 인수에 기여하는 ‘지역공공은행'도 제안된다.

이런 전략이 지역의 폐쇄성을 강화하자는 주장이 아니라고도 저자는 일관되게 강조한다. 그러면서 지역이 자기의 경제적 흐름을 결정할 권한을 가져야 서울을 포함한 다른 지역과의 관계도 더 건강하고 발전적인 형태로 맺을 수 있다고 짚는다.

책에는 각 전략에 대한 더 자세한 설명과 해외 사례, 예상되는 반론에 대한 저자의 반박이 담겨있다. 첫번째 전략인 지역화폐를 예로 들면, 이를 P2B(개인-기업 간 거래)를 넘어 B2B(기업 간 거래)에도 사용할 수 있게 하고, 공공 지원금을 지역화폐와 결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형마트, 백화점, 프랜차이즈 등 사용을 제한하되, 지역주민이 편리하게 지역화폐를 이용할 수 있게 하는 단말기 등 인프라를 구축하는 방안을 ‘로컬 디지털 월렛'과 연계해 제시한다.

또 지역화폐의 효과를 입증하기 위해 인천, 부산, 대전 등에서 지역화폐 발행이 역외 소비 감소에 기여했다는 실증 연구를 설명한다. ‘지역 화폐가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한다'는 반론는 ‘지역을 살리는 선택지를 만드는 일'이라 반박하고, ‘어차피 쓸 돈을 지역화폐로 쓰는 것 아니냐'는 반론에는 ‘소비의 총량이 아닌 지역 밖에서 안으로 옮겨 간 소비'가 핵심이라 답한다.

저자는 "지역은 이미 많은 것을 가지고 있다. 사람도 있고, 기술도 있고, 기억도 있고, 노동도 있고, 돌봄도 있고, 장소도 있고, 관계도 있다"며 "문제는 그것들이 흩어져 있고 외부의 결정 구조 속에서 낮게 평가되었다는 데 있다"고 주장한다.

지역공공은행, 지역공동체 토지 신탁 등을 이야기할 때도 저자는 제도가 정치화되거나 국가주의에 경도되는 일을 막기 위한 주민의 참여와 감시 체계 마련을 한결같이 강조한다. "지역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지역의 미래를 결정할 권리가 돌아와야" 지방의 위기를 해결할 길이 열릴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지론이다.

▲<지역순환경제란 무엇인가>(양준호 지음) ⓒ빨간소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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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락

내 집은 아니어도 되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 잘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충분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과 여가를 보장하는 직장,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나, 모든 사람이 이 정도쯤이야 쉽게 이루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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