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가 불평등이라는 지적은 전혀 새롭지 않다. 숫자로도 쉽게 확인된다.
<한국 불평등 보고서> (김윤태, 홍민기, 윤홍식, 윤자영, 전하람, 김윤정 지음)는 소득과 자산부터 조세와 복지, 젠더, 교육, 기후 위기에 이르기까지 한국 사회를 가로지르는 불평등의 실체를 최신 통계와 입체적 연구로 추적한다. 이 책의 모태는 지난 2026년 2월 옥스팜 코리아가 펴낸 <2026 옥스팜 도넛 리포트>로, 당시 연구에 참여했던 6명의 학자와 연구자가 뜻을 모아 내용을 더욱 깊고 넓게 확장하여 완성한 종합 보고서다.
저자들은 1962년부터 1992년까지를 고도성장의 시대로 본다면, 1992년 이후 지금까지는 '거대한 분열의 시대'라고 진단한다. 경제성장의 과실이 모든 계층에 고르게 돌아가지 않으면서, 소득 격차는 자산, 교육, 노동, 젠더, 세대, 지역 등 삶의 전반으로 번져나갔다.
특히 주목할 점은 자산 불평등의 심각성이다. 대다수의 자본주의 발전국에서는 주식 등 금융자산의 불평등도가 높게 나타나는 반면, 한국은 전체 자산 중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고 부동산 자산 불평등이 곧 전체 자산 불평등을 결정짓는 구조를 보인다. 부모의 경제력이 자녀의 교육과 기회를 좌우하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 심각한 노인 빈곤율과 성별 임금 격차 등이 맞물려 사회적 이동의 사다리는 점점 무너지고 있다.
<한국 불평등 보고서>를 관통하는 가장 명확한 메시지는 "불평등은 세계화와 기술 발전이 만든 피할 수 없는 운명이 아니라, 우리가 선택한 제도와 정책의 결과"라는 점이다. 기업지배구조, 분절된 노동시장, 낮은 조세 부담, 제한적인 복지 체계 등이 오늘의 불평등을 만들어온 핵심 요인이다.
이처럼 불평등이 우리 사회의 '선택'의 결과이기 때문에, 다른 미래를 그려볼 수 있다고 저자들은 강조한다. 현재의 불평등을 방치하는 '미루기와 아무것도 하지 않기'의 끝에는 계층 세습, 저출산, 세대·젠더 갈등, 지역 소멸, 정치적 양극화라는 파국이 기다리는 반면,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한 적극적 행동에 나선다면 사회적 신뢰를 회복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 선순환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이 선택은 AI 시대를 맞은 지금 더욱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인공지능과 자동화가 새로운 부를 창출하는 동시에 고용과 소득의 격차를 더욱 벌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는 과연 어느 쪽을 선택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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